TV 앞에 앉아 리모콘으로 주문·결제하던 소비자들 시선이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다. 모바일 쇼핑 소비자들 수요는 단순히 상품 나열에 그치지 않는다. 영상을 통해 상품을 자세히 들여다보고(라이브커머스) 검증된 셀러들이 트렌드·안목에 따라 제품을 선별해주길(맞춤형 큐레이션) 원한다. TV홈쇼핑은 성숙기에 접어든 반면 송출 수수료는 매년 올라간다. TV에서 모바일로의 이동은 홈쇼핑 업계 위기이자 기회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홈쇼핑?폰쇼핑!' 기획을 통해 변화되는 홈쇼핑 업계 모습을 분석하고 나아가야할 방향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 'IPTV+비대면 트렌드'로 사업 안착…연령층 확대 위해 모바일로 확장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지난해 비대면 소비 증가로 국내 데이터홈쇼핑(T커머스) 업체들은 연간 흑자를 기록하는 등 사업 안정화에 접어들었다. 송출수수료 부담 및 고객 연령층 확대를 위해 모바일 서비스를 강화하는 흐름은 TV홈쇼핑과 동일한 상황. T커머스 업체들은 TV홈쇼핑과 차별화된 양방향·맞춤형 서비스 활성화에 나섰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T커머스 시장 규모는 취급고 기준 5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9년 T커머스 시장 규모는 약 4조2000억원이었다. 이중 T커머스 ‘빅3’로 불리는 SK스토아·K쇼핑·신세계TV쇼핑은 각각 작년 영업익 208억원·179억원·258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를 기록했다. 주요 T커머스 업체 모두가 연간 흑자를 거둔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T커머스 시대가 개막한건 2005년이지만 초창기 디지털TV 가입자가 많지 않아 시장 형성이 어려웠다. 2012년 K쇼핑을 시작으로 주요 업체들이 2015년 이후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인터넷TV(IPTV)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면서 4~5년 전부터 T커머스 산업이 급성장했다. 여기 더해 지난해 비대면 구매 트렌드가 확산으로 T커머스 역시 그 수혜를 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T커머스는 TV쇼핑과 인터넷쇼핑의 장점이 결합한 디지털TV홈쇼핑이다. TV홈쇼핑은 실시간으로 방송하며 전화나 모바일애플리케이션(ARS)로 주문하지만 T커머스는 녹화 방송으로만 진행해야 한다. 화면 50% 이상이 문자·숫자·선택메뉴 등 데이터로 구성돼 다수 상품판매 VOD를 보고 리모컨으로 결제할 수 있는 양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마치 온라인몰을 TV화면에 구성한 것과 유사하다.
현재 국내 T커머스 사업자는 총 10곳이다. CJ ENM·GS홈쇼핑 등 TV홈쇼핑이 운영하는 곳이 5곳, T커머스만 단독 운영하는 업체는 SK스토아·K쇼핑·신세계TV쇼핑·W쇼핑·쇼핑엔티다. 지난 4월 10개사 모두 정부로부터 5년 재승인을 승인받았다.
이를 계기로 주요 업체들은 양방향·맞춤형 데이터 방송 정책에 힘쓰고 있다. 특히 고객 연령층 확대를 위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사업을 확장하며 TV-모바일 간 경계를 허문 쇼핑 패턴을 형성 중이다. TV를 통해 제공하는 영상과 모바일 사업을 함께 강화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빅데이터 기반 상품 추천은 물론 라이브방송을 통한 제품 판매가 필수 영역이다. TV에서와 달리 모바일은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보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콘텐츠를 만들어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기존 녹화방송을 진행해온 역량을 십분 활용해 모바일을 주로 이용하는 2030세대까지 공략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T커머스는 녹화방송·데이터 표시 등 규제가 있지만 오히려 TV홈쇼핑에서 하지 못한 색다른 시도를 많이 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시청자가 리모콘으로 상품 영상을 고르고 재생하는 양방향 경험은 모바일과 동일해 두 영역을 연동하는데 더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SK스토아는 지난해 11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방송 분석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방송 연출과 판매, 편성과 상품, 시청과 외부 요인 관계 등을 데이터로 분석해 판매 전략을 짠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 개인화 홈쇼핑 서비스를 넘어 내년 인공지능(AI) 기반 방송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달 라이브방송 단독 브랜드를 만들어 모바일 앱에 추가할 계획이다.
K쇼핑 ‘모바일 라이브’는 일 편성횟수를 기존 2회에서 8회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모바일라이브에서 진행한 실시간 영상은 10분 내외로 재가공돼 TV MCN ‘라이브K’ 채널에 편성한다. 모바일 전용 ‘라방’을 TV채널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일회성에 그치는 생방송 한계를 없애고 TV에 익숙한 중장년층 고객 대상으로 라방에 대한 장벽을 없애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신세계TV쇼핑은 TV영상 고도화를 위해 초대형 벽면 스크린과 사이니지 테이블 등을 설치해 현실감을 높이고 ‘중앙 NVR존’(Near VR) 구축으로 가상현실(VR)과 유사한 입체 화면을 연출한다. 방송 제작 및 시간을 줄이면서 다양한 상품 연출이 가능하다. 모바일에선 MZ세대를 타깃으로 모바일 라이브 방송 전용 이슈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다만 T커머스 업계가 TV홈쇼핑처럼 사업 중심축을 TV에서 모바일로 '이동'하기엔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나온다. 모바일 사업 강화는 이제 막 시작한 단계다. TV 송출수수료 역시 T커머스에 부담이지만 ‘황금 채널’에 근접한 곳에 자리해 매출이 올리는게 더 효과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30번대에서 20번대 채널로만 당겨져도 상품 매출은 약 30% 급증한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조금이라도 더 ‘목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몸집을 꾸준히 키워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홈쇼핑의 경우 생방송 TV홈쇼핑에서 소폭 감소한 매출을 T커머스 채널을 앞당겨 매출을 올려 이를 만회하기도 한다”며 “채널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안나 기자>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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