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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마법’ 없다…주주가치 선택한 SKT, 대규모 자사주 소각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SK텔레콤이 인적분할 예고 후 시장 관심사로 떠오른 자사주 소각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 총 2조6000억원어치에 달한다. 이는 삼성전자 다음으로 꼽히는 규모다. 자사주의 마법에 대한 오명을 피하면서, 주주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결정이다.

4일 SK텔레콤(대표 박정호)은 이사회를 열고, 지난 3일 종가 기준 2조6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869만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기존 보유 자사주 전량에 해당한다. 소각 예정일은 오는 6일이다.

SK텔레콤이 소각하는 자사주는 발행주식 총수의 10.8%에 달한다. 국내 4대그룹 자사주 소각 사례 중 발행주식 총수 대비 물량으로는 최대다. 금액으로는 삼성전자 자사주 소각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보유한 자사 주식을 소각해 유통 주식수를 줄인다. 주주들이 보유한 기존 주식 가치는 일반적으로 상승하게 돼 주가 호재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번 결정을 통해 SK텔레콤 발행 주식 총수는 기존 8075만주에서 7206만주로 줄어든다. 지난 4월 인적분할 추진을 발표한 SK텔레콤은 자사주 소각을 통해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했다고 풀이했다.

시장은 인적분할 후 자사주 소각 여부에 관심을 가져왔다. 물론, SK텔레콤은 SK(주) 합병설을 부인했으나, 원래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는 인적분할 후 의결권이 생기는 ‘자사주의 마법’을 통해 대주주 지분율을 높여 SK(주)와 신설법인 ICT 투자전문회사 간 합병까지 가능하다는 시나리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SK텔레콤이 주주를 위한 결정을 내린다면, 분할 전 자사주 소각을 진행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었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11.7% 처리여부의 경우, SK텔레콤의 높은 주주가치 제고 의지와 낮아진 SK(주) 합병 가능성 등을 감안해 중간지주사가 아닌 존속회사로 배정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1년 내 지분매각이 강제되며 외부 매각, 전략적 제휴 재원으로의 활용, 소각 등의 형태로 정리된다. 주주를 위한 전향적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면 분할 전에 관련 작업이 진행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증권가에서는 SK텔레콤이 자사주의 마법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고,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소각을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실어왔다. 인적분할 전 자사주 소각은 주주를 위한 결정이며, 이론적으로 12%까지 주가 상승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간지주사가 자사주를 SK텔레콤 의결권 있는 주식으로 전환한다면 지속적인 질타의 대상이 될 것”이라며 “자사주는 중간지주사 시가총액에 반영되기에 SK(주) 입장에선 크게 아쉬울 것 없다. 향후 현물 출자‧주식교환 일정을 보면 SK텔레콤 존속회사 시가총액 증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사주 소각 효과로 SK텔레콤 주가는 이론적으로 12% 상승할 수 있다”며 “SK브로드밴드 배당지급 효과로 2조원정도 시가총액을 늘어날 수 있어 SK텔레콤 주가는 36만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SK텔레콤은 소각 후 잔여 자사주 90만주에 대해서는 구성원 주주참여프로그램과 이미 부여한 스톡옵션 등에 중장기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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