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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SKT, 주가 올리는 인적분할…SK하이닉스 향방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SK텔레콤이 1984년 설립 이후 37년만에 통신영역에서 벗어난 기업분할을 추진한다. 사실상 제3의 창업이다. 1984년 한국이동통신서비스로 설립된 후, 1994년 공개입찰을 거쳐 선경그룹에 인수된 이후 3번째 도약을 맞았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은 존속회사 ‘인공지능&디지털인프라 컴퍼니(AI&Digital Infra)’와 신설회사 ‘정보통신기술(ICT) 투자전문회사’로 인적분할을 추진한다고 14일 밝혔다. 통신과 비통신으로 쪼갰다. SK텔레콤은 추후 이사회 의결, 주주총회 등 제반 절차를 거쳐 연내 분할을 완료할 방침이다. 신설회사는 SK하이닉스 부회장을 겸임하는 SK텔레콤 박정호 대표가, 존속회사는 SK텔레콤 유영상 MNO 대표가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SK텔레콤 이동통신(MNO)사업부와 SK브로드밴드 등 유무선 통신사업은 AI&디지털인프라 컴퍼니 존속회사에 속하게 된다. 통신사업만 따로 뗐다. 신설회사 ‘정보통신기술(ICT) 투자전문회사’에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해 ADT캡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 원스토어 등이 자리한다. 신설회사는 지주회사 위치를 갖는다. 사실상 중간지주사다.

당초 업계에서는 SK㈜와 신설 지주회사의 합병을 예견했으나 SK텔레콤은 이를 부인했다. 다만, SK하이닉스가 인적분할 이후에도 여전히 손자회사 위치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장기적 관점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위해 합병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기란 어렵다.

◆둘로 나뉜 SKT, 통신-비통신 왜 쪼갰나?=SK텔레콤은 이번 인적분할 결정에 대해 통신과 더불어 반도체, 뉴ICT 자산을 시장에서 온전히 평가받아 미래성장을 가속화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올리겠다는 뜻이다.

기업가치를 올리려면 성장성이 담보돼야 한다. 성장사업은 비규제 환경에서 자라난다. 그런데, 통신시장은 이미 규제로 점철돼 있다. 물론 5G가 새롭게 등장했으나, 도매대가부터 요금제에 이르기까지 정부 관여도가 상당하다. 더군다나, SK텔레콤은 무선시장에서 1위 사업자인 만큼 시장지배적 위치에 서 있어 규제의 첫 순서에 놓여 있다. 또, 유무선 통신시장은 레드오션이라 불릴 정도로 포화돼 있다.

SK텔레콤은 통신뿐 아니라 미디어, 보안, 커머스, 모빌리티 사업부를 거느리고 있다. 이들 사업부 성장성을 시장에서 제대로 인정받으려면 통신회사라는 타이틀부터 벗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주요 뉴ICT 자회사가 존속회사가 아닌 지주사에 포함된 이유다.

이에 아직 확정되지 않은 자회사도 향방을 달리할 수 있다. SK스토아는 커머스 사업부에 있지만, 정부로부터 재승인을 받아야 하는 만큼 존속회사에 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디어 자회사 SK브로드밴드는 존속회사에 남았지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는 투자회사에서 담당할 수도 있다.

내부에서는 SK하이닉스부터 성장사업이 모두 투자회사로 귀속되는 만큼 그룹 내 존속회사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통신사 한 직원은 “연내 기업분할이 완료되면 SK텔레콤에서 일부 임직원 이동이 있을 수 있다”며 “신설 투자회사로 이동하는 직원이 위로금을 받아야 할 지, 존속회사에 남아있는 사람이 위로금을 받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합병설 일축한 SKT, SK하이닉스 투자규제 남아=지주사인 ICT 투자전문회사는 국내외 반도체 관련 회사에 적극 투자할 예정이다. 과거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구 도시바메모리) 투자,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진행했을 때보다 더욱 활발한 투자가 예상된다.

공정거래법상 경영권 확보를 위해 투자할 때 SK하이닉스는 인수합병(M&A) 대상기업 지분은 100% 소유해야 하는 손자회사 위치에 있다. 이번 인적분할 이후에도 SK하이닉스는 손자회사 위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럼에도 ICT 투자전문회사가 지주사 역할을 맡은 만큼 공격적인 M&A를 대신 진행하게 된다. 예를 들어, ICT 투자전문회사가 해외 A 반도체 회사를 M&A한 후 SK하이닉스처럼 자회사로 편입시켜 시너지를 꾀할 수 있다는 의미다.

SK텔레콤은 “ICT 투자전문회사가 직접 투자에 나설 수 있으므로 기존보다 반도체 사업 투자가 수월해진다”며 “ICT 투자전문회사는 SK하이닉스를 포함한 자회사들의 배당수익과 IPO 등을 통해 투자 재원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만약, SK하이닉스가 주도적으로 공격적인 M&A를 투자규제 없이 실시하려면 그룹 내에서 자회사 위치에 서야 한다. SK㈜와 투자회사 합병 이야기가 나온게 된 연유다. 이 경우, SK 오너가 지배력이 커지게 된다. 또, 대주주 지분율 희석을 피하기 위해 주가를 누를 수 있다는 우려로, 일부 주주들이 반발했다.

이에 SK텔레콤이 합병설을 전면 부인하면서 주주들에게 기업가치 개선을 약속한 것이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그룹의 주요 계열사로 성장한 만큼, 향후 합병 가능성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K㈜가 증간지주사와 합병하지 않을 것이라면 SK텔레콤이 인적분할을 단행할 이유가 없다. 최태원 회장이 SK㈜를 통해 SK하이닉스를 직접 지배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중간지주사를 통해 SK하이닉스를 지배하면 SK하이닉스 배당이 SK㈜로 직접 전달되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다”며 “경영진이 최소 향후 몇 년간 중간지주사와 SK㈜ 간 합병이 없을 것이라고 보장해야 한다. 그렇지 안으면, 분할 후 SK텔레콤 시가총액이 크게 증가하기 어렵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SK텔레콤은 인적분할이 주주에게 유리한 분할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인적분할은 수평적 분할 개념으로 존속회사와 주주 구성이 동일한 신설회사가 설립되며, 기존 주주도 신설회사 이익을 나눠 가질 수 있는 구조다. 물적분할은 수직적 분할 개념으로 존속회사가 신설회사의 지분을 100% 소유해 신설회사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통상적으로 존속회사와 신설회사가 재상장하면 양사의 합산 시가총액이 증가하는 경우가 많아 주주 이익이 늘어나기도 하며, 주주들이 존속‧신설회사에 대한 주식 보유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며 “물적분하의 경우, 신설회사는 비상장기업이 되며 신설회사 기업가치를 보고 투자한 주주들이 존속회사의 주식만을 보유하게 된다”고 전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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