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3사는 올해 각 1만5000국씩 5G 28GHz 대역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28GHz 주파수를 할당받을 때 정부와 약속한 조건이다. 이를 채우지 못하면, 사용기한이 단축되거나 최악의 경우 주파수를 회수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당초 통신3사는 28GHz를 인구밀집지역 내 핫스팟과 기업(B2B) 용도로 활용할 예정이었으나, 생태계가 제때 확보되지 못하면서 상용화 시기는 계속 늦어지고 있다. 통신3사는 공공사업 중심으로 28GHz 시험망을 일부 가동하고 있으나, 의무구축량을 채우기엔 부족하다.
이에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통신3사 28GHz 공동구축안을 제안했다. 통신3사가 전국 농어촌 지역에 5G 서비스를 조속히 확산하기 위해 로밍방식으로 5G망 공동이용을 꾀하기로 한 것처럼, 28GHz에도 이러한 방식을 채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통신3사 각 5000국씩, 총 1만5000국을 구축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원래 조건보다 통신사 부담은 3분의 1가량 줄어든다.
최기영 장관은 “올해 통신3사가 (5G망) 공동 구축을 많이 하게 된다. 효과는 똑같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통신사들이 (함께) 구축하는 부분을 각자 하는 걸로 해줄 수 있다”며 “크게 어렵지 않게 1만5000국 목표를 달성해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는 아직까진 제안일 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실제 28GHz 통신3사 공동구축을 허용한 것은 아니다. 이를 검토해보자는 취지로 최 장관이 언급했다는 설명이다. 더군다나, 장관이 교체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발언이 정책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도 두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이는 분명 통신사 부담이 대폭 줄어드는 방안이다. 오히려 숙제를 해오지 못한 통신사에게 혜택을 준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통신사는 환영하기는커녕 무덤덤한 반응이다. 당장 올해 5000국 구축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통신3사가 28GHz 대역을 공동구축하려면 소비자(B2C) 영역을 노려야 한다. 그런데 현재 5G 전국망으로 사용하는 3.5GHz와 달리 28GHz는 단말 생태계가 마련되지 않았다. 기지국 장비, 칩셋, 단말, 이용자로 이어지는 생태계에서 단말이 빠진 셈이다. 국내에서 28GHz 대역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이 출시되지 않았다.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최소 물량이 보장돼야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제조사 입장을 고려하면 답이 나온다.
기업(B2B) 영역은 통신사 개별적으로 구축해야 하는 부문이다. 더군다나, 시장 수요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마땅한 사업모델도 증명되지 않았다. 통신3사는 스마트캠퍼스, 5G로봇, 등 정부 디지털뉴딜 정책과 연계된 공공사업 등에 참여하고 있으나 민간사업으로 확대되지는 못하고 있다. 기업은 실제 상용사례가 없어 사업모델을 증명하기 어려우니, 통신사가 설득해야 하는 과정에 있다.
또한, 통신3사는 5G 품질논란에 놓여 있는 3.5GHz 주파수 대역 확대에 공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더불어,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좀 더 저렴하게 받기 위해 내년까지 5G 12만국 이상을 구축해야 한다. 그만큼 투자비가 들어간다는 의미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사업자는 B2C 시장 수요가 없고, 적정한 서비스 모델이 없다고 걱정하고 있는 반면, 정부는 인프라가 만들어지면 서비스 모델은 나올 수 있다는 입장차가 있다”며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 28GHz를 조금씩 진행하고 있는데, 한국만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 일단 기술 검증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