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개발직군을 중심으로 한 연봉 인상이 정보기술(IT) 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 7개 기업을 묶어 ‘네카라쿠배당토’라는 용어도 쓰이고 있다. 이들 기업의 경우 대기업 못지 않는, 그 이상의 급여를 보장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개발인력의 몸값이 오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회 전반의 디지털 혁신이 이뤄지면서 기업들은 IT 인력 구하기에 열을 올려왔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기업은 물론이고 금융권에서도 개발자 모시기에 집중했다. ‘개발자 품귀현상’이 발생하면서 몸값이 천정부지로 뛴 것이 몇해 전이다.
개발직군의 연봉이 높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정보였다. 그랬던 것이 연초부터 크게 부각된 원인은 게임업계에 있다.
넥슨이 전 직원의 연봉을 800만원 올리면서 시작된 인상 랠리에 크래프톤이 ‘800 받고 1200 더, 2000만원 일괄 인상’을 외치며 상황이 점입가경으로 흘러갔다. 컴투스, 게임빌, 웹젠 등 중견기업들도 연봉을 대폭 인상하는 데 이어 지난해 339억원의 적자(매출액 682억원)를 기록한 베스파도 전직원의 연봉을 1200만원 올렸다. 연초 연봉협상을 마친 펄어비스도 지난 24일 ‘집토끼 지키기’를 위해 800만원 추가 인상했다.
IT업계의 연봉 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회사가 돈을 잘 버니 연봉 오르는 것도 당연하지 않겠냐”는 의견부터 “코딩 공부, 아직 늦지 않았나요”, “개발직군의 연봉 인상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등 복합적이다.
높은 연봉을 주는 IT업계와 개발자를 부러움 섞인 눈으로 보는 이들이 다수다. 하지만 마냥 좋기만 할까.
최근 연봉 인상 소식에 인식이 옅어졌지만 IT업계, 특히 개발자는 전통적으로 노동 조건이 좋지 않은 업종·직군으로 불려왔다. 연봉 인상 기사에는 ‘업계 부조리’를 토로하는 댓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야근·주말수당을 안 주는 것은 물론이고 주52시간조차 안 지키는 곳도 다수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주장이다.
중소기업 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23일 17년 만에 한글과컴퓨터(이하) 노동조합이 재출범했다. ‘워라밸’이 없다는 것이 노조 출범의 주요 요인이다. 노조 측의 주장 대로라면 국내 대표 소프트웨어(SW) 기업으로 불리는, 재직자가 413명이나 되는 한컴에서조차 대가 없이 야근을 강요하는 악습이 남아 있다. 한컴보다 열악한 기업이라면 어떨지 불 보듯 뻔하다.
이제는 급여만큼이나 워라밸이 중시되는 사회다. 고액 연봉을 포기하고서라도 저녁 있는 삶을 살겠다는 이들이 대다수다. 높은 연봉으로 개발자를 모셔가는 IT 기업들이 직원들의 노동조건, 복지는 도외시한다면 어렵게 구한 직원들이 금방 퇴사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