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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만에 재출범한 한컴 노조··· “사측, 대가없는 야간근로 강요” 주장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국내 대표 소프트웨어(SW) 기업 한글과컴퓨터(한컴)의 노동조합이 재출범한다. 지난 2004년 자진해산을 결의한 뒤 17년만의 재출범이다.

23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한컴지회는 노동조합 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조합명은 ‘행동주의’다. 노조측이 밝힌 지회 가입자는 100여명이다. 2020년 12월 31일 기준 한컴의 직원은 415명인데, 전체 직원의 20% 이상이 참여한 셈이다.

한컴지회는 노조 출범 배경으로 ▲근래에 직원들과의 공유 없이 조직개편 및 인사이동이 잦았으며, 이 과정에서 권고사직 진행 ▲지속적인 흑자에도 불구하고 정보기술(IT) 업계의 흐름과는 정반대로 고용불안과 열악한 근로조건 ▲최근 포괄임금제 폐지 흐름과는 다르게 여전히 존재하며 워라밸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 등을 들었다.

노조 측은 “수년간 업무 문화와 노동환경이 퇴보해왔다”는 점을 꼽았다. 매출 압박이 심해지면서 업무 강도가 늘어난 데 비해 포괄임금제로 인한 야간근로수당 미지급 등이 반복됐다는 주장이다. 보상 없는 주말근무도 했다는 것이 노조 측 설명이다.

김기홍 지회장은 “익명 게시판에서가 아니라 당당하게 한컴인의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며 “한컴노조 출범이 중소형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해갈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컴의 처우가 나빠졌을까. 기업 내부 노동환경을 외부에서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매년 기업이 공시하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급여’는 확인할 수 있다.

2016년 기준 한컴의 임원을 제외한 직원은 393명으로 평균 근속연수 5.41년, 1인당 평균 급여액은 5300만원이다. ▲2017년 407명, 근속연수 6.43년, 급여 6400만원 ▲2018년 462명, 근속연수 6.3년, 급여 5800만원(사업보고서 오류로 1억1100만원으로 오기입) ▲2019년 412명, 근속연수 7년, 급여 6800만원 ▲2020년 413명, 근속연수 7.1년, 급여 7300만원 등이다. 평균 급여는 5300만원에서 7300만원으로, 37.7% 올랐다. 연평균 7.5% 상승했다.

동기간 기업 임원의 급여는 어떻게 변했을까.

우선 한컴 그룹의 총수인 김상철 회장이 한컴에서 받아간 보수는 ▲2016년 14억6000만원 ▲2017년 16억6000만원 ▲2018년 19억6000만원 ▲2019년 19억3900만원 ▲2020년 10억1000만원 등이다. 임원의 평균 급여는 ▲2016년 3억6700만원 ▲2017년 4억1700만원 ▲2018년 7억3900만원 ▲2019년 3억5500만원 ▲2020년 3억400만원 등이다.

2020년 갑작스레 김 회장의 보수가 대폭 줄었는데, 이는 2019년 10월경 김 회장이 대표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라는 것이 한컴 측 설명이다. 2021년 현재 김 회장은 한컴의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숫자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김 지회장에 따르면 현재 한컴 내부의 ‘오피스’ 개발 인력은 120명대다. 과거 많을 때는 300명 규모였던 것에 비해 절반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김 지회장은 “한컴 오피스는 스스로의 힘으로 지금의 위치에 오른 것이 아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국민 소프트웨어(SW)로 거듭났고, 조직원들은 여기에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오피스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데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실제 IT 업계에서는 “한컴은 이제 SW 기업이 아니라 마스크 기업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김 지회장은 향후 한컴 직원뿐만 아니라 계열사 직원까지 품으며 적극적인 노조 활동을 펼쳐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조합원들의 고충사항과 복지, 고용 안정 등을 위한 단체협약 체결을 목표로 한다.

노조 출범에 대해 한컴 관계자는 “노동조합의 출범과 활동을 존중한다. 구성원들과 보다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종현 기자>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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