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통신3사가 2년만에 정부‧지자체 등 공공사업을 통해 5G 28GHz 첫 삽을 떴다. 하지만, 당장 28GHz 상용화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28GHz 생태계, 기업(B2B) 수익모델 등이 완전하지 않을 뿐 아니라 통신3사 투자여력도 변수다. 통신3사는 정부에서 요구한 주파수 재할당 대가 3조1700억원을 충족하기 위해 2022년말까지 3.5GHz 5G 전국망 대역에 총 12만국 기지국을 구축해야 한다. 통신3사 재원은 한정된 만큼, 28GHz 투자는 당분간 최소한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통신3사, 5G 28GHz 공공사업 중심 시범서비스 착수=통신3사는 이달 5G 28GHz 기지국을 일부 개통하고 시험가동을 통해 시범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통신3사는 디지털뉴딜 정책 일환인 한국정보화진흥원(NIA) ‘5G 융합서비스 발굴 및 공공선도’ ‘5G 기반 정부업무망 고도화’ 사업 등을 통해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LG유플러스는 지난 8일 금오공과대학교(이하 금오공대) 산합협력관에서 스마트캠퍼스 체험관 개관식을 열었다. LG유플러스는 5G 28GHz 밀리미터파 대역을 지원하는 퀄컴 스냅드래곤 5G모바일 플랫폼 기반 전용 스마트폰과 5G 라우터를 이용해 연내 금오공대를 5G 스마트캠퍼스로 탈바꿈한다. 내년에는 미래교육 모델 실증을 실시한다.
또한, LG유플러스는 전주시와 함께 인공지능(AI) 기반 대기질을 실시간 분석하는 모바일에지컴퓨팅(MCE) 기반 5G 로봇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로봇은 순찰 도중 대기 오염도가 높은 지역을 발견했을 때 원격으로 음원‧영상 정보를 시에 보내, 현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즉시 대처할 수 있다. 안산시 반월 시화산단에서는 제품이미지를 실시간 촬영‧분석해 불량을 자동으로 판단하는 MEC 기반 AI비전 검사 사업을 추진한다. 양 사업 모두 28GHz 5G망을 활용한다.
SK텔레콤은 인천국제공항에 28GHz 5G망을 구축해 MEC 기반 방역시스템 체계를 마련한다. 코로나19 확산 속 해외에서 국내로 진입할 수 있는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을 보다 안전하게 만들 수 있는 5G 방역시스템이라는 설명이다. KT는 비대면 강의를 지원하기 위해 수원 공공체육시설에 28GHz 5G망을 깐다. 이어 서울‧대전‧대구에 이번달 중 5G 28GHz 주파수 대역 시험망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아직은 공공사업뿐…28GHz 생태계‧사업모델 관건=28GHz는 밀리미터파 주파수로, 5G 초고속‧초저지연‧초고용량 특성을 구현할 수 있는 대역이다. 시장조사기관 우클라에 따르면 밀리미터웨이브 5G는 6GHz 이하(서브6) 5G 대역보다 4배 빠르다. 이처럼 28GHz는 전국망으로 이용 중인 3.5GHz보다 빠른 속도와 낮은 지연 등을 자랑하지만, 초고주파 대역이라 직진성이 강해 커버리지가 좁고 가용성에서 떨어진다.
이에 28GHz는 기업(B2B) 서비스 또는 핫스팟에서 주로 활용된다. 지난해부터 업계에서는 28GHz 상용화 시기에 관심을 모았으나, 장비와 단말 개발 로드맵 등 관련 생태계가 먼저 형성돼야 하는 상황이라 지연을 반복했다. 더군다나 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다행히, 올해가 지나기 전 일부 지역에 28GHz 시험망을 설치할 수 있게 됐으나 현재 통신3사가 28GHz 기지국을 구축해 시범사업에 나선 곳은 아직 공공사업뿐이다. 스마트공장, 자율주행, 헬스케어 등 B2B 사업에서 28GHz 기지국을 설치한 사례는 아직 한 곳도 없다.
가장 큰 문제는 28GHz 상용화에 필요한 기지국 장비-칩셋-단말-사용자로 이어지는 생태계가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에릭슨 등 28GHz 대역 5G 기지국이 형식인증을 받았고, 이와 관련 통신3사는 삼성전자 상용기지국을 발주했다. 퀄컴도 28GHz 5G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칩셋을 내놓았다. 그러나, 28GHz를 지원하는 단말은 출시되지 않았다. 소비자(B2C) 단말이 없다면 모듈 또는 동글 형태로 B2B시장을 우선 공략해야 하지만, 현재까지는 통신사가 기업을 설득하는 과정에 놓여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용화라고 말하려면 28GHz 지원 소비자형 단말기가 나와야 한다”며 “제조사 입장에서는 최소 물량이 보장돼야 투자 대비 이익을 거둘 수 있는데, 아직은 이르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장 등 B2B를 겨냥해 동글‧모뎀 형태 단말을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5G 28GHz는 초기단계라, 실제 상용사례 등을 증빙하기 어렵다”며 “기업에서 28GHz를 구축해야 할 필요성을 통신사가 알리는 단계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B2C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 당장 확산하기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분명 이는 5G가 가야 할 길은 맞다”고 덧붙였다.
◆주파수 재할당 대가 여파…3.5GHz 전국망도 벅차=통신3사가 28GHz 본격 상용화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한지도 미지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내년 이용기간이 끝나는 3G‧LTE 등 주파수 총 320MHz폭 중 310MHz폭을 재할당하는 방안을 지난달 30일 최종 공표했다. 과기정통부는 주파수 재할당에 5G 투자옵션을 적용했다. 이에 따라 통신3사가 지급해야 할 주파수 재할당대가는 ▲5G 무선국 12만국 이상, 3조1700억원 ▲10만~12만국, 3조3700억원 ▲8만~10만국, 3조5700억원 ▲6만~8만국 3조7700억원이다. 해당 기지국 수는 2022년말 준공신고 기준이다.
과기정통부는 통신3사 공동이용(로밍)을 수용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온전히 3.5GHz 옥외 기지국을 대상으로 한다. 정부는 소비자가 실제 이용하는 5G 전국망을 빠르게 구축해 품질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의지다. 재할당 신청 시점 통신3사는 5G 3.5GHz 기지국을 각 6만국 수준을 확보할 것으로 점쳐진다. 2년간 6만국씩 더 세워야 한다. 로밍이 포함돼 있기에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지만, KT가 10년간 LTE 기지국 약 12만국을 깔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재원을 총동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과기정통부 주파수 할당 관련 고시에 따라 통신3사는 28GHz 5G 기지국을 내년말까지 각사당 1만5000국씩 의무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2022년말까지 3.5GHz 전국망에 올인해야 하는 통신3사가 28GHz에 대해서는 의무구축 수만 겨우 채우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까지 상용화를 이루겠다는 목표지만, 이는 통신사만 말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장비와 단말, 서비스 형태 등등 에코가 마련돼야 한다”며 “이 와중에 주파수 재할당 5G 투자옵션에 따라 3.5GHz 전국망에 설비투자비(CAPEX)를 쏟아야 하고, 실적 방어를 위한 비용 줄이기도 계속될 것이다. 28GHz는 당분간 공공사업 중심으로 진행하면서, 의무구축 정도를 채우는 시늉만 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28GHz 대역 망 구축 이행 점검을 2022년 실시한다. 3년차 망 구축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결과에 따라 주파수 할당취소도 가능하고 할당대가 6200억원은 반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11월12일에도 통신3사에 내년말 까지 할당조건 이행 촉구 및 미이행시 제재조치 예정을 통보하는 공문을 발송한 바 있으며, 지속 모니터링하고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과기정통부는 B2B, 인구 밀집지역(핫스팟)에서 5G 망구축을 촉진할 수 있도록 정책적, 제도적 지원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며 “공공 부문은 신규 수요창출을 위해 선제적 시범‧실증사업을 추진하고 기술개발을 지원하며, 민간 부문에서 산업별 수요를 반영해 경쟁적으로 5G를 구축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예정이다. 제조사, 통신사, 연구기관 등으로 구성된 민‧관 28GHz 추진협의체에서 이를 점검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