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통신3사는 연내 28GHz 대역 밀리미터파 5G 기지국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으나, 예상보다 더딘 상황에 속을 태우고 있다. 정부에 제출한 주파수 활용계획에 따라 연내 통신3사는 각각 1만5000개씩 28GHz 기지국을 의무적으로 세워야 한다. 하지만, 현재 네트워크 장비 사업자 선정도 시작하지 못한 상태다.
28GHz 상용서비스를 시작하려면 기지국 장비와 단말 등이 준비돼야 하는데, 아직은 미흡하다는 판단이다. 윤풍영 SK텔레콤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5G 28GHz 장비와 서비스 관련 에코시스템이 완성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버라이즌 등 미국 주요 통신사는 28GHz 주파수 대역을 사용해 5G망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시장에 진출한 삼성전자‧에릭슨 등은 28GHz 장비를 확보한 상태다. 그러나, 국내 통신사에서 요구하는 한국시장 맞춤형 28GHz 장비 개발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3사 모두 상반기 28GHz 상용화를 목표로 추진했으나,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하반기로 미뤄진 상황”이라며 “국내시장에 맞춰 28GHz 장비 기술 개발이 이뤄지도록 장비사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단말도 준비되지 않았다. 물론, 퀄컴이 28GHz 대역을 지원하는 5G 칩셋을 내놓았지만 아직 제조사에서 관련 디바이스를 출시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20’이 28GHz를 지원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단가 상승 등의 이유로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28GHz 5G 스마트폰 출시는 해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통신장비업계 관계자는 “28GHz 5G 장비사 선정 공지를 받지 못했으나, 현재 기술검증은 이뤄지고 있다”며 “단말의 경우, 많은 사용자가 구매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 아직은 이를 장담할 수 없어, 단말부터 출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28GHz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숙제도 있다. 앞서, 통신3사는 3.5GHz 주파수 대역으로 5G를 상용화한 후 불통 논란을 겪었다. 현재도 전국망과 실내 커버리지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초기 상용화 당시 5G를 사용할 수 없다는 불만이 상당했다. 그런데, 28GHz를 상용화한 미국 버라이즌 사례를 보면, 자칫 이러한 논란을 재점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 무선네트워크 시장조사기관 오픈시그널 조사에 따르면 28GHz를 채택한 버라이즌 5G 속도는 506.1Mbps로 1위를 차지했으나, 5G에 연결 가능한 지를 살펴본 5G 유효성 측정에서는 꼴찌인 0.5%에 그쳤다. 24시간 중 단 7.2분만 5G에 접속할 수 있다. 28GHz를 초고주파 대역이라 직진성이 높고 투과율이 낮아 커버리지가 제한적이다. 기지국도 더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
이와 함께 28GHz 에코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한국은 전국망을 3.5GHz 대역으로 구축하고, 인구밀집지역이나 기업(B2B)시장에 28GHz를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8GHz는 초고속, 초고용량, 초저지연 등을 갖춘 만큼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시티, 자율주행, 원격의료, 재난안전분야에 사용하기 더 적합하다. 문제는 법‧제도 정비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산업 인프라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지국만 깔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덮쳤다. 경기침체에 더해 일부 사업 매출과 실적에 영향을 받고 있다.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28GHz 구축은 4차 산업혁명과 연관되는 만큼, 단기성장을 보장하는 사업이 아니다. 그렇다고, 산업 생태계가 마련되는 분위기를 고려하면서 점진적으로 준비할 수도 없다. 연내 28GHz 기지국을 일정 수준 설치하지 않으면, 의무구축 조항을 위반하게 된다. 이에 올해 일단 상용화 시늉만 내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구축을 기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우선 에코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에 섣불리 28GHz를 상용화하지 못하고 검토부터 하고 있다. 정부 눈치도 봐야 한다”며 “병원, 공장 등과 관련한 산업 분위기도 조성돼야 하는데, 생태계를 만들기 어려운 애로사항이 있다”고 말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