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통신3사의 올해 하반기 키워드는 ‘탈(脫)통신’이다. 너도나도 ‘통신’ 옷을 벗고 외연확장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번 3분기는 특히나 통신사들의 신사업 성장가능성을 확인한 시점이다. 미디어와 커머스부터 B2B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X) 등 비통신 시장을 주도할 추진력을 얻었다는 평가다.
SK텔레콤은 2020년 3분기 실적에서 이동통신(MNO)사업 외에 뉴(New)ICT사업으로 이끌고 있는 미디어·보안·커머스 부문이 모두 1년 전과 비교해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었다. 다 합쳐 전년동기대비 18.9% 증가한 1조5267억원을 달성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0.3% 급증해 역대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그중 IPTV 사업은 티브로드 합병효과 등으로 전년동기보다 20.3% 늘어난 9668억원 매출을 기록했으며, SK브로드밴드 IPTV로 유료방송 가입자 850만명 시대를 열었다. 같은 기간 11번가와 SK스토아로 이뤄진 커머스사업 또한 18.7% 성장률로 2066억원을, 보안사업은 15.5% 증가해 3533억원을 매출로 올렸다. SK스토아의 경우 매출이 지난해보다 47.7% 급성장하며 T커머스업계 1위로 올라섰다.
SK텔레콤은 이와 같은 비통신사업 성장가도를 발판삼아 내년부터 기업공개(IPO)를 통해 본격적으로 몸집을 키운다. 우선 앱 마켓 ‘원스토어’ IPO를 시작으로, 연내 설립할 모빌리티 전문기업 ‘T맵모빌리티’(가칭)는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우버로부터 1억5000만달러(한화 1725억원) 투자를 받아 내년 상반기에 합작법인을 출범할 예정이다. 이 밖에 ADT캡스와 웨이브, SK브로드밴드도 IPO를 준비한다.
‘텔레콤’ 간판도 과감하게 뗀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연초부터 MNO사업과 뉴ICT사업을 아우르는 사명 변경을 시사해왔다. 올해 1월 CES2020에서 “‘하이퍼커넥트’ 등의 의미를 담은 방향으로 기업 정체성에 걸맞은 사명 변경을 고민하고 있다”고 처음 밝힌 이후 최근 SK텔레콤의 첫 무인 플래그십스토어 ‘T팩토리’ 개관 간담회에서도 “브랜드에 대한 통일된 CI를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업계에서 추측하는 사명 후보는 SK투모로우, SK하이퍼커넥터, SK테크놀로지, (‘텔레콤’이 없는) SKT 등에 이어 최근에는 ‘T스퀘어(Square)’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KT는 통신기업에서 벗어나 B2B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이른바 ‘ABC’ 역량을 바탕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DX)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포부다. 앞서 구현모 대표는 지난달 28일 열린 KT 경영진 간담회를 통해 “KT는 통신매출 100%의 통신기반 기업이었지만, 지금은 미디어·B2B·에너지 등 비통신분야에서 약 40% 매출이 일어나고 있다”며 “올해부터는 DX로 새 성장동력을 찾아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Digico)로 나아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말 출범한 신규 B2B 브랜드 ‘KT 엔터프라이즈’를 통해 ▲금융 ▲제조 ▲SOC ▲물류 ▲의료 ▲언택트산업 등 총 6개 분야를 우선으로 신사업 기회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3분기에도 KT B2B 사업은 6902억원 매출을 올렸다. IDC사업 경쟁력과 함께 클라우드사업의 공공·금융분야 확대를 바탕으로 전년동기보다 0.8% 성장했다. 특히, 디지털전환 수요를 성장 디딤돌로 삼은 AI·DX사업 매출은 1347억원으로, 전년보다 8.1% 상승했다. 3분기 누적 매출로는 전년대비 17% 증가했다.
통신에 이어 KT 주력 먹거리인 미디어사업도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매출은 1년 전보다 11.9% 성장한 4593억원을 기록했으며, 특히 넷플릭스와의 플랫폼인플랫폼(PIP) 제휴를 통해 IPTV 순증가입자는 12만8000명 늘어난 누적 868만명을 달성했다. KT는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현대HCN 인수를 추진, 이로써 IPTV와 위성방송에 이어 케이블TV까지 유료방송시장 1위 지위를 공고히 한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아직은 통신사업 매출규모가 비통신사업의 2.5배를 넘는 수준이지만, 성장률로 보면 한자릿수로 정체된 통신에 비해, 미디어와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 등 비통신 매출이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3분기 IPTV 매출은 전년보다 13.2% 성장한 2926억원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1조원 매출 달성이 기대된다. 기업인프라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7% 성장한 3340억원으로, 그중대형고객사의 IDC 매출(569억원)은 클라우드 수요 증대 덕에 전년보다 19.3% 증가했다.
유료방송시장 영향력 확대를 통한 미디어 영역확장도 눈에 띈다. 지난해 말 LG헬로비전(구 CJ헬로) 인수를 통해 케이블TV 사업을 흡수했고, 그 결과 두 회사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24.9%로, SK브로드밴드를 추월해 업계 2위로 올라섰다. 양사 가입자는 모두 합쳐 836만8791명에 이른다.
B2B부문에서는 스마트팩토리, 스마트SOC, 스마트모빌리티, 스마트시티 등 4대 영역을 중심으로 사업역량을 집중한다. 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기업인프라 사업매출은 2021년 2배, 2022년 5배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이외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AI로봇, 클라우드게임 등 다양한 융합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기업·정부간거래(B2G) 시장에서의 성장기회도 지속 발굴한다. 향후 정부의 뉴딜정책 기조 아래 기존 B2B뿐만 아니라 B2G 시장에서 기회를 잡겠다는 방침이다.
물론 통신3사의 이와 같은 탈통신 행보가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과거 LG유플러스가 LG텔레콤에서 ‘텔레콤’을 가장 먼저 뗐더 것처럼, 통신사업을 탈피하겠다는 시도 자체가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다만 이번에는 5G 네트워크 인프라 기반에 더해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시장변화, 정부의 강력한 융합정책 드라이브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단순히 기존사업에 덧대 단기 수익성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닌, 5G 융복합 시대 새 길을 찾아나서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