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글로벌 공룡 ’구글‘ 갑질을 막기 위해 국회와 통신‧인터넷 업계가 뭉치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잠시, 갑자기 집안싸움으로 돌변했다. 힘을 모아 공동의 적에 대응해도 모자랄 판에, 거짓 주장이 난무하며 얻을 것 없는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도 법안상정‧결의안 채택 등 구글을 겨냥한 행보를 보여주기로 했으나, 끝내 여야 간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무산됐다. 집안싸움을 지켜보면서 웃는 자는 구글이다.
앞서, 구글은 내년부터 한국에 인앱결제(앱 내 결제)를 강제하고 게임을 제외한 모든 구글플레이 콘텐츠에 30% 수수료를 확대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와 정무위원회는 국정감사를 통해 구글 갑질을 조명하고, 관련 임원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 과정에서 이영 의원(국민의힘) 등이 구글 인앱결제 수수료 30% 중 통신과금방식으로 결제 때 절반이 통신사에 돌아간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네이버‧카카오 등 주요 인터넷기업이 속한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이하 인기협)와 스타트업 중심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은 “구글의 과도한 수수료를 나눠먹는 방식으로 콘텐츠 이용요금에 부담을 가중시켜 온 통신3사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비난했다. 또, “휴대전화 제조사는 구글‧애플이 운영체제(OS)와 앱마켓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 형성에 협조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규탄했다.
구글과 한통속이라는 비난에 통신업계는 발끈했다. 통신업계는 구글플레이스토어와 경쟁하는 원스토어를 내놓고, 중소기업을 위한 수수료 감면 정책을 펼치고 있다. 사실과 다른 악의적인 거짓 주장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통신3사를 대표하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지난 23일 성명서를 내고 정면 반박했다.
KTOA는 “전체 결제액 15%를 통신사가 가져간다는 인기협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통신사 휴대폰 결제수수료 비중은 3~4% 수준”이라며 “구글 앱결제 중 휴대폰 결제 비중은 20~30%로 추산되며, 해외와 유사한 수준이다. 결제수단이 다양화되면서 통신사에 지급하는 수수료율은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글과 애플 수수료는 그들이 전적으로 결정하는 글로벌 정책으로, 통신사가 휴대폰 결제수수료를 낮추더라도 구글이 한국에서 창출하는 수익만 증가할 뿐 이용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없다”며 “통신사 휴대폰 결제수수료 인하 주장은 인기협 회원사인 구글에 특혜를 주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KTOA는 통신사가 구글‧애플 시장영향력 확대에 협조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운영체제와 앱마켓 선탑재는 제조사와 협의사항으로, 통신사는 개입하지 않는다. 오히려 통신사는 2016년 네이버가 참여한 통합 원스토어를 출범해 앱마켓 시장에서 구글‧애플과 경쟁관계에 속한다. 원스토어 수수료는 20%로, 외부결제 이용 때 최대 5%까지 인하한다. 월 거래액 500만원 이하 사업자는 내년까지 수수료 50%를 절감해준다. 구글 30% 수수료 강제 상황에서 원스토어가 대안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KTOA는 “해외 플랫폼 기업의 지배력 문제는 통신사와 인터넷 기업 등 생태계 참여자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사안”이라며 “인기협은 구글 시장독점 문제를 제조사와 통신사에 전가하기에 앞서, 구글이 소속된 인기협 내부에서 먼저 협의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국내기업 간 설전이 오간 것뿐 아니라, 국회에서도 여야 이견은 계속됐다. 국회에서 약속한 ‘구글 갑질 방지법’은 상임위 통과는커녕, 수수료 확대 철회를 요구하는 국회 차원 결의문조차 무산됐다.
지난 24일 늦은 시각까지 여당에서는 시일이 촉박하니 조속히 상임위에 법안을 상정하자고 야당에 요구했다. 졸속 법안처리가 우려된다면, 일단 법안 상정 후 논의를 더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또, 결의안 통과라도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러나 과방위 국민의힘 간사 박성중 의원은 “구글 인앱결제와 관련해 여야 입장은 원칙적으로 같지만, 국민의힘은 졸속 법안처리를 할 수는 없다고 합의했다”며 “여당은 증인채택과 관련해 양보도, 협의도 해준 적 없다. 상생이라면 같이 가야 하는데, 여당한테 상당히 섭섭하다. 시간을 갖자”고 답했다. 네이버‧카카오 증인 채택이 무산된 데 따른 여야 정쟁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한편, 구글은 국내 신규앱에 내년 1월20일부터, 기존 앱에 내년 10월부터 구글플레이 인앱결제를 의무화한다. 이에 따라 구글플레이에서 결제되는 사실상 모든 금액에 30% 수수료가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