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 이대호 최민지 권하영기자] 21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의 첫 국정감사가 마무리됐다. 자정을 넘기기 일쑤인 과방위 국감은 위원들이 대거 교체된 21대 국회 들어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22일 과학기술부 종합감사에 이어 23일 방송통신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의 종합감사도 결국 자정을 넘겨서 마무리 됐다.
이번 과방위 국감은 예년에 비해 여야간 정쟁이 크게 줄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었다. 과거의 경우 방송 관련 이슈를 놓고 여야간 끝없는 의사진행발언이 이어지기 일쑤였다. 이번 국감에서도 여야간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하지만 국감 마지막날인 23일 종료 30분을 남겨놓고 박정중 국민의힘 간사와 이원욱 위원장간 고성과 욕설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정책국감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주기는 어려웠다. 최대 이슈였던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CP 갑질 논란과 관련해 책임 있는 증인들이 출석하지 못하다보니 수박 겉핥기식 질의가 반복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이틀간 진행된 종합감사의 경우 옵티머스 금융사기와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월성 1호기 경제성을 놓고 같은 질의, 비슷한 답만 반복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정보통신기술(ICT) 및 과학기술 현안은 뒷전으로 밀리는 모습이었다.
◆ 네이버 압도한 구글, 넷플릭스 이슈…실효성은 없었다
과방위 국감 때마다 반복된 이슈 중 하나는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포털 뉴스 및 검색과 관련한 공정성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국내 포털 이슈보다는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CP와 국내 CP간 역차별 문제가 최대 화두였다.
과기정통부 감사에서는 구글이, 방통위 감사에서는 넷플릭스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하지만 감사 초반에는 증인 채택이 이뤄지지 않아 해결방안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종합감사에서 임재현 구글코리아 전무와 연주환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팀장이 출석했다.
구글의 경우 인앱결제 30% 수수료 확대 및 조세회피 등에 질의가 집중됐다. 임 전무는 큰 영향이 없다는 취지로 대변을 반복했지만 의원들의 공감대를 얻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본사 위임도 받지 않은 임 전무를 앉혀놓고 감사를 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회의를 지적하는 의원도 있었다.
넷플릭스도 마찬가지였다. 넷플릭스의 경우 망이용대가 논란에 대해 질의가 집중됐다. 하지만 연 팀장은 끝내 원론적 답변 이상의 것은 내놓지 못했다. 한국법인 팀장급 실무자에게 애시당초 책임 있는 자세를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었다.
한편, 구글과 넷플릭스에 여야 위원들의 화력이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네이버에 대한 질의는 줄었다. 한성숙 대표가 정무위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과방위 증인에서는 빠졌다. 다만, 국감 초반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며 험학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이 GIO는 결국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 5G 품질, 비싼 요금제 해결책 찾아라
통신 이슈는 5G를 빼고 얘기할 수 없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품질, 속도, 비싼 요금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의 경우 통신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데다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8일 과기정통부 국감에서는 통신3사 마케팅 분야 임원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는데 주로 비싼 요금제에 대한 질문이 집중됐다. 3사 증인 모두 통신사가 소비자를 상대로 폭리를 취한다는 지적 및 보편요금제 도입 등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다만, 의원들의 지적에 온라인 판매 및 중저가 요금제 확대 등을 약속했다. 다만 구체적 그림은 모두 제시하지 못했다.
추경에서 결정된 통신비 2만원 지원에 대한 공방도 이어졌다. 야당에서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으로 몰아부친 반면,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정치적 압박과 상관없이 국민에 도움이 된다며 맞서는 모습이 연출됐다. 20배 빠른 5G 속도에 대한 논란도 계속 이어졌다. 일부 의원들은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의 "28GHz 대역 전국망 구축 불가" 발언을 문제삼기도 했다.
◆ 토종 OTT, 레거시 미디어 앞날은?
미디어 분야의 경우 OTT와 지상파 방송사 이슈가 중심이었다. OTT의 법적 지위에 대한 상반된 의견이 충돌했고 토종OTT 사업자들이 글로벌 사업자들과 경쟁할 수 있는 법제도 환경 조성에 대한 의견들도 제시됐다.
통신사와 넷플릭스 제휴에 대해 SK텔레콤 측과 KT LG유플러스간 의견이 엇갈렸다. 제휴를 맺지 않은 SK텔레콤과 웨이브는 토종OTT 육성에 방점을 찍었고 KT와 LG유플러스는 폭넓은 제휴에 무게를 뒀다. 한상혁 방통위 위원장은 OTT 진흥과 관련해 기존 레거시 미디어와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편법 중간광고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지상파의 편법 중간광고가 4년간 43배 폭증했다는 지적에 한상혁 위원장은 "조만간 개선책을 내놓겠다"고 답했다.
전통 미디어와 뉴미디어간 규제 방향에 대해서는 비대칭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에 대한 책임강조 지적도 나왔다. 특히, 지상파 방송사들이 약속한 UHD방송 투자 미이행에 대해서는 "주파수를 회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 과방위 잠식한 옵티머스, 월성1호기
정치적 이슈도 빠지지 않았다. 올해는 옵티머스 사태와 한수원 월성 1호기 경제성이 타깃이었다.
과방위에서 금융사기를 벌인 옵티머스 사태가 거론된 것은 옵티머스자산운용에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이 누적 1060억원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특히, KCA는 국회 제출 자료에는 670억원을 투자했다고 보고했지만 이후 1060억원으로 밝혀지면서 질타를 받았다. 여기에 당시 투자 책임자였던 최남용 전 기금운용본부장이 국회 출석하지 않으면서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KCA의 옵티머스 투자에 청와대 및 여권인사 등의 개입 및 외압, 로비 의혹을 펼쳤다. 서석진 전 KCA 원장은 의혹에 "송구스럽다"면서도 "외압과 로비는 전혀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부인했다.
한수원의 월성1호기의 경제성 분석에 대한 감사원의 보고서에 대한 후폭풍도 만만치 않았다.
국민의힘은 한수원이 월성1호기 가동에 대한 경제성을 지나치게 낮게 평가한 것으로 판단했다. 한수원은 2018년 3월 자체 평가보고서에는 월성 1호기를 2022년까지 예정대로 가동시 3707억원의 이익이 발생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하지만 5월 10일 삼덕회계법인 용역보고서 초안에는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하면 경제성이 1778억으로 줄어든다고 했다. 같은 달 14일에는 167억으로 또 줄었다.
특히, 국민의힘 의원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방문 이후 탈원전 정책으로 급선회 한 것으로 보고 공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야당의원과 위증 논란을 펼치면서 합리적 판단이라고 맞섰다. 월성1호기 논란은 국감 마지막까지 계속됐다.
한편, 23일 과방위 국감은 1박2일 국감의 전통(?)을 이었다. 다른 상임위 국감이 모두 마무리됐지만 과방위 국감은 12시를 다 채웠다. 정책현안에 대한 질의보다는 남겨진 시간을 어거지로 채우는 모습이었다. 과방위원도 지치고 피감기관 증인들도 모두 지친 모습이었다. 여기에 종료 30분을 남겨놓고 박성중 간사(국민의힘)와 이원욱 위원장(더불어민주당)간에 오고간 고성과 욕설은 원인, 결과를 떠나 여야 모두 질타를 받기에 충분한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