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KBS가 UHD 프로그램 의무편성비율을 간신히 충족했지만, 정작 콘텐츠 투자는 지상파 3사 중 꼴찌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기준 완화 덕에 기존 작품 화질을 보정한 ‘리마스터링’ 편성만 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변재일·홍정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KBS는 2019년도 UHD 의무편성비율을 달성(KBS1TV 16.4%, KBS2TV 15.9%)했지만 그만큼 리마스터링 비율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UHD 리마스터링이란 HD급 아래 화질의 기존 작품을 UHD급 화질로 보정한 작품이다. 기존 작품을 활용하는 만큼 제작비가 크게 절감된다. 리마스터링 편성은 KBS 1TV가 2017년 1.8%에서 2019년 4.1%로, 같은 기간 2TV가 4.5%에서 7%로 늘었다.
변재일 의원은 “방통위는 방송사의 저조한 UHD 편성실적을 눈 감아주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방통위는 국민 누구에게나 양질의 콘텐츠를 차별없이 제공하겠다는 취지에서 무료보편서비스인 지상파방송에 UHD를 도입했고, 지상파 UHD 방송국 허가조건으로 UHD 의무편성비율을 부여했다. 지상파 UHD 의무편성비율은 2017년 5%, 2018년 10%, 2019년 15%, 2020년 20% 이상으로 해마다 증가하도록 했다.
하지만 KBS를 포함해 지상파방송사들은 방송광고시장 위축 등으로 경영나에 시달리고 있다며 의무편성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KBS1TV의 경우 2018년도 UHD 의무편성비율인 10%를 달성하지 못해 방통위로부터 시정명령 조치를 받았으며, 2019년도에도 전년대비 리마스터링 비율을 대폭 확대해 간신히 편성기준을 지켰다.
이에 방통위는 2019년도 1~3분기까지 30%만 인정됐던 리마스터링 UHD의무편성 인정기준을 그해 4분기부터 2022년까지 100%까지 인정하기로 가이드라인을 변경했다. 원래는 UHD리마스터 프로그램을 100분 편성하면 이 중 30분만 UHD방송 편성으로 인정했지만, 이제는 100분 다 인정이 되는 것이다.
정작 KBS는 3사 중 UHD 콘텐츠 투자에 가장 인색했다. 지난해 KBS의 UHD 콘텐츠 제작 투자액은 786억원으로, MBC(1185억원), SBS(1086억원)보다 각각 398억원, 351억원 덜 투자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지난 3년간 UHD 콘텐츠 투자액으로 따져봐도 3사 중 가장 투자액이 적었다.
실제 KBS의 UHD 시설투자 이행률도 매년 큰폭으로 감소했다. 2017년에는 계획보다 더 많은 투자 실적을 냈으나, 2018년에는 154억원 투자로 227억원 투자계획 대비 67.8%, 2019년에는 126억원 투자로 240억원 투자계획 대비 52.4%를 달성하는 등 KBS의 UHD 시설투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변재일 의원은 “방송사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지상파 UHD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그러다 보니 방통위가 의무편성 인정기준을 변경하면서까지 지상파 UHD 의무편성비율을 맞춰주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KBS는 황금주파수라고 일컫는 700㎒ 대역을 무료로 할당받았으나 정작 UHD 편성과 투자실적은 저조하다”며 “경영환경을 고려해 지상파 UHD 추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정민 의원은 “방통위는 작년 KBS UHD 재허가 과정에서 국가 기간 방송사로서의 책무를 언급하며 UHD 투자에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며 “국정감사에서 KBS가 UHD의 제작·편성·송출을 확대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 마련을 촉구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