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천편일률적인 ‘바(Bar)’ 형태 스마트폰이 변신 중이다. 삼성전자·화웨이·모토로라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접는(Foldable, 폴더블)폰을 출시하며 신시장 저변 확대에 집중한다. 최소 두 번째 폴더블 제품인만큼 혁신 뿐 아니라 시장성을 확보할만한 가격을 갖췄는지도 흥행요소로 꼽힌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가을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폴더블폰 시장 공략을 위한 제조사들 경쟁이 시작된다. 삼성전자는 이달 18일 ‘갤럭시Z폴드2’ 출시를 앞두고 있다. 모토로라는 오는 9일 5세대(5G) 이동통신 모델 ‘모토 레이저 5G(가칭)’를 공식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회사 레노버는 10일 중국 출시를 암시하는 티저를 공개했다. 화웨이 역시 9~10월 중 ‘메이트V(가칭)’를 공개할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5G가 대중화되면서 다양한 콘텐츠들을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게 되자 사람들은 대형 화면을 찾기 시작했다. 폴더블폰은 작은 화면과 큰 화면을 상황에 따라 바꿀 수 있는 사용성을 극대화한 폼팩터 중 하나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폴더블폰 시장 규모는 지난해 70만대에서 올해 450만대, 2022년 2400만대 규모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갤럭시Z폴드2는 갤럭시폴드·갤럭시Z플립에 이은 세 번째 폴더블폰이다. 갤럭시폴드에서 소비자들이 아쉬웠던 점을 신제품에서 개선했다. 접었을 때 6.2인치, 펼쳤을 때 7.6인치로 내외부 화면이 전작(외부 4.6인치, 내부 7.3인치)보다 커진 반면 두께는 더 얇아졌다. 갤럭시Z플립에 탑재해 호응 받았던 초박막강화유리(UTG)는 그대로 가져왔다. UTG는 두께 30마이크로미터(㎛) 수준으로 얇게 가공된 유리로, 기존 소재 투명폴리이미드필름(PI) 대비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모토로라 모토 레이저 5G는 지난 2월 출시된 ‘레이저’ 후속작이다. 과거 가장 인기 있었던 폴더폰 레이저와 비슷한 레트로 디자인을 무기로 삼았다. 그러나 품질 논란을 겪으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이번 제품에서도 외관 디자인은 대체로 유지된다. 지문인식 센서는 후면으로 가고 디스플레이 크기가 커질 전망이다. 전작에서 단점으로 지적됐던 카메라 성능도 개선해 후면 4800만화소가 탑재된다.
화웨이도 두 번의 폴더블폰 출시 경험이 있다. 지난해 출시한 ‘메이트X’와 올해 2월 내놓은 ‘메이트Xs’는 바깥으로 화면이 접히는 ‘아웃폴딩’ 방식을 사용했다. 신제품에서는 안으로 접히는 ‘인폴딩’ 시스템을 채택할 것으로 관측된다. 통상 인폴딩이 아웃폴딩보다 어려운 기술로 알려져 있다. 화면을 안으로 접을 때 디스플레이가 더 심하게 꺾여 기술적으로 이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화웨이는 최근 미국제재로 인해 화웨이 폴더블폰 출시가 예정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화웨이가 아웃폴딩 제품을 출시했던건 인폴딩 기술이 안됐기 때문인데 1년의 시간 동안 이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미국제재로 어려움에 처한 상황들이 제품 출시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폴더블 시장에서 선두주자는 삼성전자다. 화웨이, 모토로라 등이 추격하고 있지만 완성도 면에서 격차가 크다. 그럼에도 경쟁작들이 출시되는 건 유의미하다는 게 업계 평가다. 초기 시장이고 폴더블의 유용함을 각인시는 단계에서 소비자들의 인지도를 높이고 시장 크기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다른 패널보다 고가인만큼 폴더블폰 가격은 비싸질 수밖에 없다. 최초 경쟁이 아닌 후속작들이 속속 나오는 단계인만큼 기능을 개선하면서도 시장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격대도 고려 요인이 된다. 현재 공개된 갤럭시Z플립2는 전작과 유사한 239만8000원이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에게 부담스러운 가격으로 인지되고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은 매우 비싸지만 보편화 될수록 가격이 내려가기 때문에 초기 시장에선 무조건 독주하는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며 “전체 출하량이 예전보다 늘고 있다는 건 현재 플래그십 제품으로 폴더블이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