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데이터 경제 시대가 다가오면서 국가의 데이터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데이터청’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먼저 화두를 던진 것은 야당이다. 지난 4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데이터가 곧 돈인 시대”라며 데이터청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을 제안했다.
11일 미래통합당 과학방송통신위원회와 여의도연구원은 국회에서 데이터청 설립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김종인 위원장는 “지금까지 4차 산업에 대해 얘기는 많이 했지만 실질적으로 이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며 4차 산업혁명이라는 구호의 막연함을 지적했다.
이어서 김종인 위원장은 “정부가 데이터청을 설립해서 각 부처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종합해 관리하고, 그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기업이나 개인이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선결과제라고 생각한다”며 “간담회를 통해 데이터청이 어떻게 구성되면 좋을지 논의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부연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국가 데이터를 총괄하는 데이터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도경화 건국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정부가 마이데이터 사업 등 데이터 활용을 위한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지만 현재 노력 수준으로는 미흡하다”며 “디자인 바이 데이터(Design by Data), 모든 서비스의 근간이 되는 데이터를 취급하는 전문 조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데이터청의 설립 취지에는 공감하나 ‘청(廳)’이라는 조직의 한계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조광원 한국데이터산업협회장은 “만약 데이터청이 신설된다면 행정안전부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조직이 된다. 데이터청에 기대하는 요소를 특정 부처 소속의 기관이 수행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위원회 형태로, 대통령 직속의 강력한 컨트롤 타워가 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윤지영 이화여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이다, 지능형정보기술사회다, 익숙한 말들이지만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며 “김종인 위원장이 데이터가 원유보다 비싸다고 했다. 데이터가 왜 비싼지, 데이터의 가치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데이터 거래의 전제로 데이터의 재산적 가치를 공식으로 인정하는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용자가 자신의 정보를 제공하면 기여한 만큼 경제적 보상으로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이터 기여 보상제’가 법제화돼야 한다는 것이 그 주장이다.
김진욱 한국정보기술(IT)법학연구소 소장은 “데이터청이라는 기관이 신설되면 그 핵심은 데이터 거래가 될 것이라고 본다. 데이터 거래가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으로 다가가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여당도 데이터청 논의장에 참여하는 모양새다. 이광재 의원(더불어민주당)을 필두로 데이터청 관련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보보호 관련 전문가는 “정치권에서 데이터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이런 논의 흐름이 잘 이어진다면 데이터 활용과 보호 사이의 절묘한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