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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해소 안 된 데이터3법, “쓰란 건지, 말란 건지···”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지난 1월9일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법이 적용되는 100일가량 앞둔 현재 정부는 후속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후속 조치에도 핵심 쟁점이 해소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이어지고 있어 ‘데이터3법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다.

데이터3법 개정안은 기존 ‘개인정보보호’에서 ‘데이터 활용’으로 무게추를 옮기기 위한 법안이다. 다소 위험이 있으나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미래 기술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추진됐다.

개정법은 ‘가명정보’ 개념 도입과 이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주요 골자로 한다. 기존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야만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었던 ‘개인정보’와 달리 가명정보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더라도 활용할 수 있다.

데이터 활용을 희망하던 기업 및 기관은 데이터3법 개정안의 통과로 침체돼 있던 데이터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3월31일 데이터3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되며 분위기가 반전했다. 시행령에서 요구됐던 불확실성 해소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정법에서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가명정보’, ‘익명정보’의 구분이 가장 중요하다. 개인정보의 경우 기존법과 마찬가지로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야만 하고, 동의받은 범주 내에서만 활용할 수 있도록 엄격히 관리된다.

이에 반해 해당 정보로는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는 익명정보는 개인정보에 비해 다소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가명정보는 개인정보와 익명정보의 사이에 있는 정보다. 단일 정보로는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지만 추가 정보를 결합할 경우 개인정보가 되는, ‘개인정보가 되기 직전의 정보’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가명정보’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와 개인정보를 가명정보로 바꾸는 ‘비식별 조치’에 대한 기준이다. 가명정보가 무엇인지, 어떤 비식별 조치를 취해야 가명정보가 되는지는 ‘데이터 활용’이라는 데이터3법의 입법 취지와 맞닿아 있다. 이것이 해소되지 않으면 데이터 활용은 불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시행령에서 이와 같은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3월31일 입법예고된 시행령에는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불확실성 해소’는 없고 되려 ‘모호성’만 더해졌다.

시행령 개정안 제14조의2에 추가된 ‘개인정보를 추가적으로 이용하려는 목적이 당초 수집 목적과 상당한 관련성이 있을 것’, ‘개인정보를 수집한 정황과 처리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추가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 가능할 것’이라고 게재돼 있다. ‘상당한 관련성’, ‘관행에 비추어 예측 가능할 것’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 개인정보보호 전문가들 다수는 이와 같은 모호성을 지적했다.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의 적법성도 판단하기 어려운 데다 적법하다고 판단해 활용했다가 불법적인 이용으로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정법에서는 개인정보의 처벌 규정을 대폭 강화했다. 단순 실수로도 형사처벌이 가능한 구조다.

개정법 시행은 8월5일이다. 100일가량 남았다. 남은 기간 내 마땅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데이터3법 무용론’은 현실화된다.

시행령이 끝은 아니다. 시행령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다음 하위법령인 ‘시행규칙’을 기약할 수 있다. 또 시행규칙에서도 해소되지 않을 경우 법 해설서나 가이드라인 등도 있다. 하지만 불확실성 해소가 늦어질수록 데이터 활용을 고대한 기업·기관의 준비는 더뎌질 수밖에 없다.

정보보호 업계 전문가는 “코로나19 때문이라곤 하지만 일정이 많이 늦어지고 있다”며 “당초 2월 내 시행령 초안을 내고 논의하기로 했던 것이 3월 말일에 돼서야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외부 환경으로 인한 지연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나온 시행령 초안이 너무 기대에 못 미친다”며 “현행법이 데이터를 사용하란 건지 말란 건지도 모를 정도”라고 비판했다.

한편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는 오는 2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데이터3법 시행령 개정안 토론회를 개최한다. 입법예고 중인 데이터3법 시행령 개정안에 산업계 및 전문가, 국민들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돼 관심 있는 국민 누구나 시청할 수 있다.

<이종현 기자>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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