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인공지능(AI)으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어르신 돌봄 서비스가 올해 하반기 상용화된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복지’ 필요성이 커진 가운데 정보통신기술(ICT)이 고령화 사회 최대 난제인 치매 돌봄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SK텔레콤은 자사 AI 스피커 ‘누구(NUGU)’를 활용한 어르신 돌봄 서비스를 이르면 7월 일반 고객(B2C) 대상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누구 돌봄 서비스는 지난해 4월부터 지방자치단체 및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협력해 일부 독거 어르신을 대상으로 제공되고 있다.
이준호 SK텔레콤 SV추진그룹장은 이날 열린 온라인 간담회에서 “지난해 예산 30억을 투입해 시스템을 만들었고, 필요한 취약계층 어르신에게 스피커와 인터넷 비용 등을 부담하고 있다”면서 “각 가정에서 사용하는 서비스는 오는 하반기, 7월쯤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누구’가 지원하는 AI 특화 서비스는 크게 4가지다. ▲인지훈련 강화 퀴즈를 통한 치매 예방 프로그램 ‘두뇌톡톡’ ▲기억력 테스트 프로그램 ‘기억검사’ ▲복약 안내 및 지역 소식을 전하는 ‘소식톡톡’ ▲건강정보와 잡지 좋은생각 콘텐츠를 읽어주는 ‘건강톡톡’ 등이다.
그중 두뇌톡톡은 실제 치매 발현을 2년 정도 늦출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회사는 밝혔다. SK텔레콤과 프로그램 개발 협력을 한 서울대 의과대학 이준영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8주간 매주 5일씩 꾸준히 이용한 어르신의 경우 장기 기억력과 주의력·집중력이 크게 향상됐다.
연구팀은 해당 결과를 담은 논문을 해외 유명 의학 저널(JMIR mHealth and uHealt)에 투고했으며, 내달 중 상세한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누구가 이달부터 제공 중인 ‘기억검사’ 역시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연구팀은 권고하고 있다. 기억검사는 퀴즈 정답 개수에 따라 기억 건강 단계를 알려주는 식이다. 주요 대학병원과 치매안심센터에서 운영하는 인지 검사 프로그램을 집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이준호 그룹장은 “B2C 서비스에서 가장 염두에 둔 것이 치매 예방”이라며 “향후 헬스케어 플랫폼 역할을 하도록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어르신의 기억력 수준을 확인하는 수준이나, 향후 어르신의 목소리나 말투 변화로 치매를 진단하는 서비스도 계획 중이다.
SK텔레콤은 지난달부터 누구 돌봄 서비스를 노인요양 전문기관에 제공해 B2B 사업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우선 노인장기요양 수급자를 대상으로 한다. 회사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복지 필요성이 커진 만큼 향후 AI 스피커를 활용한 돌봄 수요가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치매 국가책임제’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향후 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이 가능할지도 주목하는 부분이다. 이준호 그룹장은 “대한민국 모든 취약계층 어르신에게 누구 돌봄서비스를 적용하기엔 비용 부담이 있다”면서 “정부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그룹장은 “치매 예방 서비스는 국가 예산이 연간 17조원에 달하며 특히 고령화 사회에는 치매 예방을 위해 미래 세대가 부담해야 할 금액이 커질 것”이라며 “제도적으로 AI 치매 예방 서비스가 보편화되도록 정부가 복지 서비스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누구 돌봄 서비스는 치매 예방을 비롯한 AI 특화 서비스 외에도 음악 감상이나 감성 대화 등 정서 케어도 담당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ADT캡스와의 협력으로 위급 시 24시간 119에 연계하는 프로세스도 갖췄다. 실제 이를 통해 지난 1년간 23명의 어르신이 긴급 구조를 받았다.
이 그룹장은 “기존 지자체의 독거노인 돌봄 서비스 취지가 단순히 고독사를 빨리 확인하는 것이었다면, SK텔레콤은 더 나아가 고독사를 미리 방지하고 어르신들의 고독함을 치유하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이 서비스가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한편, SK텔레콤의 누구 돌봄 서비스는 현재 전국 14개 지자체의 약 3100 가구 어르신들이 이용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된 어르신 댁내 AI 스피커 설치가 6월 중 재개되면 올해 연말까지 총 6500명가량 어르신이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