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KB국민은행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Liiv M)’이 다른 알뜰폰으로부터 가입자 40%가량을 가져온 것으로 나타났다. 알뜰폰 시장 부진 속에서 ‘반값 할인’을 무기로 가입자를 빠르게 유인하고 있다는 평가다.
고객을 빼앗긴 경쟁사들 입장에서는 ‘국민은행이 금융과 통신의 융합혁신이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저가 요금제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중소사업자가 많은 알뜰폰업계에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출혈경쟁을 유도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2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국민은행 리브엠의 번호이동 가입자는 3만7795명 순증했다. 특히 전체 번호이동 건수 4만2583건 가운데 약 38%인 1만6277건은 기존 알뜰폰 업체들로부터 유입됐다. 같은 기간 세종텔레콤과 에넥스텔레콤 등 중소 알뜰폰 업체들은 가입자 2만9545명이 빠져나갔다.
리브엠이 가져온 번호이동 가입자는 통신사와 알뜰폰이 6대4 비율이지만 실제 통신사 대비 시장 규모가 훨씬 적은 알뜰폰의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선불 요금을 제외한 전체 통신 시장에서 알뜰폰 가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월 기준 6.5%에 그친다.
리브엠이 공격적으로 가입자를 확장할 수 있었던 데는 파격적인 요금 할인이 주효했다. 현재 리브엠은 기본료 4만4000원의 LTE 무제한 요금제(월 11GB 데이터 소진 후 속도제한 3Mbps)를 월 2만2000원에 팔고 있다. 거래실적과 상관없이 가입자당 1년간 요금을 반값 할인하는 프로모션이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국민은행의 반값 할인 요금제는 통신사(LG유플러스)에 지불하는 망 도매 대가와 기타 마케팅 비용까지 빼면 가입자당 월 1만1000원가량 손해라는 것이 업계의 추산이다. 리브엠 전체 가입자의 90% 이상이 해당 요금제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가입자 5만명당 연간 50억원 이상의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는 추론이다.
알뜰폰업계는 달갑지 않은 눈치다. 국민은행은 신생 사업자인 동시에 대기업 금융사인 만큼 막강한 자본력으로 버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중소사업자는 생존 위협에 내몰릴 수 있다는 논리다. 결국에는 대형 사업자만 시장을 독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알뜰폰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장 저가 요금제가 반갑겠지만 대형 사업자 위주 경쟁이 계속되고 중소 업체가 도산하면 오히려 요금이 다시 인상될 수 있다”면서 “특히 국민은행처럼 금융 사업자가 통신 시장에 진출한 경우는 전례가 없다 보니 이런 부작용을 막을 정부 규제로부터도 벗어나 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기통신사업법상 연 매출액 800억 이상의 알뜰폰 업체는 과기정통부에 요금제 인가를 받고 있어 사실상 시장 평균 이하 요금제를 낼 수 없다. 통신사 계열 알뜰폰 기업들이 대부분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대형 사업자임에도 자본력과 별개로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 지 얼마 안 돼 해당하지 않는다.
이와관련 과기정통부는 “국민은행이 대기업이긴 하지만 알뜰폰 사업만 따지면 매출상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요금제를 문제 삼긴 어렵다”면서 “국민은행은 당초 정부 규제 샌드박스에서 금융 혁신 서비스로 지정돼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 것이기 때문에 시장 활성화 측면에서 좀 더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진 통신사에서 알뜰폰으로의 이동보다 알뜰폰에서 통신사로의 이동이 훨씬 많았는데 그런 면에서 리브엠이 어느 정도 통신사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한다고 본다”면서 “실제 리브엠으로 번호이동 한 알뜰폰 가입자들을 보면 중소 알뜰폰의 비중은 약 4%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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