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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s 톡] 예상치못한 금융권 ‘콜센터 재택근무’…최종 수혜자는?

- '금융 콜센터 밀집도 해소'는 난제, 재택근무 분산은 현실적으로 제한적
- 콜센터 인력 줄이되 인공지능(AI)에 촛점맞춘 인프라 혁신 서두를 듯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최근 서울 구로구의 A보험사 콜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해 충격을 줬다. 특히 금융권의 콜센터 환경이 대부분 이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이는 전국 700여개 콜센터, 6만명이 넘는 콜센터 직원들이 동일한 위험에 노출됐음을 의미했다.

결국 정부는 지난 13일, 콜센터 사업장 내 밀집도를 기존 대비 1/2로 낮추는 긴급대책을 발표했다. 한자리씩 띄어앉기, 지그 재그형 자리배치 등을 통해 상담사간 이격거리를 1.5m 이상 확보하고, 상담사 칸막이를 최하 60cm 이상 유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만약 콜센터의 여유 공간이 부족한 경우, 분산·재택근무(원격근무)를 권고했다.

결국 지난 16일부터 신한은행이 일부 콜센터 직원들의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신한은행은 영업일 9시~18시 근무 콜센터 직원 448명중 150명이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기존 콜센터에서 여유있는 물리적인 공간 확보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재택근무로 인원을 분산시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상품안내, 비대면 채널 이용방법 안내, 서류 및 자격조건 안내 등 개인 정보 조회가 불필요한 업무가 대상이다. 개인 정보보호를 위해 상담 중 개인정보 조회가 필요할 경우에는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전화를 이어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금융 콜센터의 재택근무 확산… 근본적인 대책일까?

금융권에서 콜센터 직원들의 재택근무는 외형상으로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벤치마킹 사례가 나오면 이를 신속하게 뒤쫓아가는 국내 금융권의 문화를 고려했을 때 그렇다. 신한은행의 사례처럼, 민감한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업무는 재택근무에서 물리적으로 배제시켰다는 점에서 금융 당국의 부담도 덜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은 ‘물리적 망분리’ 예외를 인정한 ‘비조치 의견서’를 통해 외부(원격)에서 금융업무 진행이 가능하도록 허용했기때문에 재택근무자도 개인 금융정보를 다루는 업무가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코로나 전염병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내려진 조치다.

물론 현재로선 금융회사들도 콜센터 재택근무를 확대시키더라도 개인금융정보를 다루는 깊숙한 업무까지 확장될 가능성은 적다. 만약 재택근무 과정에서 개인금융정보의 유출 사고라도 난다면 이는 또 다른 사회적 파장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금융회사의 입장에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출혈을 감수해야한다.
또한 재택근무시 금융 콜센터 서비스의 품질이 기존처럼 제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쩌면 이는 금융권이 콜센터 재택근무의 업무 확장을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재택 근무를 도입했지만 실제 실행해본 결과, 일과 업무의 경계가 무너지는 부작용을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체로 금융권 콜센터 상담 직원 구성이 대체적으로 여성, 기혼자 비중이 높은 편이다. 재택근무시 서비스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기위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은 원래부터 '콜센터 직원의 재택근무'라는 상상을 한번도 해본적이 없다. 따라서 이에 맞는 매뉴얼을 마련해 놓지도 않았다. 재택에서 콜센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 지극히 부자연스러운 장면이다.

이때문에 재택근무를 가정한 콜센터 IT인프라의 대규모 투자확대가 이어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그리 높지 않아보인다.

물론 금융권이 콜센터 재택근무를 확대할 경우, 이를 지원하기위한 솔루션들은 이미 나와있다. 현재 효성ITX, 브리지텍 등 국내 콜센터 솔루션 관련 업체들은 다양한 형태의 스마트 컨텍센터(Smart Contact Center)를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효성ITX는 콜센터 상담자의 이동성을 대폭 개선한 모바일 콜센터, 또 클라우드 기반의 원격 콜센터 지원 솔루션을 새롭게 출시하고 있다. 당초 감염병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 아니고, 재택근무용으로 만든 것은 아니지만 격리가 요구되는 상황에선 유용하게 응용할 수 있다.

◆금융권의 예상치 못한 고민, ‘콜센터 고도화? AI로 대체?

'코로나19'는 금융권에게 전혀 예상치 못한 고민을 던지고 있다. 금융 콜센터의 밀집도롤 1/2로 감소시키는 것은 금융회사에겐 생산성도 그만큼 1/2로 감소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콜센터 인력 감소로 인한 고객의 불편, 금융회사의 신뢰도가 하락은 계량화할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된다하더라도 이제 금융권은 예전처럼 밀집도가 높은 콜센터 근무 환경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금융권은 '집단 감염'을 핵심 리스크 인자로 가정한 BCP체계를 만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01년 미국 9.11 테러이후, 국내 금융권에서 ‘실시간 DR(재해복구)센터’가 정착됐듯이 코로나19 사태는 콜센터 업무환경의 근본적인 전환, 그리고 콜센터 기능을 재설정하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비대면거래의 확대,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 등으로 이제 금융 콜센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금융권은 콜센터 기능 혁신을 위한 몇가지 전략을 깊게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콜센터 인력을 1/2로 줄여도 생산성은 기존처럼 유지할 수 있는 콜센터 인프라 투자의 확대 ▲인공지능(AI)의 역할을 늘리면서 인력 중심의 콜센터 비중을 줄이는 방안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재택근무 확대를 통한 콜센터 서비스의 확산은 일시적인 현상일뿐 현재로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물론 금융권의 ‘콜센터 인프라 고도화를 통한 생산성 혁신’은 단순히 시중에 나와있는 스마트 콜센터 장비를 확충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금보다 뛰어난 수준의 음성인식기술, 챗봇, 인공지능(AI) 기술 등이 콜센터 근무자의 업무 실행 프로게스와 추가로 결합됐을 때 시장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생산성 창출이 가능하다.

◆금융권, ‘사람 + AI' 기반의 혁신적 콜센터 모델에 주력할듯

그동안 금융권의 디지털트렌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은 비대면 중심의 업무 프로세스 혁신에 맞춰져 왔다.

이 때문에 금융권은 3~4년전부터 콜센터 기능을 혁신하기위해 인공지능(AI) 기능을 결합하는 등 콜센터의 지능화, 스마트화에 적지않은 투자를 시도했다. NH농협은행은 이미 2017년에 ‘AI콜봇’ 서비스의 구축을 완료했다. ‘AI콜봇’은 기존의 문자를 입력하는 챗봇보다 편리하게 음성으로 금융상담이 가능하며, 대기시간 없이 인공지능과 즉각적인 질의응답이 가능하다.

다만 아직은 AI가 인간을 대신할만큼의 수준은 여전히 아니다. AI를 통해 콜센터 직원의 업무를 보조함으로써 생산성 증가가 이뤄졌다는 평가는 나왔지만 과연 사람을 대체할 수 있을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현장의 평가다.

결국, 금융권은 콜센터 직원들의 밀집도를 크게 줄이되 AI의 성능을 높이는 방향으로 콜센터 스마트화 전략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콜센터 밀집도를 줄인다'는 것은 곧 그만큼 콜센터 직원의 감소를 의미할 수도 있다. 금융권은 그 공백을 AI로 대체하는 방법을 더욱 강력하게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의 콜센터 IT인프라의 물리적 투자는 다소 확대하기는 하겠지만 그 촛점은 AI에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최근 금융권 콜센터 재택근무 이슈로 인한 수혜는 기존 콜센터 솔루션 업체들보다는 AI 전문기업들에게 더 열려있다고 볼 수 있다.

<박기록 기자>rock@ddai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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