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구현모 KT CEO 내정자의 경영 밑그림이 드러났다. 당초 공언했던 이용자 중심의 조직을 위해 주요 조직을 통합하는 한편, AI/DX사업부문을 신설해 5G 네트워크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KT는 16일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조직의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해 주요 부분을 통합하고 최고 의사결정 구조도 단순화했다. 또한 인공지능과 5G 등 그룹의 핵심 사업부문에 대해서는 융복합 서비스, 미래가치 창출을 위해 조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했다.
KT는 과거 한국통신 시절부터 최고 경영자 직급이 사장이었다. 그러다 이석채 전 CEO 시절 KTF 합병으로 회사 규모가 커지는 만큼 사장보다 회장이 적절하고 책임경영을 위해 소사장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현재의 구조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번에 KT 회장후보심사위원회는 CEO 선출과정에서 회장직을 없앴다. 이석채 회장 시절부터 논란이 된 고액 연봉과 국민기업으로 불리는 KT에 회장직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회장직 폐지는 구현모 내정자의 결정은 아니었지만 구 내정자는 심사위 결정에 맞춰 조직개편 및 인사를 진행했다. 구 내정자와 동일직급이었던 김인회, 오성목, 이동면 사장은 그룹인재실로 발령이 났다. 대신 박윤영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구 내정자와 전체 경영을 책임지게 했다.
조직 측면에서 가장 큰 변화는 영업과 상품·서비스 조직 통합과 AI/DX 융합사업부문 신설이다.
구 내정자는 지난 13일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에게 조직개편과 관련해 "고객 중심으로, 고객이 원하는 것을 빠르게 제공할 수 있는 조직으로 재편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KT는 영업과 상품∙서비스 개발로 나눠져 있던 조직을 통합했다. 기존 커스터머&미디어부문과 마케팅부문을 합쳐 커스터머(Customer)부문을 신설했다. 커스터머부문은 5G, 기가인터넷을 중심으로 유무선 사업과 IPTV, VR 등 미디어플랫폼 사업에 대한 상품∙서비스 개발과 영업을 총괄한다. 여기에 기업고객(B2B)과 글로벌고객(B2G)을 담당하던 부서도 통합했다. 기존 기업사업부문과 글로벌사업부문을 기업부문으로 재편했다. 기업사업에서 성과를 거두며 승진한 박윤영 사장이 부문장을 맡는다.
신설된 AI/DX융합사업부문은 본업인 네트워크에 AI,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을 융합시켜 개인 소비자는 물론, 기업고객의 디지털 혁신을 돕는 역할을 하게 된다.
AI/DX 융합사업부문의 핵심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다. 기존의 AI사업단을 본부로 확대개편했다. 특히, AI사업 성패가 데이터 활용에 달려있는 만큼, 기존 빅데이터 사업지원단을 본부내에 포함시켜 시너지 극대화를 노린다. 블록체인 비즈센터, 커넥티드카 비즈센터, 비즈 인큐베이션 센터 등은 인큐베이션단에서 기존의 역할을 이어간다. AI/DX융합사업부문장은 최고디지털혁신책임자(CDXO, Chief Digital Transformation Officer)로서 KT의 디지털혁신을 책임지는 전홍범 부사장을 보임했다.
KT는 이번 조직개편에 대해 "성장정체 극복을 위한 새로운 사업 포트폴리오 확보가 필요하다"며 "소프트웨어 개발 등 새로운 역량 확보를 위한 내부 리소스와 인프라의 전환요구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B2C에서는 개인화 등으로 고객의 요구는 더욱 세분화됐고 B2B에서는 5G, 클라우드 기반의 산업별 디지털 혁신 요구와 기회가 확대됐다"며 "고객 중심의 프로세스 개선으로 고객과의 관계 및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