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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보조금이 고객정보유출 ‘편법’ 키웠다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통신사들의 불법보조금 경쟁이 고객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또 다른 폐해를 낳고 있다.

1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일부 통신사들은 특정 대리·판매점 또는 특정 시간대에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을 몰아주고 있다. 이에 따라 유통채널들도 장려금이 몰리는 판매점이나 시간대를 기다렸다가 개통을 접수 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용자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가는 행위다.

예를 들어 A, B 판매점 가운데 A 판매점이 신규 고객을 유치했어도 장려금이 더 많이 실린 B 판매점에서 개통하는 방식이다. 또는 정부의 유통 감시망이 느슨해진 저녁 시간대를 기다렸다가 개통을 접수한다. 통신사들의 공공연한 장려금 차등 정책으로 인해 판매점들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로 인한 고객정보 유출 위험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휴대전화 개통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개인정보 유출·도용을 막기 위해 지난 2016년 ‘신분증 스캐너’를 도입했다. 신분증을 스캔한 뒤 명의도용 방지시스템을 거쳐야만 개통토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신분증을 들고 매장에 직접 방문해야 한다.

일부 판매점들은 고객 신분증을 미리 받아 장려금이 집중된 다른 판매점으로 퀵 서비스를 보내거나, 신분증을 장기간 보관해뒀다가 통신사 보조금이 확대되는 때를 노려 개통시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개인정보는 오랜 시간 무단 반출 혹은 범죄에 악용될 위험에 여과 없이 노출된 셈이다.

통신사들은 최근 신분증 스캔 후 2시간 안에 개통을 진행하도록 제한하는 정책을 유통망에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스캐너 악용을 막겠다는 명목이지만 또다른 문제점을 낳고 있다. 제한시간이 붙자 오히려 신분증 보관기관이 더 길어졌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의 보조금 경쟁이 개인정보 유출 불씨를 키운 것”이라면서 “근본 원인인 리베이트 차별 관행이 사라지지 않으면 판매점들의 출혈경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유통망 조사만 할 게 아니라 통신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러한 개인정보 유출 문제에 손을 놓고 있다. 방통위는 이와 관련해 “전반적인 실태조사 과정에서 신분증을 편법으로 보관하는 문제가 적발되면 조치할 수 있다”면서도 “스캐너 자체가 법적 의무 사항은 아니기 때문에 악용하는 것에 대해 벌칙을 부과하기 어렵고, 현재로서 집중 조사 대상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이 물론 개선해야 할 점이 많지만, 취지 자체는 이용자 차별을 막는 것이다. 누구는 비싸게 구매하고 누구는 싸게 구매하는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판매점에만 보조금을 몰아주는 통신사들과, 사실상 이를 묵과하는 방통위로 인해 소비자 혼란이 더 커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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