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주춤했던 번호이동 시장이 7월 들어 다시 불붙었다. 통신사 간의 가입자 뺏고 뺏기기가 한층 치열해졌다.
가장 큰 성과를 거둔 것은 LG유플러스다. 경쟁사 대비 번호이동 순증이 가장 늘었다. 그만큼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였다는 뜻이다. SK텔레콤과 KT는 못마땅한 모습이다. LG유플러스가 시장 과열을 주도해놓고 정작 불법보조금 고발 카드를 꺼냈다는 지적이다.
1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7월 이동통신 3사와 알뜰폰의 번호이동 건수는 총 49만3290건으로, 전월보다 6만6301건(15.6%) 증가했다. 올해 들어 지난 3월(49만9314건) 이후 두번째로 높은 숫자다. 6월만 해도 번호이동 건수는 올해 가장 낮은 42만6989건이었다.
통신사별로 보면 가장 약진한 곳은 LG유플러스다. 자사 번호이동을 제외하고 11만7516명을 내주는 대신 13만1766명의 가입자를 경쟁사로부터 유치해 1만4250명이 순증했다. SK텔레콤은 17만3134명을 확보하고 15만9945명을 빼앗겨 1만4189명 증가했다. 반면 11만6050명을 데려온 KT는 11만4372명이 빠져나가면서 1678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대체로 번호이동 시장은 신규 단말기 출시와 통신사들의 보조금 경쟁에 따라 등락이 반복된다. 실제로 갤럭시S10이 출시된 3월 번호이동은 49만9314건까지 올랐다가 4월 45만9073건으로 감소했다. LG V50 씽큐 ‘공짜폰’ 대란이 있던 5월에는 48만2405건으로 치솟고 6월에 다시 하락했다.
하지만 7월은 새로운 단말기 출시 이슈가 없는 통신업계 비수기로 통한다. 그럼에도 갤럭시S10 출시월인 3월 이후 올해 들어 두 번째로 높은 번호이동 건수를 기록했다. 이 기간 이용자들의 번호이동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통신사들의 보조금 정책이다.
LG유플러스가 경쟁사 대비 가장 많은 번호이동 성과를 이룬 것은 그만큼 마케팅 비용을 공격적으로 집행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달 LG유플러스 일부 유통망은 출고가 119만9000원의 V50 씽큐를 ‘마이너스폰’으로 판매하기도 했다. 출고가를 넘는 보조금을 얹어 이용자를 유인한 것이다.
앞서 LG유플러스는 지난달 24일 방송통신위원회에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제13조에 따른 실태 점검과 사실 조사를 요청하고 SK텔레콤과 KT를 불법보조금 살포 혐의로 신고했다. 단통법 역사상 처음이다. 그러나 LG유플러스도 불법보조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제살깍기를 했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SK텔레콤은 “번호이동 시장은 결국 보조금으로 움직이는 시장”이라면서 “요즘은 이용자 대부분이 기기변경을 하는 추세인데도 번호이동 시장에서 LG유플러스가 선전했다는 것은 그만큼 보조금 정책을 공격적으로 진행했단 얘기”라고 해석했다.
물론 보조금 전쟁은 LG유플러스뿐 아니라 통신3사 모두가 참여한다. 결과적으로 LG유플러스의 이러한 마케팅 전략이 유효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KT는 “통신업계에서 한 사업자가 마케팅을 과열시키면 나머지 사업자들도 가입자를 가만히 앉아서 뺏길 수는 없는 만큼 그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작 그래놓고 LG유플러스가 불법보조금 문제로 경쟁사들을 왜 신고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LG유플러스도 할 말은 있다. 통신3사 중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선두를 추격해야 하는 입장인 만큼 시장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펼칠 수밖에 없다. LG유플러스는 “LG유플러스의 시장 점유율이 20%라는 얘기는 거꾸로 보면 새로 개척할 수 있는 시장의 범위가 80%라는 얘기”라면서 “SKT나 KT에 비해 번호이동자가 당연히 많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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