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 드넓은 올림픽공원 잔디밭 위. 꼼지락거리는 귀가 보이더니 이내 거대 고양이가 나타났다. 미세한 털 날림, 갸우뚱거리는 고개가 제법 실감이 난다. 이번엔 거대 비룡의 등장. 하늘을 날며 불까지 내뿜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 CG 못지않은 퀄리티다.
이 모든 장면이 손에 쥔 스마트폰 화면 안에서 구현된다. SK텔레콤의 증강현실(AR) 서비스 ‘AR동물원’을 통해서다.
SK텔레콤은 지난 13일부터 ‘점프 AR’ 앱을 통해 ‘AR 동물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변 어디에서나 다양한 동물 캐릭터를 AR로 볼 수 있는 서비스다. 특히 서울 올림픽공원과 여의도 한강공원에선 자이언트 캣과 자이언트 비룡 등 거대동물까지 만날 수 있다.
16일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을 찾았다. 더운 날씨에도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았다. 대형 고양이 조형물이 들어선 포토존도 인기였다. 한쪽에는 SK텔레콤의 VR 및 멀티뷰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는 ‘5GX 쿨파크’가 마련돼 있었다.
이곳에서 직접 앱을 열고 거대동물을 소환해봤다. 잔디밭 위로 포털이 열리더니 자이언트 캣이 솟아올랐다. 고양이를 터치하자 꼬리를 세우며 반응을 보였다. 이내 화면을 향해 깜짝 돌진하기도 했다. 자이언트 비룡은 더 다이내믹했다. 하늘로 번쩍 날아오르거나 화염을 내질렀다. 비룡에 가까이 다가가자 화면에선 다칠 수 있다(?)며 경고 메시지까지 떴다.
거대동물뿐만 아니라 미니동물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였다. 미니동물은 특정 장소가 아니어도 사용자 주변 어디서나 소환할 수 있다. 총 5종 동물(미니캣·레서팬더·웰시코기·알파카·미니비룡)이 랜덤으로 나타난다. 이 동물을 이용자가 직접 색칠해서 꾸밀 수도 있다. 기자의 부족한 그림 솜씨로 흉물스러운 알파카가 탄생했지만 잔디밭 위를 뛰어노는 모습이 나름 흐뭇했다.
전진수 SK텔레콤 5GX서비스사업단장(상무)은 “AR 동물원은 SK텔레콤의 초실감 렌더링 기술을 통해 기존 AR의 인공적인 느낌 대신 진짜 같은 콘텐츠를 제공한다”면서 “동물들과 사진·영상을 찍어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은 동물들이 움직일 때마다 수만 가닥 털의 흩날림과 미세한 근육 움직임을 실감 나게 묘사하기 위한 기술 구현에 공을 들였다. 이를 위해 초실감 렌더링, 환경반영 렌더링, 모바일 렌더링 최적화 등 다양한 기술을 종합한 ‘T 리얼 렌더링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영화에서 주로 쓰는 시각특수효과의 일종인 퍼(Fur) 시뮬레이션·유체 역학 시뮬레이션까지 적용했다.
전진수 상무는 “예컨대 점프 AR에선 고양이가 실제 주변 환경에 따라 어둡게도 밝게도 표현되며, 실내에서 불을 켜면 고양이가 화들짝 놀라는 제스처까지 보인다”면서 “이는 현실 환경을 증강된 콘텐츠에 그대로 반영하는 고난도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향후 AR 동물원에서 라쿤, 호랑이, 판다 등 새로운 동물은 물론 미국 NBC 유니버설과 협업해 ‘쥬라기 월드’의 공룡들도 선보인다. 현재 서울 여의도 공원과 올림픽공원에서만 볼 수 있는 거대동물은 대전 보라매공원, 대구 두류공원, 광주 5.18 공원 등 전국 단위로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