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중한기자] 온라인에서는 폐쇄성, 오프라인에선 개방성을 찾는 등 종잡을 수 없는 취향의 Z세대가 온·오프라인 풍경을 바꾸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세대를 의미하는 Z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과 함께해 인터넷에 익숙하지만, 오프라인 활동을 중시하는 등 기성세대와 상반된 가치를 추구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트업 붐이 사그라드는 것과 달리 Z세대를 공략하는 스타트업이 가파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Z세대는 내년이면 전세계 소비자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돼 긍정적인 전망이 가능하다.
◆“Z세대, 옷 핏 위해 오프라인 매장 찾지 않아”=플리팝이 운영하는 러블리 마켓은 인터넷 쇼핑몰에서만 볼 수 있는 패션 상품을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로 가져왔다. 1~2개월에 한 번씩 열리는 러블리 마켓은 성장을 거듭해 지난 2월에는 6만명이 방문했다. 이들 대부분이 여자 중고생이다.
Z세대가 오프라인을 선호하는 이유는 기성세대와 같이 온라인에선 직접 입었을 때의 느낌을 알 수 없다는 점이 아니다. 러블리 마켓의 강점은 온라인에서만 볼 수 있던 쇼핑몰 속 인물을 직접 만나고 소통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캐셔가 판매하는 백화점과 달리 업체 사장이나 디자이너가 직접 나와 이용자들과 유대감을 쌓는다.
김동화 플리팝 대표는 "인터넷에서 얼마든지 살 수 있는데도 이들이 오프라인으로 나오는 이유는 상품 자체보다도 줄 서서 기다리고, 마주치면서 쌓는 관계 형성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디지털 세대인 이들은 인공지능(AI) 챗봇에는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인간적인 감성을 최우선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20대 후반만 되도 줄 서서까지 옷을 구매하지 않지만, Z세대는 돈만 주면 살 수 있는 것보다 기다린다는 것 자체에 매력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러블리 마켓에서 단독으로 판매하거나 최초 공개하는 품목도 늘리고 있다.
온라인의 편의성을 놓치진 않았다. 초기에는 종이 번호표를 배부했으나, 이용자가 1만명이 넘어가면서 GPS 기반 예약시스템을 도입해 시간이 될 때 알람을 전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신용카드 사용이 불가능한 10대 고객들을 위해 자체개발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러마(러블리마켓) 페이를 도입했다.
◆“불편함이 매력…‘Z세대식’ CD 인기로 글로벌 진출”=뮤즈라이브의 ‘키트’는 스마트폰 이어폰 단자와 결합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스마트 기기다. 별도의 장비가 필요해 소장용 굿즈로 전락한 CD나 LP와 달리, 키트는 스마트폰과 연결해 편의성과 소장 가치를 동시에 지닌다.
이용자는 10대가 65%, 20대가 25% 이상을 차지한다. 스마트폰에 키트를 연결하고 있을 때만 음원을 들을 수 있다는 불편함이 매력으로 작용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높은 호응을 받고 있다.
국내에선 SM, 플레디스, 젤리피쉬 등 30여개의 음반 제작사와 협업하고 있으며 일본 가온차트에는 음원, CD 등과 더불어 스마트키트도 차트 기준에 올라가 있다. 미국에선 전 세계 음반유통의 40%를 차지하는 유니버셜 뮤직과 방탄소년단, 테일러 스위프트 등의 음반을 스마트키트로 출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폐쇄형 커뮤니티를 통해 관계의 즐거움을 전달한다는 점도 성공의 주요 원인이다. 뮤즈라이브는 키트를 통해 앱 내에 폐쇄형 커뮤니티를 두고 직접 녹음한 셀프 음원을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석철 뮤즈라이브 대표는 "관계망을 중시하는 Z세대의 특성상 앱 내에서 활발한 교류가 이뤄진다"며 "Z세대는 수동적으로 받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아 제작·공유 등 참여할 기회를 넓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업 치이는 Z세대에 폐쇄형 온라인 놀이터를’=새로운 만남을 가치로 표방하는 여타 채팅 앱과 달리 실제 친구 2~8명과 영상통화 할 수 있는 웨이브(WAVE)도 인기다. 다른 화상채팅 앱과 달리 24세 미만이 전체 이용자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학업으로 바빠 직접 만나기 어려운 Z세대에게 오프라인에서 함께 노는 느낌을 전달해 호응이 높다.
화상채팅 중 화면에 그림을 그리고 유튜브 영상이나 인터넷 페이지, 웹툰, 사진 등을 실시간 공유해 같이 볼 수 있다. 마피아나 그림 퀴즈, 방탈출 등의 게임도 함께할 수 있다. 현재 월 이용자 수(MAU)는 15만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서비스가 처음부터 잘 된 것은 아니다.
이성호 웨이브 대표는 "서비스 초기에는 유튜브 웹 사진만 같이 보면서 놀 수 있었는데 반응이 높진 않았다"며 "이후 이용자 피드백을 반영해 콘텐츠를 늘려 현재와 같은 모습이 됐다"고 말했다.
Z세대가 동영상에 익숙하다는 점만 집중했으나 관계와 함께 노는 오프라인 경험을 더 중시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데이터 자체 분석이나 자발적인 이용자 의견뿐만 아니라 집단 심층면접(FGI)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용자 피드백을 받고 있다.
채팅 앱은 서비스 특성상 해외 진출이 쉽다. 국내 스타트업 하이퍼커넥트가 운영하는 화상채팅 앱 아자르의 경우 해외 매출이 95%를 차지하며 국내보다 더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 웨이브는 올해 국내 서비스 확장과 함께 해외시장 초기지표 형성에 집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