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클라우드 시장이 무르익고 있다.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과정에서 클라우드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지 오래다. 클라우드 시장이 성숙해지면서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상황은 오히려 기업 내부의 IT환경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퍼블릭 클라우드와 프라이빗 클라우드, 하이브리드 및 멀티 클라우드 등 다양한 형태의 클라우드 도입은 숨겨진(shadow) IT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디지털데일리는 창간 14주년을 맞아 최신 클라우드 기술 트렌드와 함께 최근 대세가 되고 있는 하이브리드, 멀티 클라우드 클라우드 환경에서의 도입 및 활용, 보안 전략을 함께 고민해 본다<편집자 주>
-기업 디지털혁신 선봉, ‘클라우드’ 춘추전국시대로
-대한항공, LG그룹, 현대차 등 대기업 클라우드 우선 전략 채택 주목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의 성장세를 알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있다. 서버와 같은 IT인프라 장비가 어느 분야에서 판매됐는지 파악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전체 IT인프라 매출 가운데 클라우드 매출 비중은 기존 전통적인 IT환경에 도입된 IT인프라 매출을 앞질렀다.
물론 클라우드 매출에는 기업 내부에 직접 구축하는 형태의 프라이빗 클라우드 매출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정확히 구분 짓기는 어렵다.
하지만 클라우드 매출이 전통적인 IT 매출을 넘어섰다는 것은 클라우드가 IT환경의 대세가 됐다는 일종의 상징성을 갖는다. 이에 따르면, 이 기간 클라우드 매출은 전세계 IT 인프라 벤더 매출 중 50.9%를 차지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3.6% 증가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시너지리서치그룹 역시 2018년 전세계 데이터센터 인프라 시장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통적인 IT인프라 영역(비 클라우드)은 전년과 같은 비중을 차지한데 비해 프라이빗 클라우드는 23%, 퍼블릭 클라우드 매출은 30% 증가했다. 데이터센터 인프라에는 서버와 운영체제(OS), 스토리지, 네트워킹, 가상화, 보안, 관리 소프트웨어(SW)가 포함돼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사용자에 의한 주문형 서버인 ODM 부문 매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ODM 서버는 주로 글로벌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에 의해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 전세계 클라우드 서비스 매출은 매년 거의 50% 이상 성장하고 있으며, 엔터프라이즈 SaaS 매출도 30% 이상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추세와 마찬가지로 국내 클라우드 시장 역시 무르익고 있다.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확산되던 클라우드 시장이 대기업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특히 ‘퍼블릭 클라우드 퍼스트’를 외치는 국내 대기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대한항공이다. 지난해 대한항공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변혁)의 일환으로 약 2000억원을 투입, 전사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대한항공은 모든 애플리케이션 및 데이터를 약 3년에 걸쳐 AWS 클라우드로 전환할 예정이다. 기존에 운영하던 서울 방화동 대한항공 데이터센터를 폐쇄하고 홈페이지부터 화물, 운항, 전사적자원관리(ERP), 내부 회계통제시스템을 AWS로 옮길 예정이다.
또 대한항공은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빅데이터 분석,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해 전세계 고객을 대상으로 세분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빅테이터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취향과 승객의 여정 정보 등을 분석하고 최적화된 항공 상품을 빠르게 제안하고, 운항·정비 등 각 부문에서 생성되는 센서 데이터를 분석해 항로 최적화, 연료절감, 사전 예측 정비 등이 가능하다.
대한항공의 클라우드 전환을 지원하는 파트너는 LG CNS다. LG CNS는 대한항공 뿐만 아니라 LG 계열사의 클라우드 전환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회사는 지난 3월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5년 내 LG 계열사의 IT시스템을 클라우드로 90% 이상 전환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제조, 통신, 서비스 등 계열사 별 사업 특성과 사업구조를 고려한 전환 우선순위에 따라 그룹 내 클라우드 전환을 순차적으로 확산한다.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LG계열사의 클라우드 전환율을 2023년까지 90% 이상으로 만들고, 특히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로 70% 이상 전환할 방침이다. LG계열사가 클라우드 기술 환경으로 전환하게 되면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최신 IT신기술을 R&D, 생산, 마케팅 등 경영 프로세스 전반에 빠르게 적용할 수 있어, 고객 요구에 선제 대응할 수 있는 민첩한 비즈니스 구조를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LG그룹에선 LG전자가 AI브랜드인 ‘LG 씽큐’에 AWS IoT 서비스를 접목했으며, LG 디스플레이의 경우, 제조공장 부품 불량 판정에 구글 클라우드 AI 이미지 판독 기술(오토ML)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불량 판정률을 평균 6% 높이고, 판정 난이도가 높은 공정에서도 99.9% 판독률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대기아차도 클라우드 기반 ERP 구축 등 클라우드 전환에 나선다. 현재 사용 중인 오라클 DB를 SAP HANA로 통합하고 이후 클라우드 도입을 통해 확장성과 유연성, 비용효율성 및 신속성을 극대화시킬 방침이다. 이를 통해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현대·기아차의 39개 공장의 데이터를 통합하고, 데이터 기반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현재기아차는 최근 집중하고 있는 커넥티드카 시장에서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차량 품질 및 고객 만족도를 높일 방침이다. 또 ‘오픈 API 플랫폼’를 구축해 써드파티 개발자 및 협력 파트너에 API를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상황에 따라 퍼블릭 클라우드와 자체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활용한다.
앞의 사례처럼 다양한 기업이 클라우드를 도입하고 있지만, 클라우드 도입 형태는 천차만별이다. 다른 IT기술과 마찬가지로 클라우드 컴퓨팅 역시 하나로는 기업의 요구사항을 모두 충족시키지 못한다.
결국 현재 기업의 클라우드는 여러 개의 퍼블릭 클라우드를 수평적으로 사용하는 멀티 클라우드와 기업 내부에 구축한 온프레미스 혹은 프라이빗 클라우 인프라와 하나 혹은 복수의 퍼블릭 클라우드를 혼합해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로 발전하고 있다. 이를 한마디로 하면 ‘하이브리드 멀티 클라우드’가 된다.
기업 입장에선 선택권을 갖고 특정 벤더에 종속되지 않으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클라우드 조합을 통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변혁)을 실현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애플리케이션이나 데이터, 워크로드 성격에 적합하면서도 개인정보보호규정과 같은 컴플라이언스(규정준수)를 지킬 수 있는 적절한 클라우드의 조합은 기업의 생산성이나 민첩성을 극대화하고 비용 절감을 가능하게 한다.
현재 대다수의 클라우드 및 IT기업들은 하이브리드 및 멀티 클라우드에 투자하고, 관련 역량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에 따라서는 비록 경쟁관계에 있더라고 선뜻 손을 잡는 것이 클라우드 시대의 달라진 모습이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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