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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각' 경쟁 나란히 뛰어든 삼성·LG 다른 셈법…'빅딜 VS 협력'

AI 데이터센터 부상…냉난방공조 시장 청사진

삼성전자, 플랙트그룹 로고. [ⓒ삼성전자]
삼성전자, 플랙트그룹 로고. [ⓒ삼성전자]

[디지털데일리 옥송이 기자] '오는 2028년 610억 달러'. 시장조사기관 IBIS월드가 내다본 글로벌 냉난방공조(HVAC) 시장 규모다. 최근 인공지능(AI)이 각광 받으면서 고성장세를 더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시설의 열관리 주요성이 대두되면서다.

이에 LG전자는 물론 삼성전자까지 HVAC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다만 양사의 시장 공략법엔 차이가 엿보인다. LG전자는 내부 조직 구조 개편을 단행하며 사업 내재화를 택했다면, 삼성전자는 이미 시장에 안착한 기업을 인수해 안정적인 신사업 드라이브를 걸었다.

14일 삼성전자는 대규모 인수·합병(M&A) 소식을 전했다. 유럽 최대 냉난방공조 기업인 '플랙트'를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영국계 사모펀드 트라이튼(Triton)이 보유한 플랙트 지분 100%를 15억 유로(2조4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인수는 지난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8년 만에 진행한 조 단위 M&A 라는 점뿐 아니라, 방향성이 명확한 삼성전자의 신사업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앞서 LG전자가 냉난방공조 사업에 열을 올리는 동안, 삼성전자는 비교적 잠잠했다. 지난해 4월 미국 공조업체 레녹스(Lennox)와의 합작 법인 설립으로 이목을 끌었으나, 가시적 성과는 드러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당 합작법인 설립 취지는 제품이나 기술적 부분이 아니라, 레녹스의 북미 유통 채널을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번에 인수 절차를 밟게 된 플랙트에 대해서는 '전에 없던' 포트폴리오를 개척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통상 에어컨 등 냉난방 기술력을 가진 기업은 자연스럽게 공조 분야에 진출한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물론 삼성전자도 기업-소비자간거래(B2C)에서 시작해 기업-기업간거래(B2B)로 공조 사업을 확대해 왔다.

삼성전자 역시 B2B 분야 공조 사업을 전개하긴 했으나, 대규모 시설에 적합한 중앙공조가 아닌 덕트리스(Ductless)를 취급했다. 덕트리스는 개별 공조를 뜻하며, 주로 가정 및 상업용 시스템 에어컨이 해당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의 공조사업은 B2C·B2B 모두 해왔지만, B2B라고 해도 중앙공조는 하지 않았다. 덕트리스 위주로만 편성돼 있었다"면서, "플랙트는 중앙공조를 메인으로 하는 업체다. 삼성 공조에 있어 이번 인수는 전에 없던 포트폴리오를 더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단위 '빅딜'을 통해 중앙공조 시장에서 확실한 강자로 진입하겠다는 의미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공조사업은 투트랙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덕트리스 중심의 공조사업은 기존대로 펼치는 한편, AI 데이터 센터·쇼핑몰·공장 등 대형 시설 대상의 공조사업은 플랙트를 기반으로 전개할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가 천장형 냉난방 실내기(왼쪽) 등 공조 제품을 테스트하는 모습. [ⓒLG전자]
LG전자가 천장형 냉난방 실내기(왼쪽) 등 공조 제품을 테스트하는 모습. [ⓒLG전자]

반면 LG전자는 일찌감치 공조시장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특히 자사 기술력인 '코어테크'에 기반해 압축기와 모터 등 필수 부품을 자체 개발해 왔다. 대표 제품으로는 칠러와 상업용 시스템 에어컨인 멀티브이 아이 등이 있다.

LG 칠러의 경우 대용량 공랭식 칠러에 무급유 자기베어링 기술을 적용했다. 멀티브이 아이는 최근 싱가포르 투아스 지역에 건설된 축구장 9개 크기의 초대형 물류센터에 공급된 바 있다.

비단 기술 개발뿐 아니라, 글로벌 톱티어 수준의 종합 공조업체로 거듭나기 위해 지난해 말 ES사업본부를 신설했다. LG전자는 오는 2030년 전체 매출에서 B2B 차지 비중을 45%까지 높일 계획이다. 해당 계획 실현을 위해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직접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최근에는 방한한 사티아 나델라 MS CEO와 만나 MS 데이터센터에 자사 냉각 솔루션 공급 합의를 이끌기도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HVAC 분야의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AI 데이터 열관리 솔루션인 칠러, 데이터센터 내 CPU와 GPU 칩을 직접 냉각하는 액체냉각 솔루션 CDU, 상업용 에어컨, 히팅 솔루션 등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오는 2030년 종합 공조업체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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