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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규제 샌드박스, 관심 커지는데…성공사례로 남으려면?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정부가 융합산업 촉진을 위해 전향적으로 내세운 ‘ICT 규제 샌드박스’ 닻이 올랐다. 지난 17일 제도 근거법인 정보통신융합법과 산업융합촉진법이 발효됐고, 21일 규제 샌드박스를 운영하는 20여명으로 구성된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가 구성돼 본격적인 시행을 알렸다.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 흐름 속에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아도 국내에서는 규제에 발목 잡혀 싹도 트지 못한다는 지적으로 실시된 만큼, 파격적인 규제 완화를 표방하고 있다. 기존 규제와 법령에서 모호한, 또는 불허하는 서비스라도 심의위원회를 통과한다면 실증부터 시장 출시까지 기회를 얻게 된다. 2개월 내 신속처리도 강점이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규제 샌드박스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 기업 관심도 높아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한국형 규제 샌드박스를 언급한 데 이어 17일 제도 시행에 맞춰 페이스북에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은 신나게 새 제품을 만들고 신기술, 신산업이 활성화되면 경제 활력도 돌아올 것”이라며 “책상 속에 넣어두었던 혁신을 모두 꺼내달라”고 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규제 샌드박스를 알리자 홈페이지 접속건수가 급증하는 등 기업도 이 제도를 주목하고 있다. 심지어, 홈페이지에서는 문의전화가 폭증해 이메일과 설명회를 활용해 달라는 공지까지 했다. 과기정통부는 오는 24일과 25일 규제샌드박스 신청 방법 및 신청서류 작성 설명회를 긴급 개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심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22일 LG사이언스파크 5G 현장을 방문해 “시행 전날 규제 샌드박스 관련 문의는 300여건이었는데, 17일 이후 홈페이지 접속건수만 7000건 이상으로 늘어났다”며 “긴급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중소기업의 관심과 활용을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한 곳은 ▲KT‧카카오페이, 공공기관 모바일 전자고지 활성화 ▲현대차, 도심지역 수소충전소 ▲마크로젠, 유전체 분석 통한 맞춤형 건강증진 서비스 ▲제이지인더스트리, 디지털사이니비 버스 광고 ▲모인,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서비스 ▲VRisVR, 이동형VR트럭 ▲조인스오토, 온라인폐차견적 서비스 ▲올리브헬스케어, 임상시험 참여희망자 중개 온라인 서비스 ▲블락스톤, 수분센서 탐지신호 발신기반 해상조난신호기 ▲스타코프, 사물인터넷 활용 스마트 전기자동차 충전 콘센트 등이다.

KT‧카카오페이, 현대차를 제외하면 주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서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하고 있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규제 때문에 사업에 진척이 없으니 절박한 마음으로 샌드박스를 두드리고 있다는 것. 대기업의 경우, 첨예한 이해관계 대립으로 점철된 규제 이슈가 있는 만큼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현재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한 대기업 건수도 해결 가능한 사안들이다.

KT‧카카오페이가 요구한 모바일 전자고지 활성화의 경우, 공공기관에서 보유한 국민 정보를 식별할 수 없게 일괄적으로 변환 조치하는 사업자에 특례를 주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관련해 제도 개선을 고려하고 있는 만큼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수소충전소 또한 국가에서 수소경제에 주목하고 대통령까지 “수소차 홍보모델”이라는 발언까지 한 만큼 타진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관계자는 “규제 샌드박스에 신청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이것만이 살길이라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들어왔지만, 대기업은 아직은 추이를 보자는 분위기”라며 “대기업 아이템은 파괴력이 있는 만큼, 초반에 규제 샌드박스의 물꼬가 트이고 제대로 작동된다고 판단되면 향후 순차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차량 공유서비스나 영상정보 활용을 통한 빅데이터 수집 등은 신산업 창출이 예고되지만 기존 산업과의 충돌 또는 개인정보보호 위반 소지에 따라 반대 목소리가 크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관련 부처와 해결점을 모색하지 못한 채 뒤로 물러서야 하는 경우도 여러 번 목격했다. 규제 샌드박스에 민감한 사안을 신청했을 때, 부처 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질지 아직 관련 사례가 없다. 오히려 이목이 집중돼 리스크만 커질 수 있다. 초기단계인 만큼 일단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기자들과 만난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규제 샌드박스 신청에 대해 묻자 “그런 건이 있기는 할 텐데, 힘들다고 느끼는 분야는 많지 않다”며 “규제 당국에서 융합시대 환경을 조성하고 있어서, 규제 샌드박스에 들어갈 건은 없지만 제안하고 싶은 부분은 많다. 다른 루트를 통해 말하겠다”고 전했다. 신청은 하지 않아도 제안하고 싶은 부분이 많다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면 쉽게 해석 가능하다.

이에 규제 샌드박스만큼은 부처 칸막이를 없애고 관련 기관들이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심의위원회와 관련 부처 간 원만한 합의가 이뤄져야 규제에 앞선 서비스가 나타날 수 있는데, 이 사이에서도 갈등이 생기게 되면 기업의 불신만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규제 샌드박스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관련 부처들이 긍정적으로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며 “청와대 의지도 중요하지만 규제를 담당하는 부처들의 반응부터 봐야 한다”고 전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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