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정부가 신산업 활성화를 위해 ‘ICT 규제 샌드박스’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에 따라 기업은 현행 법령에서 금지하는 규제에 포함된 기술이라도 실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창출되는 신기술과 서비스 속에서, 한국이 규제에 발 묶여 도태되는 상황을 막자는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정부는 오는 17일부터 ICT 규제샌드박스를 본격 시행한다. 규제가 모호한 경우, 신속처리 제도를 통해 30일 내 관계부처 검토를 받을 수 있다. 현행 규제 상 금지‧불허에 속한 기술과 서비스라도 심의위원회 결정에 따라 2년간(1회 연장 가능) 실증‧테스트를 할 수 있다. 법령 공백에 있는 경우, 시장 출시를 위해 임시허가를 부여한다. 이 또한 심의위원회 결정을 받아야 한다.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카풀’도 심의위원회에서 허가한다면 합법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카풀 뿐 아니라 원격의료, 자율주행, 빅데이터 산업 모두 해당된다. 관련 부처에서 불허 결정이 나더라도 심의위원회에서 허가한다면 실증부터 시장 출시까지 가능하다.
규제 혁신을 위해 법 위에 심의위원회가 올라섰지만, 이해관계가 첨예한 분야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 부처 간 갈등 소지도 높지만 중재 장치는 아직까지 마련돼 있지 않다.
이진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터넷제도혁신과장은 “지난해부터 규제와 혁신성장 이슈가 있었고,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도입됐다. 처음 가보는 길”이라며 “갈등 소지가 적고 부처협의가 빨리 될 수 있는 것부터 진행할 것이며, 복잡한 문제의 경우 단계별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는 임시허가 및 실증특례 부여 여부를 심의 의결하는 곳이다. 심사위원은 총 20인으로 심의위원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장관이 맡는다. 정부위원 6명과 민간위원 13명으로 구성된다. 과기정통부는 속도감 있게 특례 지정을 받을 수 있도록 심의위원회를 수시로 개최할 예정이다. 과제신청부터 특례부여까지 가급적 2개월을 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다음은 이진수 과기정통부 인터넷제도혁신과장과의 일문일답.
Q. 예를 들어, 심의위원회에서 카풀을 허용하면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말인가?
-법 해석 상으로는 가능하다. 다른 법에서 금지하는 부분이라도 이 프로세스에 들어오면 해당 부처에 의견조회를 받는다. 서비스 기간 제한은 있다. 2년간 할 수 있고, 1회에 한해 추가적으로 2년 연장된다. 카풀은 뜨거운 이슈고, 사회적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 제도 초기다 보니 갈등 소지가 적고 빨리 할 수 있는 것부터 먼저 처리하면서 체력을 기르려고 한다.
Q. 규제 샌드박스 아이템이 될 만한 내용은 무엇이 있는가?
-현재까지는 대기업보다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서 수요가 더 많다. 절박한 분들이 많다. 데이터에 관심 있는 기업도 있다. 카풀은 뜨거운 이슈지만, 사업자가 가만히 있는데 우리가 지정할 수는 없다. 아직까지 수요가 있는 기업에서 카풀 관련 서비스를 신청하겠다는 상황은 아니다. 다른 형태의 공유경제 부분에서는 여러 건이 있기는 하다.
Q. 신산업의 경우, 데이터를 수집‧활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발생한다. ICT 규제 샌드박스에 포함된다면 불법이 아닌 상태에서 자유롭게 데이터 수집과 활용을 할 수 있게 되는가? 또, 이해관계자와 부처와 갈등이 심화될 경우 중재방안도 마련돼 있는가?
-신청에 따라 의결하는 구조다. 갈등 소지가 적은 속도감 있게 부처 협의가 가능한 사안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개인정보보호법의 경우, 명시적으로 위반 소지가 있거나 해석상 민감하게 해석하는 부분으로 나눠진다. 후자라면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심의위원회 위원은 진흥뿐 아니라 보호 목소리를 내는 분들도 포함돼 있다. 관계부처 우려도 전달받겠다. 심의위원회 논의 때 치열하게 논쟁할 것이다. 복잡한 문제에서는 조금 더 논의하자고 할 수 있다. 부처 등과의 중재 장치는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Q. 심의위원회 민간위원 구성안과 임기는?
-임기는 2년이고, 한 번 연임 가능하다. 현장을 잘 알고 젊고 혁신적인 위원들로 구성하려고 했다. 분야도 안배했다. 균형 측면을 고려해 이용자 보호 관련 목소리를 낼 위원도 일부 꾸렸다. 의결 방식은 만장일치는 아니다. 운영 규정을 마련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