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0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에서 구글과 페이스북을 향한 질의가 이어졌지만 ‘아무것도 모른다’는 답변이 반복됐다.
당시 김경진 의원(민주평화당)은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에게 연간매출액을 수차례 질문했으나 “국가별 매출은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국 내에서 발생하는 구글과 유튜브 매출이 구글 본사 수익에 어떻게 포함되는지와 결제 구조에 대해서도 내부 정책에 따라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국에 세금을 얼마나 납부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묵묵부답이었다.
노웅래 과방위원장은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의 태도에 문제가 있으며 대답을 하지 않을 거면 나올 이유가 없다”며 “국내 매출액이 4~5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아는데 모른다고 하는 것이며 무책임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글로벌 기업의 태도가 아니라 약탈적 기업의 태도”라며 “구글과 같은 거대 기업이라면 책임감 있게 말해야 하며, 신뢰·윤리 경영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고 질타했다.
페이스북코리아도 구글코리아와 동일한 자세를 취했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데미안 여관 야요 페이스북코리아 대표에 세금을 얼마나 내고 있는지 물어봤지만 ‘영업기밀’이라 밝힐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됐다. 한국 과세당국에 보고한 매출과 순이익에 대해서도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이처럼 지난해부터 국회가 국내외 정보기술(IT) 간 역차별 해소와 다국적 IT기업의 역외탈세를 막기 위한 구글세 도입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해당 업체가 ‘모르쇠’로 일관하면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도 변화 기류가 감지된다. 올해 역차별 해소를 위한 법안 발의가 눈에 띈다. 이달에 박선숙 의원(바른미래당)이 대표 발의한 ‘부가가치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소비자대상거래(B2C)를 겨냥한 과세다.
박 의원은 이번 법안을 디지털세 논의의 기초로 보고 법인세, 기업거래(B2C) 과세도 논의할 것이란 입장이다. EU 내에선 가장 먼저 프랑스가 내년 1월부터 구글세를 걷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한해 과세 규모로 약 5억유로(약 6400억원)를 예상했다.
이처럼 국회가 구글세를 걷기 위한 움직임에 나선 것은 좋지만, 보다 정교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섣부른 규제책은 오히려 국내 기업에 대한 족쇄로 작용하거나 통상보복 역풍까지도 우려된다는 것이다.
지난달 국회 과방위 법안소위를 거쳐 전체회의를 통과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경우 온라인서비스기업(부가통신사업자)들을 각종 조사 대상에 포함시켜 규제하는 실태조사 내용이 들어가 있다. 법안 취지인 역차별 해소가 아니라 국내 기업들만 옥죌 수 있는 법안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유튜브 역차별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규제 시행에 앞서 다국적 IT기업에 대한 집행권 확보가 먼저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집행권이 보장되지 않는 규제 법안은 결국 오롯이 국내 IT기업만 옥죄일 수밖에 없음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1월 한국국제조세협회가 개최한 ‘디지털 경제의 특성을 반영한 바람직한 세제개편 방향’ 세미나에선 ‘디지털세를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기됐다.
오준석 숙명여대 교수는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과세를 할 것인지 디지털 자산(데이터)에 대한 과세를 할 것인지 방향성부터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철형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디지털세를 도입하는 것은 찬성하나 다른 국가 사례를 참고해 추가적인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