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유튜버(유튜브 방송진행자)가 세금을 내는 것이지, 구글이 내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구글세와 전혀 관련이 없는 사안이다.”
12일 국세청이 구글코리아 사무실에 조사관을 보내 회계장부와 전산 문서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과 구글코리아 양측이 세무조사와 관련해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아, 앞서 국세청장이 언급한 바 있는 고소득 유튜버에 대한 세무조사가 진행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이를 ‘구글세’ 도입의 신호탄으로 보기도 하지만, 업계에선 “전혀 관련이 없다”고 봤다. 세금 탈루가 확인돼도, 국내 유튜버가 세금을 내기 때문이다. 구글이 내는 세금이 아니다.
지난 8일, 다국적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각종 서비스 매출에 부가세를 부과하는 '부가가치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를 두고 ‘구글세를 매기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곱씹어 볼 부분이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기업거래(B2B)에 대한 부가세 부과가 빠진 까닭이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소비자대상거래(B2C)로 적용 범위를 좁혔다. 온라인 기업 광고 시장에서 구글과 유튜브의 위상을 감안한다면, ‘알맹이 빠진 구글세’인 셈이다.
업계에선 구글을 포함한 다국적 IT기업에 세금을 매기기 위해선 “보다 정교한 대응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에서 구글세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법안이 통과돼도 시행령에서 제대로 다듬지 못한다면 법안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앞서 국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경우 도리어 국내 사업자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 법안엔 온라인서비스기업(부가통신사업자)들을 각종 조사 대상에 포함시켜 규제하는 실태조사 내용이 들어가 있다. 구글의 경우 실태조사를 위한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듯이 ‘모르쇠’로 일관하면 방도가 없다. 여러모로 국내 사업자들만 부담을 지울 수 있는 법안인 것이다.
업계에선 고소득 유튜버 세금 탈루와 관련됐다는 국세청 조사도 실효성이 있을까 의구심을 제기하는 조심스런 반응도 있다.
현재 유튜버들 수입은 구글 싱가포르 지사가 정산한다. 상식적으로 봐도 유튜버 세금 탈루를 확인하려면 국세청 조사관이 싱가포르 지사를 조사해야 한다. 물론 구글 싱가포르 지사가 세무조사에 응할 리 만무하다.
그렇다면 구글코리아엔 유튜버들 세금 탈루를 확인할 자료가 있을까. 허탕을 친다면 그동안 구글세 도입을 위한 법안들과 노력이 이렇다 할 효력이 없음을 확인하는 뼈아픈 사례가 될 수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성명대로 집행권이 보장되지 않는 규제 법안은 구글세를 매기기는 커녕 도리어 국내 IT기업만 옥죄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외양간 고치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