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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반도체 고점 논란과 본질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최근 불거진 반도체 고점 논란과 관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하반기에도 D램 수급 불균형 해소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낸드플래시도 여전히 수요가 강하다고 덧붙였다.

아주 특별한 변수가 아니라면 공급과 수요에 따라 시장 가격이 형성된다.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가격은 내려갈 수밖에 없다. 시황 악화의 근거는 공급과잉이다. 디스플레이가 그랬던 것처럼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통해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이 많아지고 이로 인해 조정장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미세공정으로 원가를 낮추고 생산량을 늘려왔던 그동안의 방식에 어려움이 생겼다는 사실이다. 미세화 난도 증가에 따라 생산 증가분이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다. 더구나 지금의 강력한 수요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선제투자의 성격이 강하다. 더구나 데이터센터의 추세는 서버 한 대에 장착되는 메모리의 양을 높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세히 말해서 중국이 당장 내년부터 D램을 쏟아낸다고 하더라도 서버에 써먹을 수 있을 정도로 고용량, 고성능, 저전력 제품도 아니고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정도의 경쟁력을 갖추려면 아직 멀었다는 뜻이다.

심지어 이 업계 1위인 삼성전자조차 미세화 과정에서 타격을 입었다고까지 했다. 10나노급 D램 전환에서 일시적으로 불량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기술적 난도, 램프업(생산량 확대) 단계에서 겪는 일반적인 상황이라는 설명을 곁들였으나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비트그로스(Bit Growth, 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만 봐도 그렇다. 과거 50% 이상을 기록했던 비트그로스가 20%대로 낮아져 있어 안정적 메모리 반도체 가격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D램 치킨게임이 끝나고 무혈(無血) 성수기로의 진입은 각 업체로 하여금 충분한 체력을 비축할 수 있도록 했다. 일부 제품의 가격이 내려가고 특정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낮아질 수 있겠지만, 이런 요소는 전체 흐름에 비춰보면 작은 흔들림에 불과하다.

물론 계속해서 호황이 이어질 수는 없다. 올라가면 내려오는 게 순리다. 관전 포인트는 얼마나 성장세가 둔화하느냐에 달렸다. 예컨대 스마트폰 D램 용량이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PC가 그랬던 것처럼 일정 수준에서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마이크로프로세서, D램, 낸드플래시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제품에서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는 점은 이견이 없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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