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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LCD 색 지우기’ 한창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디스플레이 업계의 무게 중심이 LCD(액정표시장치)에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이동하면서, 국내 LCD 장비 업계가 생존을 위해 사업 변화를 꾀하고 있다. OLED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거나 아예 디스플레이 업종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신규사업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의 ‘LCD 색 지우기’는 주가 부양 측면에서도 필수 과정이 되는 모양새다. 빠르게 시장 상황이 반영되는 주식시장에서 LCD 주력 이미지는 기업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LCD 장비 기업이 성공적으로 OLED 중심으로 사업을 전환한 사례는 디스플레이 사업 외 캐시카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업이 있을 뿐 아니라 OLED 장비를 양산할 수 있는 기술력이 뒷받침된 경우다.

반면, OLED로 전환하기 버겁고 캐시카우 역할을 해줄 사업이 마땅치 않은 경우나 기업 스스로가 디스플레이 시장 자체를 어둡게 전망하는 경우, 전혀 다른 영역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아직 사업성이 증명되지 못한 경우가 많아 기업 주가 측면에서 투자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쇼윈도’ 사업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OLED 전환 준비 가속화=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업체인 주성엔지니어링(대표 황철주)은 지난 2012년 태양광과 LCD 시장 침체기 등이 맞물리면서, 영업적자 838억원을 기록하는 등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주성엔지니어링은 시장 변화에 대비하고자, 디스플레이 부문 장비사업을 OLED 주력으로 재편하는 변화를 꾀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의 디스플레이 장비로는 LCD 부문 PE CVD(플라즈마 화학증착장비)와 OLED 부문 TSD(시공간분할)-CVD(화학증착장비)/ALD(원자층증착)가 있다. 주성엔지니어링의 디스플레이 사업 부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33.1%, 2016년 49.8%, 2017년 56.8%로 매년 꾸준히 오르고 있다. 현재까지는 OLED로의 전환이 성공적이란 평이 지배적이다.

더구나 주성의 주요 고객사 LG디스플레이가 파주 P10 10.5세대 라인을 OLED 중심으로 구축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성엔지니어링의 OLED 주력 경향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성의 디스플레이 부문 매출액의 약 90% 이상은 LG디스플레이향이다.

반면, 아직 OLED로의 전환이 미진한 업체도 있다. 국내 업체인 탑엔지니어링은 LG디스플레이, BOE, CSOT 등에 디스펜서(액정분사장치) 등 주로 LCD 공정장비를 공급한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탑엔지니어링의 작년 LCD 매출 비중은 65.62%지만, OLED 장비 매출은 0%였다.

이에 대해 탑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공시 기재 시스템상 OLED 매출이 0%로 나간 것일 뿐, 실제로는 OLED 공급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하면서 “다만 아직 OLED 매출 비중이 높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도 일부 OLED 장비를 공급했으며 앞으로도 공급할 계획인 장비도 있다”며 “예를 들어 대면적 스크라이버(절단장비)의 경우 LCD와 OLED 공정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고 (OLED 장비로) 납품한 이력도 있다”고 덧붙였다.

고객사 비중에 대해 이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향은 거의 없다. 국내는 주로 LG디스플레이로 나가며, 매출 비중은 평균 30~40% 정도 된다”며 “올해엔 특히 중화권 고객사의 매출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가 아닌 업종에서 신규 사업 추진=
디스플레이 업종이 아닌 전혀 다른 시장에 진입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이 경우 신규 사업 실적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거나 진입 시장이 초기 단계인 경우가 많다. 투자자의 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이는 일부 기업이 주가 상승 및 투자자 유치를 목표로 신규사업 추진을 홍보용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비교적 자본이 많지 않은 코스닥 기업 입장에서는 ‘저비용·고효율’의 사업을 택할 수밖에 없어, 아직 사업성이 증명되지 않은 시장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은 측면도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업체를 다각도로 살펴봐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생산업체 베셀은 기존 주력인 LCD 사업 외, 경항공기 사업을 지난 2013년부터 적극 추진하고 있다. 베셀은 LCD 패널 생산을 위한 자동 공정 라인인 ‘인라인시스템(In-Line System)’을 주력으로 생산해왔다. 작년 LCD 사업군의 매출 비중은 91.7%였으나, OLED 사업군은 6.9%에 불과했다.

베셀은 국내외 LCD 시장 하향세에 대비하기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규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단기적으로 베셀의 LCD 매출에 심각한 타격이 없다는 뜻도 된다. 베셀의 매출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패널사들이 OLED 기술력 저하 등 문제로 당분간은 LCD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베셀은 BOE, CSOT, CEC Panda 등 중국 패널사 매출 비중이 약 95%에 이른다.

베셀이 신규사업으로 경항공기 사업을 택한 이유는 시장 진입장벽이 높아 초기 진입만 성공하면 향후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경항공기 관련 매출이 나온 상황은 아니다. 회사 측은 올해 하반기에 항공 사업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및 평판 디스플레이 공정장비 제조업체 쎄미시스코는 2016년부터 신규사업으로 초소형 전기차 사업과 인쇄전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쎄미시스코가 신규사업을 모색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시장 자체를 다소 어둡게 전망했기 때문이다. 올해 4월 IR(기업설명회)을 통해 이순종 쎄미시스코 대표는 “우리나라도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다른 나라가 개발한 원천 기술을 뺏어오고 성장하는 과정을 겪었다. 이러한 시장 특성 상, 우리도 중국에 시장 1위 자리를 넘겨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아직 신규사업을 탐색 중인 업체도 있다. LCD용 BLU(백라이트유닛)를 주로 생산하는 이라이콤은 디스플레이 업황 변화에 따라 신규사업 기회를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이라이콤은 현재 회사 내부적으로 신사업파트를 운영함으로써 신사업 발굴을 추진하고 있다. 이라이콤의 작년 매출에서 LCD용 BLU가 차지하는 비중은 99.7%에 달한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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