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이동통신사들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동안 고가의 데이터 요금제는 일정 수준의 데이터를 다 소진할 경우 하루에 2~3GB 가량의 데이터를 추가로 제공하고 그 이후에는 데이터 속도를 확 낮췄다.
하지만 LG유플러스가 지난 2월 월 8만8000원에 속도와 용량 제한 없는 데이터 요금제를 선보이며 진정한 무제한 요금제 경쟁에 불을 붙였다.
KT와 SK텔레콤은 시장의 추이를 지켜봤다. 약 석달 가량 시간이 지난 후 KT가 경쟁에 뛰어들었다. LG유플러스가 무제한 요금제에 야구, 골프 등 콘텐츠를 묶어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서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KT는 30일 LG유플러스와 비슷한 수준인 월 8만9000원에 용량, 속도 제한 없는 데이터온프리미엄 서비스를 선보였다. 여기에 KT는 월 4만9000원(데이터온 톡), 6만9000원(데이터온 비디오) 요금제도 선보였다. 데이터온톡 요금제는 데이터를 월 3GB밖에 주지 않지만 이후 1Mbps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비디오 요금제는 제공량 100GB를 소진한 이후 5Mbps 속도로 이용할 수 있다. 콘텐츠 소비 패턴, 지불 능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무제한 상품이 늘어났다.
LG유플러스에 이어 KT가 더 강한 요금제로 치고 나오자 시장 1위 사업자 SK텔레콤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통신업계에서는 가입자 포화상태, 단말기가 아닌 서비스 중심의 경쟁환경을 감안할 때 SK텔레콤도 상황을 지켜만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업자간 혁신경쟁을 강조해왔다. 단순 경쟁보다 실질적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최근 요금기획 부서에서 방안을 만들었지만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의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을 낮추면서 용량, 제한을 없애는 단순 무제한 요금제로 갈 것인지 경쟁사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이통사들의 요금경쟁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속내는 편하지만은 않다. 요금경쟁이 무제한, 즉 고가 요금제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의 요금정책 기조는 저가요금제에 대한 혜택 강화다. 과기정통부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고가요금제의 경우 충분히 많은 혜택이 제공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 시점에서는 중저가 요금제에 대한 혜택이 커져야 하는데 사업자들은 계속해서 고가 요금제에 대한 혜택만 늘리고 있는 셈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상반기 중 국회에 보편요금제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개정안을 이송할 계획이다. 하지만 보편요금제는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저가요금제 경쟁을 내심 바랬던 과기정통부 생각과는 달리 이통사들의 경쟁은 고가 상품에서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