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지난 2008년 11월 12일 등장한 퀄컴 ‘스냅드래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는 스마트폰이 아니라 스마트북이라고 부르는 일종의 노트북에 처음 적용됐다. 스마트북은 넷북의 출현으로 날개를 펴기도 전에 사라졌지만 개념 자체는 태블릿으로 이어졌다.
스냅드래곤에 대한 기대는 전통적인 모델명 ‘MSM’ 대신 ‘QSD’로 붙인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차별화를 꾀했다는 의미다. 이런 퀄컴이 새로운 AP를 12월 공개한다. 스냅드래곤 835의 후속인 스냅드래곤 845가 주인공.
퀄컴은 스냅드래곤 835에 ARM 아키텍처 계열 AP 가운데 처음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10 운영체제(OS)를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스냅드래곤 845는 오리지널 스냅드래곤이 그랬던 것처럼 모델명이 MSM에서 ‘SDM’으로 달라졌다. 더불어 대만 전자제품위탁생산(EMS) 업체에서 스냅드래곤 835·845를 이용해 노트북을 내놓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퀄컴은 MS와 손잡고 스냅드래곤에서 윈도를 작동시키기 위해 윈도RT 버전을 따로 만들어 몇몇 기기에 탑재시킨바 있다. MS도 자체 태블릿 브랜드인 서피스에 서피스RT라는 라인업을 마련해 화답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심지어 MS에게 있어 오랜 동맹이었던 인텔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윈도RT 태블릿이 얼마나 나쁜(?) 제품인지 알리기까지 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인텔 x86 아키텍처 중앙처리장치(CPU) 못지않게 ARM 계열 AP의 성능이 크게 개선된 것. 만약 스냅드래곤 835·845을 활용한 노트북이 대량으로 출시되고, MS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면 디바이스 시장은 요동칠 수 있다. 특히 애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애플의 노트북의 라인업은 고(故) 스티브 잡스가 경영일선에 복귀한 이후부터 급격한 변화를 겪은바 있다. 가장 큰 사건은 아키텍처를 완전히 뒤바꾼, 그러니까 CPU를 파워PC에서 인텔 x86 계열로 교체한 일이다. 애플의 AP 설계능력은 충분히 농익었고 실험적인 시도는 신형 맥북에서 감지됐다. 메인보드의 모양새가 아이패드의 그것과 매우 비슷할 정도로 작아졌다. 인텔 CPU가 아니라 A시리즈 AP를 장착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제까지 ‘스마트폰→태블릿→노트북→데스크톱PC’으로 이어지는 디바이스 연결고리에서 가장 큰 문제는 ‘통합’이었다. 아키텍처는 물론 OS, 사용자경험(UX)에 이르는 모든 부분이 불만족스러웠다.
현재 퀄컴과 MS, 그리고 인텔은 제각각 ‘올웨이즈 커넥티드 PC’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누가 먼저 시장을 틀어쥐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본격적인 이기종 융합은 지금부터 시작됐는지 모른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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