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정권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KT의 CEO 리스크를 이번에는 없앨 수 있을까?
KT의 지배구조 개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KT도 이사회 역할 및 CEO 자격요건 강화 등을 통해 CEO 잔혹사 끊기에 나섰다.
KT는 민영화 이후 단 한 차례도 연임한 CEO가 없었다. 연임의사를 스스로 거둬들인 이용경 대표를 제외하면 남중수, 이석채 대표는 연임에 성공은 했지만 모두 임기 도중 불명예 퇴진했다.
KT CEO의 연임 잔혹사는 공교롭게도 정권 교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공기업서 민영화됐지만 여전히 정권에서는 공기업 한국통신으로 생각하고 KT CEO 자리를 논공행상 자리로 여겼던 것이 주된 이유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지 않을 지배구조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황창규 회장에 대해 날선 공격을 가하고 있는 시민단체 및 KT 새노조도 KT의 지배구조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해관 KT 새노조 경영감시위원장은 5일 국회 의원회관서 KT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서 "KT는 정권의 전리품이라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KT 내부에 늘 가득했다"며 "KT의 CEO 리스크는 보다 근원적 성찰과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사를 주최한 추혜선 정의당 의원도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야 할 통신 기업의 CEO가 매번 정치적 외풍에 휘말려 본래의 역할은 못하고 정치적인 활동에만 주력하고 있다"며 "오랜 시간 정권에 귀속된 지배구조의 문제로 인해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KT는 회장 추천 권한을 CEO추천위원회에서 이사회로 이관하는 내용을 담은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마련했다.
먼저 최종 회장 후보 추천 권한을 CEO 추천위원회에서 이사회로 이관하기로 했다. 과거에는 CEO추천위가 회장 후보자를 추천하고 주주총회 결의로 회장으로 선임했다. 변경된 안에서는 지배구조위원회가 사내외 회장후보자군을 구성하면 이사회가 회장후보심사위원회를 구성해 회장 심사대상자를 심사하도록 단계를 나누었다. 회장후보심사위원회는 심사기능만 갖고 이사회에 결과를 보고하도록 해 최종 회장 선임 및 연임을 이사회가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회장후보심사기준에 기업경영경험도 추가했다. 기존에는 경영, 경제에 대한 경험만을 평가했지만 기업 경영실적이나 경영기간 등을 심사기준에 넣어 정치권 인사보다 전문 경영인이 보다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사외이사에 대한 포지티브한 자격요건도 신설했다. 각 분야의 전문성, 공정성, 윤리의식 및 책임성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를 고려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하기로 했다. 거수기 사외이사진이라는 외부 비판에 대한 대응차원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를 막기는 역부족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업 경영 경험이 가점 요인이 될 수는 있어도 낙하산 인사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CEO 후보들이 약간의 부담은 가질 수 있겠지만 원천적으로 낙하산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KT그룹이 CEO 후보를 조사, 구성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 중장기적으로 지배구조를 합리적으로 바꾸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바뀌는 정관에는 지배구조위원회가 사내·외 회장후보자군을 조사·구성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소프트뱅크처럼 CEO 양성 프로그램을 가동할 수도 있다. KT처럼 주인이 없는 회사의 경우 체계적인 경영진 육성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물론, 이 조항 역시 KT를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기는 정치권 풍토가 지속되면 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KT 관계자는 "지금도 서류상, 구조상으로는 낙하산 CEO를 막을 수 있다. 해외 주요 기업들도 비슷한 구조다. 결국 안되는 것은 기업과 전체 사회 수준의 문제다. 여전히 KT를 정치적 전리품으로 여기는 상황에서는 CEO 잔혹사는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