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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무리한 공정위, 권위상실 방통위, 씁쓸한 통신3사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정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정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선을 많이 넘었죠. 법률 해석상으로도 무리했고요.”

최근 법조계 및 통신정책 전문가들을 만나다 보면, 공정위가 통신3사에 대해 1140억원 규모(잠정) 과징금을 결정한 것을 두고 공통적으로 ‘공정위가 무리했다’는 평가를 자주 듣게 된다. 그간 촘촘한 법률 해석과 전략으로 법정 싸움에서도 높은 승률을 자랑하는 공정위가 이번에는 유독 성급하게 결론을 내린 티가 많이 난다는 설명이다.

앞서 공정위는 통신3사 실무진들이 지난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수시로 번호이동(MNP) 순증감을 조절하기 위해 논의했으며, 소비자들에게 지급되는 판매장려금을 조정하는 등 담합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수천억원대의 과징금을 결정했다. 통신3사는 공정위가 주장한 담합은 방통위의 단통법에 따른 행정지도를 따랐을 뿐이라며 항변했다.

법률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지적하는 부분은 먼저 공정위가 법률상 특별법-일반법 관계를 제대로 짚고 넘어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별법은 일반법에 우선 적용된다. 공정위가 주장한 ‘담합’은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인데, 그에 우선하는 특별법인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먼저 적용되는 것이 올바른 해석이란 취지다.

공정위는 이 같은 반박을 극복해보고자 통신3사가 방통위의 지시를 넘어선 경쟁제한을 펼쳤다고 주장했으나, 과징금 결정 직전 개최된 전원회의에서 방통위 실무자의 지시 정황이 담긴 메시지가 증거로 등장하게 되면서 설득력을 잃게 됐다.

결과적으로 이 문제는 두 규제기관의 규제충돌 문제로도 이어졌다. 방통위는 통신 전문 규제기관으로서, 특별법이 일반법에 우선하는 것처럼 단통법 영역에서는 방통위 판단이 우위에 있어야 하는데, 공정위가 무리한 법 해석으로 이중규제 논란 중심에 섰다는 평가다.

공정위의 무리한 법 해석만큼, 소관부처인 방통위의 미진한 대응이 사건을 키웠을 것이란 이야기도 자주 들린다. 물론, 방통위도 나름의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의 조사 착수 이후 방통위는 공정위 측에 ‘통신사는 방통위의 지시를 준수한 것’이라는 취지로 의견서를 전달한 바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공정위 결정에 영향을 주기는 부족했다.

이중규제라는 중대한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내부적으로 방통위원장이 직접 나서 공정위원장과 담판을 짓는 등 보다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통위는 지난 공정위 조사 기간 중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소추 등 수뇌부 공석을 이유로 이번 사안에 대응할 동력이 부족했고, 그 결과 공정위를 설득하지 못한 채 결론을 맞이했다는 해석이다.

공정위의 성급한 결정, 방통위의 대응 미진, 결과적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통신3사에 돌아갔다. 본래 규제산업 성격을 가지고 있는 통신3사인 만큼 규제에 대한 내성도 이골이 났지만, 그럼에도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유난히 억울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정부부처, 특히 민간에게 직접적인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규제기관에게는 엄격한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공정위와 방통위 모두 제재 및 과징금 등 민간 기업의 사업 방향을 좌우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면 규제충돌을 막거나, 최소화할 책임이 뒤따르는 법이다.

공정위와 방통위는 규제충돌 논란에 대한 해명 및 해소 의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보여야 한다. 이는 통신3사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규제기관으로서 진정한 권위는 권한에 따르는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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