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반도체는 3분기까지 우리나라 수출의 16% 이상을 차지하며 톡톡히 효자 역할을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은 제조업으로는 도저히 생각하기 어려운 50%를 넘어서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연이어 달성했다.
일련의 반도체 호황은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선제적 투자의 일환이다. 특히 데이터센터에서 서버의 수 보다는 서버 1대에 탑재되는 메모리반도체 용량을 높이려는 추세가 적극적으로 반영됐다. 공간을 넓히면 그만큼 돈이 많이 들어가니 서버의 성능을 강화한 것. 이는 스마트폰에서도 다르지 않다. D램과 낸드플래시 용량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사양 차별화를 통해 정체된 성장률을 극복하려는 심산이다.
메모리반도체 수요는 늘어나는데 미세공정의 한계돌파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공급이 제한적이라는 이야기. 각 업체가 설비투자(CAPEX)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나 비트그로스(Bit Growth, 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는 여전히 시장성장치를 밑돌고 있다. D램·낸드플래시를 달라는 곳은 많지만 줄 수 있는 양은 제한적이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반도체 시장은 늘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움직였다는 사실이다. 호황이 있으면 불황이 다가왔고, 불황이 지나면 다시 호황을 맞았다. 그리고 철저한 시장논리로 움직였다. 그래서 초호황, 슈퍼사이클이라는 말은 그 자체로 함정이다. 전형적인 장치산업이라는 점, 천문학전인 규모의 투자가 끊임없이 뒷받침되어야하고 연구개발(R&D)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하기가 쉽다. 해빙기는 분명하지만 곧바로 빙하기가 온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의미다.
공급과잉 우려가 나오는 것도 결국 이 때문이다. 여기에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감안한 것이지만 기본적으로 오름과 내림이 반복되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인위적으로 조절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분명한 것은 과거 치킨게임에서의 경험치, 고난도 R&D, 제한적인 비트그로스를 간과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중국발 ‘굴기’, 신경 쓰이지만 껴안고 갈 부분=중국은 반도체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굴기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액정표시장치(LCD)에서는 뜻을 이뤘고 다음 목표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이다. 반도체처럼 디스플레이에서의 공급과잉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해석이 다르다. 핵심은 결국 ‘통제’ 가능한 수준이냐는 것. 선행투자, 전방산업 성수기 진입 등이 달콤한 말에 귀가 솔깃해서는 곤란하다. 시장의 재고, 각 업체의 공장가동률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야 한다.
문제는 역시 OLED로의 전환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완벽하게 중소형 OLED에 연착륙했으나 LG디스플레이는 현재진행형이다. 대형 OLED의 경우 여전히 LG디스플레이만 하고 있다. 투자로 시장을 키워야 했으나 기술유출 우려에 발목이 잡혔다. 결국 이것도 중국이 걸림돌이 됐다.
기술유출 우려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온갖 산업에 ‘굴기’를 위치고 있는 중국에, 그것도 첨단산업 투자를 집행하겠다는 것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하루빨리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 한편에서는 국내가 아닌 중국에 굳이 공장을 지을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서 무관세인 반도체와 달리 부품은 5~15%, 완제품은 30%의 관세를 물어야 하고 물류비 및 대형 거래처가 중국에 있다는 점, 투자여력 등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공급과잉과 전방산업과의 균형, 기술수준, 시장 확보와 함께 일정한 흐름 등을 감안해야 한다. 미국 못지않은 시장이 인접해있고 우리나라가 이룩한 천단산업 경쟁력을 그대로 뒤따라가는 중국발 리스크는 현재뿐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될 수밖에 없는 문제다. 따라서 생태계 내에서 확보할 수 있는 경쟁력을 우선적으로 감안하고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전후방 산업 사이의 균형을 조절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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