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올해 방송시장을 관통하는 단어를 꼽자면 아마 '공정성'이 아닐까 싶다. 사상 처음 이뤄진 벚꽃 대선을 이끌어낸 것도 언론의 힘이었고, 오랜 기간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는 지적을 들었던 공영방송에 대한 정상화 작업도 정권교체와 함께 본격화됐다. 방송의 공공성 확보, 정상화 이슈는 현재 진행형이다. 진보와 보수의 이념 대결이 아닌 방송 그 자체의 공정성, 공익성 확보라는 숙제를 남긴 한해였다.
또한 올해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재허가가 이뤄졌고 이달 중으로 지상파 3사에 대한 재허가가 이뤄질 예정이다. 오보, 막발, 편파 방송 지적을 받았던 TV조선이 결국 재승인 심사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TV조선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 법과 원칙에 어긋난 의사결정을 내렸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지상파 3사 재허가의 경우 모두 재허가 기준을 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조건부 재허가가 예상되고 있다.
산업 측면에서는 지상파 초고화질(UHD) 상용 서비스가 우여곡절 끝에 시작됐다. 원래 올해 2월 본방송이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의 준비 미흡으로 일정이 5월(31일)로 미뤄졌다.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서비스 지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직접수신 가구가 극소수인데다 유료방송 재전송도 이뤄지지 않아 아직까지는 무늬뿐인 지상파 UHD 방송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그동안 찬밥신세였던 온라인동영상(OTT) 서비스는 다양한 플랫폼 사업자들이 속속 도입하며 한국 시장에서도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낮은 유료방송 요금 때문에 한국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 같았지만 신규 비즈니스로의 영역 확대와 온라인 및 모바일 시청행태 확대로 OTT가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넷플릭스의 인기가 높아졌고, 구글도 유튜브 인기에 더해 구글TV로 영역을 확장했다.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는 채널당 월 55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의 알라까르테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CJ헬로도 빅데이터와 인공지응 기반의 통합 방송 포털 서비스를 선보였다.
IPTV 성장, 케이블TV 부진 기조는 올해도 계속됐다. 올해 상반기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은 케이블TV 45.76%, IPTV 43.71%, 위성 10.53% 였다. 이 중 IPTV 점유율만 지난해 하반기보다 1.19%p 증가했고 가입자도 5.72% 늘어났다. 케이블TV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하반기보다 1.04% 감소했다. 케이블TV 방송상품과 이통사 이동전화 상품과 결합하는 동등결합이 시작됐지만 해지방어에 일부 영향이 있었을 뿐 경쟁상황을 뒤집기는 역부족이었다.
인수합병 시장은 조용했다. 지난해 SK텔레콤과의 인수합병이 불발된 CJ헬로가 올해 큰 손으로 등극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난해 말 같은 권역에서 경쟁하던 지역 SO 하나방송을 인수 한 이후 올해는 감감 무소식이었다. 통신사들은 꾸준히 케이블TV에 대해 관심을 보였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현재 33%인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내년 어떻게 변화하느냐에 따라 유료방송 시장에서의 인수합병 논의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