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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결산/게임] 빅3 시장 재편…中 막혔어도 세계서 흥행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2017년은 게임산업이 여러모로 변화를 겪은 시기였다. 대형 모바일게임이 시장 주류로 떠올랐고 모바일 시장에서도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크게 유행했다.

이러한 추세 속에 국내에서 중국산 모바일게임들이 각광받았다. 국내 중견·중소 업체들이 내놓는 게임들의 입지를 위협했으나 대형 업체들은 끄덕없는 모습을 보였다. 넥슨, 넷마블게임즈, 엔씨소프트 이른바 빅3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빅3 위주의 시장이 자리잡았다.

수년간 외산 온라인게임이 점령했던 PC방 시장을 국산 게임이 되찾는 일도 있었다. 중국 판호(유통허가권) 발급이 중지됐지만 북미·일본 등 세계 여타 지역으로 눈을 돌려 성과를 내는 일도 있었다. 대표적 게임 규제인 셧다운제를 폐지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모바일 MMORPG 대유행=2017년은 ‘모바일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시장에 완전히 자리 잡은 시기로 볼 수 있다. 먼저 중국산 게임들이 시장 가능성을 타진했고 넷마블게임즈의 ‘리니지2 레볼루션’이 크게 성공하면서 시장 파이를 키워놓았다. 여기에 엔씨소프트가 ‘리니지M’으로 힘을 보탰다. 리니지M이 모바일게임 사상 최고 흥행작 반열에 오르면서 모바일 MMORPG 전성기를 열었다.

MMORPG는 PC온라인게임 시장에서도 십수년간 주요 장르로 자리잡았다. 캐릭터 육성, 사냥, 채집, 탐험 등 방대한 콘텐츠가 지속적인 게임 플레이를 유도했고 게임 속에 길드, 클랜 등 이용자 커뮤니티가 형성되면서 이것이 게임 수명을 길게 늘리는데 주된 역할을 했다.

핵심 재미요소인 실시간 대규모 대전 역시 매번 새로운 전투·전쟁 양상을 만들어내며 꾸준한 인기 유지에 한몫했다. 모바일 MMORPG에선 PC게임과 달리 조작 편의를 위한 자동사냥 등 다양한 장치가 적용되지만 이용자가 느끼는 핵심 재미는 PC와 다를 것이 없다. 내년, 내후년 시장에서도 MMORPG가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빅3 시대 열었다=연말 들어선 넥슨과 넷마블게임즈, 엔씨소프트를 일컫는 빅3 위주의 시장이 자리 잡았다. 구글·애플 앱마켓 최고매출 순위를 보면 빅3의 위상을 체감할 수 있다. 매출 최상위권을 빅3 게임이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넥슨은 PC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전통의 강자이지만 그동안 모바일게임 시장에선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달라졌다. ‘히트’와 ‘다크어벤저3’, ‘오버히트’ 등을 연이어 성공시켰다. 넷마블게임즈는 국내 모바일게임 1위 사업자다. 수년째 최고매출 최상위권을 점유 중인 가운데 북미, 일본 등 국외 시장에서도 흥행작을 배출, 국내외에서 고른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신흥 강자다. ‘리니지M’이라는 단일 모바일게임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일궜다. 리니지M은 지난 6월말 출시 이후 국내 앱마켓 최고매출 1위 붙박이로 자리잡았다.

올해 빅3의 국외 성과도 두드러졌다. 넥슨과 넷마블은 2조원 클럽 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3분기까지 올해 누적 매출로 각각 1조8559억원, 1조8090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실적 합산 시 2조원을 훌쩍 넘기는 연매출이 확실시된다. 두 회사는 3분기 기준 사상 최고 실적을 거뒀는데, 국외에서 실적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국내 매출 비중이 큰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을 앞세워 국외 매출 확대를 노린다. 최근 대만에 출시된 리니지M이 앱마켓 매출 1위에 올랐다.

◆넷마블·펄어비스 등 유망 기업들 상장=올해는 유망 게임기업들의 증시 입성이 눈에 띈다. 대표적인 업체가 넷마블게임즈와 펄어비스다. 최근 주가흐름도 좋다. 공모가 대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19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넷마블이 15조9848억원, 펄어비스가 2조6124억원이다.

넷마블은 자타공인 게임 대장주다. 지난 5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모바일게임 시장 확대를 간파한 한발 앞선 시장 공략과 꾸준한 흥행작 배출이 뒷받침된 결과다. 상장 이후에도 테라M, 페이트그랜드/오더 등 성공작을 내놨다. 넷마블은 상장에 앞서 공모자금과 인수금융 등의 힘을 빌려 5조원 규모의 대규모 인수합병(M&A)에 의지를 보인 바 있다. 국외 진출을 위해서다.

펄어비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검은사막’을 앞세워 지난 9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오랜만에 시가총액 1조원대 게임사가 탄생했다. 단일 매출에 대한 우려가 상존했으나 검은사막 모바일 공개 이후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시가총액도 껑층 뛰어 2조원대를 기록 중이다.

◆中 모바일게임 인기=올해도 중국 모바일게임의 인기가 두드러졌다. 예상된 결과다. 개발력 측면에서 국내 수준을 뛰어넘었다는 평가가 나온지 오래인데다 역할수행게임(RPG) 일변도인 국내와 달리 출시되는 게임 장르도 다양하다. 미소년 게임의 유행을 일으킨 것도 중국 게임이다.

올해는 전혀 다른 측면에서 중국 게임에 시선이 쏠린 일도 있었다. ‘착한 게임’ 이슈가 불거졌다. 일부 중국산 게임은 결제하지 않고도 충분히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이용자 호응이 감지됐다.

모바일게임 대세가 된 자동진행을 채택하지 않고 수동진행을 채택한 게임도 나와 인기를 끌었다. 마니아들을 겨냥한 실험적인 접근이지만 게임을 잘만 만들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내년 시장에서도 중국 모바일게임의 강세가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배틀그라운드’ 세계적 흥행…국내서도 1위=블루홀 자회사 펍지가 개발한 생존경쟁(배틀로얄) 장르의 PC온라인게임 ‘플레이어언노운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가 11월14일 국내 출시됐다 .

배틀그라운드는 국내 출시 전 글로벌 PC게임 플랫폼 스팀에 시범출시(얼리액세스)된 이후 각종 신기록을 세우며 세계적 흥행작으로 자리매김 바 있다.

이 게임은 국내 출시 전부터 입소문을 탔고 지난 수년간 ‘리그오브레전드(LoL)’, ‘오버워치’ 등 외산 게임들이 점령한 PC방 시장에서 1위에 오르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국내 출시 이후엔 2위 리그오브레전드와 격차를 벌리며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 흔치 않은 배틀로얄 게임 가운데 최고 수준의 완성도를 갖춘데다 과금 유도가 없는 패키지 결제 방식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셧다운제 폐지 법안 발의=철폐 1순위로 꼽힌 셧다운제 폐지 법안이 발의됐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1월 ‘게임 셧다운제’ 폐지 내용을 담은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웹젠 이사회 의장을 지내다 정계에 뛰어든 게임업계 출신 첫 국회의원이기도 하다.

셧다운제는 시행에 앞서 사회 각계의 반대에 부딪힌 법안이다. 심야 시간(0~6시) 16세 미만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 이용을 제한·차단하는 내용이 담겼다. 당초 청소년의 수면권을 보장하고 인터넷게임의 과몰입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고 하나 실효성이 입증된 바 없다. 이미 시장 중심이 모바일게임으로 넘어간 상태에서 PC온라인게임에만 적용돼 그 자체로 실효성을 잃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글로벌 서비스 중인 모바일게임에 도입을 확대할 경우 세계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다. 쉽게 말해 진퇴양난인 상황이다.

김 의원은 법안 발의 이유로 ▲부모의 아이디나 주민번호 도용을 통해 심야시간에 게임을 하는 등의 부작용 발생 ▲홍콩·미국 등 제3국을 통해 콘텐츠를 다운받는 이른바 ‘사이버 망명’의 성행 ▲별도의 인증시스템과 서버를 구축해야 하는 중소 게임업체의 입장에서 경영상 어려움 발생 ▲온라인게임에 대해서만 등급에 관계없이 특정 시간대에 서비스 제공을 금지하는 형평성 문제 ▲‘선택적 셧다운제(게임시간선택제)’와 겹치는 이중규제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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