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글로벌 IT기업들이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구글과 MS, 애플이 AR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한편, 페이스북은 AR보다 VR에 더 집중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VR보다 AR이 더 성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페이스북은 헛다리를 짚은 걸까.
오는 11월 출시되는 애플의 10주년 기념폰 ‘아이폰X’는 AR을 구현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AR을 지원하도록 설계된 스마트폰은 역사상 처음이다. 이전부터도 글로벌 IT기업은 이미 AR 도입을 확대해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 구글의 ‘구글글래스’가 대표적 사례다. 구글과 애플은 각각 AR개발 툴인 ‘AR코어’와 ‘AR키트’를 제작하기도 했다.
반면, 페이스북은 VR에 매달리고 있다. 지난 2014년 글로벌 VR플랫폼 기업 오큘러스를 30억 달러에 인수한 페이스북은, 최근 VR 헤드셋 '오큘러스 고'를 공개하면서 10억명 이상의 VR 이용자를 확보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물론 페이스북이 AR 개발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페이스북은 AR을 지원하는 안경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외신에 따르면, 실제 이 안경이 상용화되려면 시간이 최소 5년 이상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페이스북은 스냅챗 등 경쟁사의 기능을 자사 서비스와 접목하는 방식으로 AR 기능을 일부만 적용했을 뿐이다. 외신도 페이스북이 AR보다 VR에 더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시장에선 VR보다 AR이 더 전망성이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영국의 IT시장조사기관 ‘디지캐피탈(Digi-Capital)’에 따르면, 2021년까지 세계 AR시장이 830억달러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하는 반면, VR은 250억 달러 규모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때문에 지난 25일(현지시각) 미국 투자전문업체 ‘모틀리 풀(The Motley Fool)’의 레오 선(Leo Sun)은 외신 비즈니스인사이더를 통해 “마크 주커버그가 10억명의 VR 사용자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는 허황된 꿈”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시장의 전망은 AR과 VR의 기본적인 원리 차이에서 기인한다. AR은 말 그대로 현실에 기반해 ‘증강된 세계’를 보여주는 기술이다. 반면, VR은 현실 너머의 전혀 새로운 세계를 그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실 정보에 기반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포켓몬고나, 드래곤볼의 전투력 스카우터이 AR기술의 일종이다.
시장전문가들은 AR장치가 실제 세계를 통해 현실을 새롭게 나타낸다는 측면에서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낼 것으로 보고 있다. VR은 흥미롭기는 하지만, 이용자를 가상의 공간으로만 묶어둬 게임 매니아 등 일부층에만 흥미를 끌 것이란 분석이다.
VR시장의 성장이 스마트폰이 아닌 실생활과 분리된 게임의 영역에서만 국한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리서치 회사인 ‘IDATE디지월드(DigiWorld)’은, 사용되는 VR헤드셋의 수가 2017년 1090만개에서 2020년 6160만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대해 레오 선은 “매년 VR의 성장세는 양호해 보이나, 관련 수치들은 PC나 스마트 폰보다는 게임용 콘솔의 출하량 때문”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이어 그는 “AR과 VR 모두에 투자하고 있는 일본의 소니는 지난 4년간 6300만개의 플레이스테이션4를 팔았지만, VR헤드셋은 작년 75만대 팔았다”며 “VR장치는 여전히 새로운 컴퓨팅 플랫폼이 아니라, 옵션 부속품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VR이 미래 페이스북의 주 수입원이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VR플랫폼이 10년 안에 1억명의 사용자를 확보할 지도 의심스럽다”며 “반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은 AR시장에서 선두 위치를 점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