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단말기유통법은 시행 때도 시행 후도 말이 많다. 없애자고 했다가 유지하자고 했다가 필요하면 들먹이고 필요치 않으면 방치한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말이 이렇게 잘 들어맞는 법도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통신비 완화 방안으로 선택약정할인 할인율을 20%에서 25%로 5%포인트 높였다. 오는 9월15일 시행이다. 단말기유통법은 지원금을 받지 않은 사람에게 그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을 해 주도록 했다. 이것이 선택약정할인이다. 과기정통부가 산정한다. 직년연도 통신사 영업보고서가 근거다.
시행 첫 해 12%로 출발 2015년 4월 20%로 올랐다. 선택약정할인율 책정 권한이 정부에 있으니 선택약정할인율을 조정, 통신비 완화를 추진하는 방법은 일면 타당해 보인다. 정부의 시장 개입 논란은 최소화했다. 통신비 책임은 통신사에 전가할 수 있다. 정부는 깎아주려는데 통신사가 반대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선택약정할인율로 통신비를 줄이는 방법은 출발점부터 문제가 있다. 단말기유통법은 통신비 절감이 아니라 소비자 차별을 막기 위해 만든 법이다. 유통 정보를 투명화해 차별을 막는 것이 목적이다. 선택약정할인은 지원금을 받는 소비자와 지원금을 받지 않는 소비자의 차별을 없애기 위해 도입했다.
즉 지원금이 없어지면 선택약정할인도 없다. 비교대상이 없으면 할인도 없다. ‘지원금에 상응하는’ 할인이기 때문이다. 통신사는 요금할인 탓에 경영이 악화하면 비용을 줄이게 된다. 지원금을 줄이면 요금할인도 준다. 소비자의 단말기 구매비는 상승하고 요금부담도 상승한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 논의도 그렇다. 통신사가 휴대폰 유통에서 손을 떼면 지원금을 줄 명분이 사라진다. 지원금이 0원이면 선택약정할인도 0원이다. 정부의 단말기유통법의 잘못된 활용이 결과적으론 통신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셈이다.
단말기유통법을 선택약정할인을 통신비 인하 수단으로 쓰려면 ‘지원금 상한제’가 아니라 ‘지원금 하한제’가 있어야 한다. 지원금이 떨어지면 할인도 사라지니 지원금을 낮추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가 목적을 위해 잘못된 수단을 쓰기 시작하니 통신 정책도 업계도 소비자도 산으로 간다.
통신비 절감은 장기적 대책이 필요한 분야다. 통신비에 포함한 준조세 성격 재원을 통신 소비자에게 돌려줄 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정부가 세금을 빼고 작년 통신사로부터 거둬들인 돈은 방송통신발전기금, 정보통신진흥기금 총 1조842억원이다. 이 돈을 전부 통신비 인하에 쓴다면 1인당 약 1만6000원 가량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