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문재인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를 두고 논란이 거세다. 공약대로 기본료 폐지를 주장하는 소비자 단체와 기본료 폐지는 통신사 존립에 위협이 된다는 미래창조과학부 및 통신사의 우려가 맞서고 있다. 이와 별개로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인위적 통신비 인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주도권을 잡겠다는 우리 경제 큰 그림도 무산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8일 미래부와 통신사는 오는 9일까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요구한 통신비 인하 정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국정기획위는 모든 이동전화 기본료 폐지를 추진 중이다. 미래부는 10일 통신비 인하방안을 국정기획위에 보고할 예정이다. 기본료는 가입자당 월 1만1000원. 표준요금제뿐 아니라 정액요금제도 포함한 액수다.
미래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국내 이동전화 가입자는 총 6225만3218명이다. 이중 알뜰폰(MVNO, 이동전화재판매)을 제외한 가입자는 총 5518만1523명이다. 전체 기본료가 없어진다면 월 6069억9675만3000원이 통신사 매출에서 사라진다. 1년이면 7조2839억6103만6000원이다. 통신 3사로 나누면 ▲SK텔레콤 3조5554억6791만6000원 ▲KT 2조1151만3288만8000원 ▲LG유플러스 1조6133만6023만2000원이다.
각 사 실적발표 자료 기준 2016년 이동전화 또는 무선 서비스 매출액은 ▲SK텔레콤 10조8110억원 ▲KT 6조6584억원 ▲LG유플러스 5조18억원이다. 전체 기본료가 없어질 경우 작년 매출은 ▲SK텔레콤 32.9% ▲KT 31.8% ▲LG유플러스 32.3%의 매출이 없어진다. 2016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연간 영업이익은 각각 ▲1조5357억원 ▲1조4400억원 ▲7465억원이다. 영업이익은 무선사업만 포함한 것이 아니다. 기본료가 폐지되면 3사 전부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
대안으로 부상한 2세대(2G)와 3세대(3G)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역시 통신사 경영엔 직격탄이다. 미래부가 밝힌 4월 기준 2G 가입자는 ▲SK텔레콤 186만7954명 ▲LG유플러스 119만5087명. 각각 월 ▲SK텔레콤 205억4749만4000원 ▲LG유플러스 131억4595만7000원 매출 감소다. 연간 SK텔레콤 2465억6992만8000원 LG유플러스 1577억5148만4000원의 매출이 떨어진다. 3G의 경우 같은 기간 ▲SK텔레콤 368만2713명 ▲KT 231만5440명이 남아있다. 월 매출 ▲SK텔레콤 405억984만3000원 ▲KT 254억6984만원이 줄어든다. 연간 ▲SK텔레콤 4861억1811만6000원 ▲KT 3056억3808만원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3G와 2G 가입자만 감당하면 되지만 SK텔레콤은 다르다. 2G 3G 다 빠진다.
저소득층과 소외계층 관련 기본료 폐지도 부담은 마찬가지다. 이미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현재 법령과 사업자 자율에 따라 ▲장애인 ▲국가유공자 ▲복지시설·단체 ▲생계 및 의료기초생활수급자 ▲주거 및 교육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에 대한 통신비 감면을 실시하고 있다. 대상과 서비스에 따라 월정액 35% 감면 등의 혜택을 준다.
저소득층을 차상위계층까지로 보면 2016년 기준 전체 가구의 19.5%(통계청 소득분배지표 시장소득 기준)가 해당한다. 국내 이동전화 가입자는 총인구를 상회한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전체 가입자의 19.5%로 가정하면 월 1183억6436만6835원 연 1조4203억7240만2020원이 공중에 뜬다.
한편 이에 따라 가계통신비 인하는 기본료 폐지 대신 분리공시 도입 같은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업계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국내 정보통신기술(ICT)산업 발전은 통신 인프라가 큰 몫을 했다. 통신사가 어려워지면 더 이상 성장은 어렵다. 5세대(5G) 이동통신 등 4차 산업혁명은 남의 얘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