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미래창조과학부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그동안 역대 미래부 장관들은 기본료 폐지와 관련해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기본료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실행에 강한 의지를 드러냄에 따라 미래부 철학도 변할 수 밖에 없게됐다.
국정기획위는 미래부에 이번 주말까지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사실상 최후통첩이다. 미래부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2~4G 기본료 완전 폐지…이통사 “절대 불가” 가능성
첫 번째 방안은 대통령 공약을 온전히 수행하는 것이다. 문제는 미래부가 통신사 요금을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점이다. 이 방안의 열쇠는 전적으로 통신사가 갖고 있다. 미래부는 통신사와 이 문제를 놓고 다시 협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대통령 공약은 LTE 스마트폰 요금제까지 모두 포함한다. 모든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면 연간 기본료 폐지로 인한 통신사 손실은 8조원에 달한다. 현실화 될 경우 단말기 보조금,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등 기존에 제공됐던 혜택들이 대폭 축소되거나 사라질 수 있다. 적극적인 투자도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동안 미래부가 기본료 폐지에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해온 이유들이다.
◆음성 중심 2~3G 단계적 폐지…알뜰폰 고사 위기
대통령 공약이행과 산업의 현실적 상황을 감안할 때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안이다. 5G 시대에서도 음성만 이용하는 고객은 존재하겠지만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물론, 이통사 입장에서는 이 안도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3월 기준으로 2~3G 가입자는 1450만7022명. 월 1만1000원의 기본료가 사라지면 연간 2조원의 매출이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4G에서 5G로 네트워크가 진화할 수록 음성이 아닌 데이터가 중심이 된다. 계속해서 음성 가입자가 줄어들고 있는데다 앞으로 나오는 요금제에서는 아예 기본료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설정하면 이통사들은 중장기적으로 기본료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문제는 음성 요금제로 먹고사는 알뜰폰 사업자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기본료 대신 당근…수조원 달하는 혜택은 어디서?
만약 미래부가 통신사들의 협조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남은 대안은 그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또는 편익 확대다. 문제는 수조원에 달하는 편익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이다. 공무원과 통신사들은 어떤 혜택을 내놓을 때마다 경제효과, 편익을 숫자로 전환하는데 기가막힌 재주가 있다. 공공 와이파이존 확대를 비롯해 데이터 제공량 확대 및 선물하기, 문자 무료 제공 등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기본료 폐지에 따른 국민편익은 적게는 2조에서 많게는 8조원이다. 모든 혜택을 긁어모으더라도 국민, 그리고 국정기획위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원금상한제 조기폐지, 분리공시제 도입 등도 빠르게 추진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제4이통·알뜰폰 집중 지원
국정기획위의 압박에도 불구 미래부가 기존의 입장을 바꾸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기본료 폐지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부작용을 생각할 때 결국 책임은 미래부가 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무조건 기본료 폐지를 고집할 수 없다. 대신 제4이동통신사 선정이나 알뜰폰 활성화 등 경쟁활성화 정책을 강하게 추진해 문제해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사업자간 경쟁을 통한 요금부담 완화가 최선이라는 점에서 가장 합리적 방안이지만 제4이통을 추진할 만한 사업자가 존재하는지부터 시작해 사업자 선정 추진부터 실제 사업을 하는데 최소 2년 가량은 소요된다. 알뜰폰 활성화는 가장 현실적 대안이다. 대신 현재 수많은 중소 알뜰폰이 아닌 CJ헬로비전급의 대형 알뜰폰 사업자를 육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