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스냅드래곤835’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중앙처리장치(CPU)를 설계를 간결화해 제품 개발주기를 단축시켰다. ARM이 제공하는 설계자산(IP)을 크게 손보지 않고 적용한 덕분에 삼성전자 위탁생산(파운드리) 일정은 물론 수율까지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퀄컴 스냅드래곤835를 생산하고 있는 삼성전자 10나노 핀펫 파운드리의 램프업(생산량 확대) 배경에는 ARM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스냅드래곤835의 CPU를 ARM이 거의 대부분 제공하면서 파운드리에 들이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스냅드래곤835의 CPU는 ARM이 제공한 레퍼런스 IP를 거의 그대로 가져다 사용한 것”이라며 “특히 메모리 인터페이스에서 LPDDR4X를 사용하는데 있어 삼성전자가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퀄컴은 그동안 CPU는 물론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이르기까지 IP 재설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CPU는 ‘크라이요(Kryo)’, GPU는 ‘아드레노(Adreno)’라고 이름 붙였다. IP 재설계는 시스템온칩(SoC)의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연구개발(R&D) 비용의 상승 및 개발주기가 길어진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퀄컴이 삼성전자 10나노 파운드리를 이용하면서 올해 선보일 각 업체의 전략 스마트폰에 스냅드래곤835를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양산이 필수적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10나노 파운드리를 통해 7만장의 웨이퍼를 출하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충분한 수율이 달성됐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스냅드래곤 835의 CPU 간결화는 큰 그림을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사양으로 봤을 때 스냅드래곤 835은 현존하는 최고의 AP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본질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데이터 처리 성능을 극대화하는데 있다. 스마트폰과 같은 제품은 들고 다녀야 하므로 성능을 만족시키면서도 배터리 수명까지 챙기기가 쉽지 않다.
이를 위해 퀄컴은 CPU, GPU, 디지털신호처리장치(DSP)를 묶어 유기적으로 작동하도록 했다. 딥러닝과 머신러닝 활용에 필수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구글 텐서플로우와 카페(Caffe)도 지원한다. AP가 단순하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스마트 기기의 두뇌 역할을 넘어서서 인공지능(AI) 핵심부품으로 자리 잡게 하겠다는 의도다.
퀄컴은 제로스 칩(Zeroth chip)이라 부르는 프로젝트에서 앞서 언급한 뉴럴 프로세싱과 관련된 연구개발(R&D)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이기종컴퓨팅(헤테로지니어스)뿐 아니라 사람의 두뇌를 모방한 뉴로모픽칩을 염두에 두고 있는 셈이다. 스냅드래곤835의 CPU·GPU·DSP를 모두 활용했을 때 성능은 최대 8배, 에너지효율은 최대 25배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
업계 전문가는 “AP 설계에 필요한 시간이 문제이고 SoC 타임투마켓 대응을 위한 대응으로 보인다”며 “미세공전 한계에 대비해 7나노부터는 더 간결한 설계를 AP에 적용한 후 적층으로 성능을 한층 높이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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