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법원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사용되는 장비와 화학물질 등의 정보가 외부에 공개될 경우 기업의 경쟁력과 영업상 이익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외부에서 필요 이상으로 요구하고 있는 반도체 생산공정에 대한 자료 요청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행정2단독 김강대 판사는 반도체 노동자와 시민운동가 등이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행정소송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특별감독 및 안전보건진단 결과 보고서를 비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일부에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라고 결정했다.
그동안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은 일부 반도체 노동자와 시민운동가 등이 특별감독·안전보건진단 결과 보고서를 공개하라는 요구에 대해, 정보공개법에서 규정한 ‘법인, 단체 또는 개인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에 해당한다며 공개를 거부해왔다.
결국 법원은 특별감독·안전보건진단 결과 보고서는 정부기관과 공공기관이 공식적으로 작성한 정보이고 업무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생산공정과 흐름도, 장비, 사양, 작동방법 등의 정보는 외부로 유출될 경우 삼성전자의 경쟁력과 영업상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이는 그동안 삼성전자가 밝힌 반도체 생산공정에 대한 자료가 오랜 기간 연구개발(R&D)을 통해 최적화한 정보라는 점을 법원이 인정한 셈이다. 공개될 특별감독·안전보건진단 결과 보고서는 분야별 진단결과에 대한 개략적인 의견제시가 기재된 진단총평 부분에 국한된다.
일각에서는 이 보고서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에게 전달된 만큼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국회에 보고된 자료라고 해서 반드시 공개되어야 할 근거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영업비밀의 보호에 대해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나 형법상의 업무상 배임죄 등에 의한 보호방안을 마련해두고 있다. 영업비밀은 비공지성, 경제적 가치성, 비밀관리성을 갖춰야 하는데 반도체 생산공정은 모든 요건을 만족시킨다. 국가 산업과 경제에 끼치는 영향력만 따져 봐도 그렇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반도체를 만들 때 사용하는 장비와 재료를 비롯한 각종 공정은 당연히 영업비밀이고 유출될 경우 경쟁사나 경쟁국을 대놓고 돕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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