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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걸을까?…삼성전자 전장사업의 앞날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인사이트세미콘]

삼성전자가 10일(현지시간) 미국 전장부품 업체인 하만 인수합병(M&A)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14일 공식으로 인수 의사를 밝힌 지 4개월만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삼성전자는 하만을 품에 안는데 국내 M&A 사상 최고액인 80억달러(약 9조2400억원)을 썼다. 그만한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서 전장부품 사업 진출에 있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는 자동차 산업 특유의 진입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티어1(1차 협력사)부터 말단 협력사까지 거미줄처럼 복잡한 이해관계와 유통망이 구성되어 있는데다가 기업거래(B2B) 특유의 보수성과 안전을 내세운 갖가지 인증 작업이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자동차라는 제품이 2만개가 넘는 부품으로 만들어지고 리콜이 발생할 경우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며, 일본 타카타 에어백 사례에서 보듯 한 번 문제가 나타나면 그 파장은 도미노 효과를 불을 보듯 뻔하다.

삼성전자와 하만이 수차례 밝힌 것처럼 양사의 결합은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봄직하다. 반도체·디스플레이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 잔뼈 굵은 전장사업 경험 및 탄탄한 인포테인먼트 개발능력의 하만은 표면적으로 봐도 무척 이상적이다.

다만 이론은 어디까지나 이론일 뿐이다. 인수 타이밍은 차치하고서라도 삼성전자가 하만의 실적을 그대로 가지고 간다고 해서 당장 이렇다 할 수 있는 이득을 보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 전장사업팀장 박종환 부사장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언급한 것처럼 하만은 B2B 기업이라 3~5년까지의 매출 계획이 잡혀있다. 매출이 발생하느냐 마느냐의 조건은 하만 제품을 채용한 완성차가 잘 팔리느냐의 문제다.

바꿔 말하면 완성차, 혹은 다른 티어1에서 하만이 삼성전자에 인수됐다는 이유로 채용을 꺼린다거나 협력관계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골치를 썩을 수 있다. 가령 현대기아자동차만 보더라도 그렇다. 현재기아차는 해외 부품사의 국내 진출이나 국내 생산 프로그램으로의 참여를 반기지 않는다. 실제로 부품 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구매본부는 새로운 업체를 거의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하만은 달랐다. 국내에 별도의 생산시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가치를 고려해 현대기아차는 나름대로의 관리와 대우를 해줬다. 이런 상태에서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해버렸으니 억지로라도 거래를 해야 하는 상태가 됐다. 그동안 현대기아차 내부에서 삼성그룹과의 거래에 부정적인 반응이 있었고 양사는 직간접적인 협력을 거의 포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앞으로의 전개 방향에 물음표가 달릴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점은 감안해서인지 박 부사장은 회사가 잘 굴러갈 수 있도록 가능한 (인력을) 내버려 두고 삼성전자 파견 인력은 서브로 배치할 것”이라며 “중요한 보직에서 한 자릿수 인력을 보내고 시너지를 내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과의 관계를 고려한 셈이다.

정리하면 삼성전자-하만의 시너지는 어떤 의미로 삼성전자가 만든 제품을 하만이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 박 부사장은 “하만은 일부 삼성전자 반도체를 사용했지만 범용 제품이어서 SoC는 들어가지 않았고 (우리가) 준비가 덜됐다”며 “아우디에 2018년 엑시노스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공급만 해서는 곤란하다. 완성차에 엑시노스가 내장되려면 많은 이해관계를 넘어서야 한다.

◆인포테인먼트 넘어 자율주행차 시대 고려=경쟁사 움직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일본 르네사스다. 구조조정과 더불어 정책적인 면에서 해외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르네사스 관계자는 “그동안 일본 내수 시장점유율이 높았던 것은 사실이고 지금도 9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며 “매출에 있어서는 일본 48%, 해외 52%로 세계화 정책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5년 기준으로 르네사스의 매출은 6980억엔(약 7조4400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3조8000억원 가량을 해외에서 벌어들인 셈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인포테인먼트 자체에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20년까지 인스트루먼트(계기판), 안전, 차체, 인포테인먼트 자동차 반도체의 연평균성장률(CAGR)은 6%가 한계다. 이와 달리 전기차(EV)와 15%,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는 17%에 달한다. 하만은 인포테인먼트에서의 활약이 도드라지지 다른 분야는 그렇지 못하다. 직설적으로 삼성전자가 하만을 보유했다고 해서 현대모비스 정도의 기업이 됐다고는 평가하기 어렵다.

전체 자동차 반도체에서 이들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10~20% 정도다. 하지만 파급력은 엄청나서 자율주행차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므로 ‘서브시스템→소프트웨어→인프라스트럭처→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결국 하만을 통한 인포테인먼트는 삼성전자 전장부품 사업의 밑그림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는 궁극적으로 전기차(EV)와 같은 친환경차 시대의 전장부품 생태계 구축을 염두에 뒀다고 볼 수 있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와 EV가 워낙 높은 연평균성장률(CAGR)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데다가 이전과는 달리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이 보다 긴밀해진 결과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20년까지 인스트루먼트(계기판), 안전, 차체, 인포테인먼트 자동차 반도체의 CAGR는 6%가 한계다. 이와 달리 EV와 15%, ADAS는 17%에 달한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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