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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하만, 요동치는 전장부품 생태계…향후 시나리오는?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인사이트세미콘]

삼성전자가 하만을 통해 ‘티어1(1차 협력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자동차 시장은 카르텔이 견고하다. 티어1부터 말단 협력사까지 거미줄처럼 복잡한 이해관계와 유통망이 구성되어 있다.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해서 진입장벽이 상당한데 인수합병(M&A)을 통해 시간을 줄이고 양사의 장점을 극대화해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게 핵심 전략이다.

아직까지 각국의 승인절차와 함께 주주총회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삼성전자가 예정대로 하만을 품에 안으면 곧바로 안정적인 티어1으로써의 역할이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완성차 업체와의 관계는 물론이고 보쉬, 컨티넨탈, 델파이, 덴소 등 같은 티어1 업계와의 연결고리를 새롭게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현대기아차만 해도 그렇다. 여전히 삼성그룹을 여러 각도로 의식하고 있는 가운데 신규 협력 업체로의 관계 설정이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하만은 이런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실제로 하만은 국내에 생산거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현대기아차는 별도의 프리미엄 오디오 협력사로 분류해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JBL, 하만카돈, 마크레빈슨, 뱅앤올룹슨(B&O), 바우어앤윌킨스(B&W) 등의 오디오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BMW, 벤츠, 도요타, 렉서스, 크라이슬러, 폭스바겐이 하만을 활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하만을 바탕으로 어떤 전략을 펼칠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서로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했다. 어떤 형태로든 전장부품 생태계의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향후 시나리오를 전망해봤다.

① 인포테인먼트에 삼성전자 역량 집중
대중에게 익숙한 오디오 브랜드에 가려져서 그렇지 하만은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보안 솔루션 등에서 입지가 탄탄하다. 삼성전자는 하만의 영화관용 음향과 조명 기기,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애피타이저에 불과하다. 따라서 하만의 인포테인먼트에 삼성전자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비롯해 D램, 낸드플래시, 디스플레이 등이 탑재될 수 있다.

문제는 인포테인먼트에 삼성전자 부품이 들어가더라도 크게 기대할만한 성과가 나오기 어렵다는데 있다. 들어가지 못한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을 수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수익이 크게 늘어난다고 말하기 어렵다. 전 세계 연간 반도체 시장규모가 365조원으로 추정되고 이 가운데 자동차 반도체는 27조원 정도다. 자동차 생산량은 9000만대로 산술적으로 나누면 차량 한 대당 40만원 가량의 자동차 반도체가 들어간다. 스마트폰과 달리 AP, D램, 낸드플래시와 같은 부품은 현 단계에서 프리미엄 자동차에 주로 쓰일 수밖에 없다. 원가절감이 무척이나 중요하므로 대중적인 모델까지 내려오려면 시간이 다소 필요하다. 연간 15억대 이상 판매되는 스마트폰과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다는 얘기다.

또 다른 문제는 인포테인먼트 자체에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20년까지 인스트루먼트(계기판), 안전, 차체, 인포테인먼트 자동차 반도체의 연평균성장률(CAGR)은 6%가 한계다. 이와 달리 전기차(EV)와 15%,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는 17%에 달한다. 하만은 인포테인먼트에서의 활약이 도드라지지 다른 분야는 그렇지 못하다. 직설적으로 삼성전자가 하만을 보유했다고 해서 현대모비스 정도의 기업이 됐다고는 평가하기 어렵다.

물론 전체 자동차 반도체에서 이들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10~20% 정도다. 하지만 파급력은 엄청나서 자율주행차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므로 ‘서브시스템→소프트웨어→인프라스트럭처→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결국 인포테인먼트는 삼성전자 전장부품 사업의 밑그림에 불과하다.

② 자율주행차 시장 공략
삼성전자는 하만과의 시너지 효과로 스마트, 반자율, 자율주행차를 꼽았다. 앞서 언급했지만 인포테인먼트는 결국 자율주행차로의 진화를 위한 초석이라고 봐야 한다. 절대 수량에서 자동차는 스마트폰이나 PC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자율주행차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는 ADAS가 접목된다면 상황이 완전히 바뀐다. 현재보다 적어도 두 배 가량의 자동차 반도체가 더 필요해서 차량 한 대당 70만원으로 부가가치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ADAS를 무선(RF) 주파수를 쓰는 레이더와 카메라, 라이다(LIDAR·레이저 반사광을 이용해 물체와의 거리를 측정하는 기술), 초음파 센서의 수를 고려해 레벨을 나눴을 때 기술수준이 고도화될수록 자동차 반도체 비중이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가령 레이더 3개, 카메라 1개, 초음파 센서를 장착한 자동차가 ADAS 레벨2라면 100달러의 자동차 반도체를 더 쓴다. 레벨3는 400달러, 레벨4/5는 550달러로 급격히 늘어난다. 현재 쓰이고 있는 자동차 반도체 금액이 300달러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자율주행차와 같이 높은 레벨의 ADAS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 1000달러 가까운 비용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자동차용 CMOS 이미지센서(CIS)를 비롯해 각종 센서의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 단순히 인포테인먼트용 부품을 판매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율주행차까지 염두에 뒀다는 계산이 나온다.

③ 뼈대 위에서 시너지 효과 고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자동차 반도체는 연간 반도체 시장규모(3000억달러, 약 365조4000억원)에서 10%에도 미치지 못하나, 오는 2020년까지 연평균성장률(CAGR)이 9%에 달할 전망이다. 이 기간 전체 반도체 시장이 2.6%, 사물인터넷(IoT)을 등에 업은 컨슈머도 6%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삼성전자가 하만을 통해 자동차용 반도체 개발에 나선다고 보기는 어렵다.

자동차용 반도체 개발은 단기간에 성과를 얻기가 어렵다. 실제로 2003년 정부는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사업’을 추진하면서 자동차용 반도체를 함께 선정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 내 부품회사인 현대모비스가 연합체를 구성하고 정부도 50억원의 자금을 지원했으나 이렇다 할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다. 자동차 기술 유출과 투자 위험 문제 등에서 접점을 찾지 못한 것이 이유였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궁극적으로 EV와 같은 친환경차 시대의 전장부품 생태계 구축을 염두에 뒀다고 볼 수 있다. ADAS와 EV가 워낙 높은 CAGR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데다가 이전과는 달리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이 보다 긴밀해졌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의 하이브리드차(HEV)와 EV 개발에서도 삼성SDI가 배터리 공급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으나 협력 자체에 부정적인 대응이 나온 바 있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하만 디네쉬 팔리월 최고경영자(CEO)도 이 같은 부분을 명확히 했다. 그는 “지난 한 주 동안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주요 고객사를 많이 만났다. 만남에서는 삼성이 하만을 통해 목표로 하는 것은 스마트자동차 시대에서 1차 솔루션 공급업체가 되는 것이 목표이지 완성차 개발이 목표가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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