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새벽 구속됐다. 창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인수합병(M&A)을 비롯해 급박한 전략적 결정을 내리는데 있어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됐다. 당장 현안으로 떠오른 하만부터 해결해야 한다.
80억달러(약 9조3380억원)을 들여 M&A를 추진하고 있는 하만은 삼성전자의 자동차 전장사업 진출, 나아가 그룹 전체의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까지 인수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하만은 현지시간으로 17일 오전 9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삼성전자와의 M&A를 안건으로 상정한다. 주주 절반의 동의를 얻으면 안건은 가결되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상황이 꼬일 우려가 있다.
이미 지난달 하만의 일부 주주가 디네쉬 팔리월 최고경영자(CEO)와 이사진이 삼성전자와 M&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가치를 저평가하고 불리한 협상조건을 받아들여 (주주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미국 델라웨어 형평법원에 집단소송을 진행했다. 더불어 지분의 2.3%를 보유한 미국계 헤지펀드 애틀랜틱투자운용도 같은 주장을 내세우며 M&A 승인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상장사가 M&A라는 상황에 봉착했을 때 의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지만 이 부회장의 부재는 삼성전자에게 유리할 것이 하나도 없다. 소송 문제는 기본적으로 하만 이사진에서 대처하겠지만 아무래도 최고결정권자의 부재는 주주를 설득시키고 시장을 안정화하는데 도움을 주기 어렵다는 게 삼성전자 내외부의 시각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교류가 어긋나고 있는 것도 골치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IT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불러 만찬을 제안했지만 이 부회장은 당시에도 특검 수사로 인해 참석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내에 가전공장을 건설할 계획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고맙다는 메시지를 올리며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미국에서의 기업 반부패방지법의 저촉 여부도 민감하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업체의 제3국에서의 뇌물 범죄에도 사업 제한은 물론 벌금 부과 등의 제재를 가하고 있다. 어떤 형태로던 대외 신인도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잠재우기 위한 장기적 관점의 연구개발(R&D) 및 M&A를 통해 사업경쟁력 강화를 지속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으나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업계 일각에서 아무리 시스템이 잘 갖춰진 삼성이라고 하더라도 전략적 방향성이 고려되지 않으면 중장기적으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이유다.
한편 삼성은 “앞으로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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