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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IT 민주화를 얘기하다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최근 스타트업들을 취재 하며 가장 많이들은 단어는 ‘민주화’다. 거대한 정치적 담론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민주화는 특정 집단이나 세력이 소유하고 있던 정보가 공개되는 것을 말한다.

최근 핀테크 시장 활성화의 기폭제가 된 스마트폰 앱에 있어 이러한 민주화(?) 움직임이 처음 일어난 것은 2011년 ‘서울버스’ 아이폰앱에 대한 공공기관의 정보 제공 제한이 발단이 된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앱 개발자가 경기도의 실시간 버스 정보를 끌어와 앱을 통해 제공했고 이를 경기도가 차단하면서 공공기관이 보유한 데이터에 대한 사용 제한 문제가 수면위에 떠올랐다.

이후 공공API 개방이 봇물처럼 이어지면서 공공 데이터의 민주화가 이뤄졌다. 이후 이는 금융 등 일반 산업군에까지 확대되면서 현재 많은 혁신적이고 고객, 대중 친화적인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추진하는 스타트업들에겐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정보가 개방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금융권의 정보 공개는 아직도 건너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정보의 비공개는 새로운 서비스가 탄생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장에 제약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쉽게 말해 정보의 부재, 비공개는 자신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생각 자체를 막아놓기 때문에 혁신적인 서비스 창출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공개되어 있는 정보 역시 이를 가져다 쓰는데 제약이 있는 듯 하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오픈되어 있는 정보를 가져다 쓰곤 있지만 해당 기관에서 항의하면 내려야할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물론 2011년과 2017년의 상황은 다르다. 많은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데이터 공유를 통한 가치를 발견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다만 잃을게 많은, 또한 정보를 공개하기 위해 많은 준비가 필요한 기업, 공공기관 등은 아직도 데이터 개방을 주저하는 모양새다.

한편 데이터 분석 시장이 개화되면서 기술의 민주화도 서서히 대두되고 있는 듯 하다. 오픈소스와 같이 무료로 기술을 이용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여태까지 특정 전문가들의 전유물이었던 솔루션 및 도구에 대한 이용 장벽을 낮춰 간단한 지식만으로도 사용, 활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기업의 모든 업무와 서비스가 IT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는 시점에서 개개인의 역량 향상을 위해서도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자동화의 수준이 보다 높아지고 있다. 사용자에게 편한 도구를 쥐어 줄 수 있는 시대가 빨리 오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흔히 우리나라를 IT강국이라고 얘기하곤 하지만 정작 IT업계 종사자들은 이같은 말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테스트베드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비관론도 드세다. IT강국이 되기 위해선 정보의 보다 넓은 공개와 IT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장벽이 낮아져야 할 것이다. IT의 민주화가 곧 IT 강국으로 가는 지름길일 것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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