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제품은 그 속성상 ‘혁신성’을 추구할 수 밖에 없다. 시장경쟁에서 차별화를 이끄는 가장 큰 비교우위 요소가 혁신성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학자 슘페터(J.Schumpeter)가 정의한 ‘기업가 정신' 입각해서 혁신성을 갖춘 제품을 내놓는다고 해도 그것이 언제나 시장의 선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기술적인측면에서 충분히 혁신성을 갖췄더라도 시장의 선택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소비자의 몫이다.
올해 국내 IT시장에선 이처럼 ‘시장의 눈높이’, ‘고객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제품을 발빠르게 제시하는 시장 친화적 제품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은 한 해로 평가된다.
IoT(사물인터넷),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클라우드 등 신개념의 기술 요소를 IT제품에 융합시키는 노력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나타났다.
또 한편으론 거칠어진 시장환경에서 살아남는 생존성이 뛰어난 제품들도 주목을 받았다. 생존력도 결국은 혁신의 결과물이다. 기술적으로 화려하지않더라도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하게 꽤뚫은 가성비가 좋은 제품들은 불황속에서도 성장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시장 전반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최악의 경제침체속에서 설상가상으로 올해 4분기에는 최순실게이트와 대통령 탄핵에 이르는 격동의 정국(政局)이 연출됐다. 그리고 지금 그 격동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이같은 불안한 시장 분위기는 내년 상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각 IT분야별 전문기자들의 추천과 함께 관련 업계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해 2016년 IT혁신 제품을 선정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를 비롯해 유틸리티/신소재, 스마트폰, 보안(정보보호), 엔터프라이즈솔루션, e커머스/콘텐츠, 게임, IT서비스, 통신서비스, 스마트가전/스마트기기 등 10개 분야에서 총 41개 제품이 추천됐다. <편집자>
◆ 반도체/디스플레이, 불황에도 선전 돋보여 = 올해 IT시장에선 반도체/디스플레이에 분야에 대해서는 관련 업계 전문가들의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국내 IT산업의 전반적인 침체에도 불구하고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에서의 선전이 혁신성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는 분석이다.
올해에는 삼성전자의 ‘64단 V낸드’, SK하이닉스의 ‘HBM2’ 메모리, 퀄컴 ‘스냅드래곤 820A’, 엔비디아의 ‘테슬라 P100’, 삼성디스플레이의 ‘플렉시블 OLED’ 등 5개 제품이 혁신상품으로 추천됐다.
삼성전자의 ‘64단 V낸드’는 올해 양산에 들어간 4세대(64단) V낸드 제품으로, 셀을 기존(48단)보다 1.3배 더 쌓아 올린 것이 핵심이다. 512Gb까지 구현 가능해 고용량 제품을 소형 패키지로 만들 수 있으며 입출력 속도를 800Mbps까지 향상시켰다. 또한 4세대 V낸드를 탑재해 16TB인 기존 제품보다 용량을 2배 높인 세계 최대 용량의 ‘32TB 서버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도 출시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2’ 메모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겨냥한 반도체다. HBM2는 기존 HBM과 마찬가지로 D램 칩(Die)을 수직으로 쌓고,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을 이용해 연결한 형태다. 1.2볼트(V) 동작 전압에서 2Gbps의 처리 속도를 구현할 수 있다. 1024개의 입출력(I/O)을 통해 초당 256GB의 데이터 처리가 가능하다. 고사양 그래픽 시장 채용을 시작으로 향후 네트워크, 슈퍼컴퓨터, 서버 등으로 응용 범위가 확장될 전망이다.
퀄컴의‘스냅드래곤 820A’는 자동차 반도체 시장 공략을 위해 출시됐다. 자동차를 의미하는 A(Automotive, 오토모티브)를 붙인 스냅드래곤 820A는 이전 그래픽처리장치(GPU) 대비 그래픽 40% 개선된 성능과 전력소비 효율로 빠른 속도로 동영상을 처리할 수 있다. 퀄컴이 직접 설계하고 14나노 핀펫 미세공정으로 개발된 64비트 크라이요 중앙처리장치(CPU)로 일반적인 64비트 솔루션대비 약 30~85% 정도 성능 개선이 되었으며 전력 소비도 최대 60%나 줄였다.
한편 유틸리티/신소재 분야에선 LG화학의 ‘역삼투압(RO) 필터’가 혁신제품으로 선정됐다. 'RO 필터'는 가정용 정수기는 물론 해수담수화 설비에도 활용되고 있다. 고분자 합성 및 가공 기술, 나노복합물질 반응 기술을 적용해 물의 수질을 30%까지 향상시켰다. 400억원을 투자해 충북 청주에 수처리 RO필터 전용공장을 완공함과 동시에 전 세계 8개 해수담수화 프로젝트에 제품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스마트폰 시장 전반적 침체속 혁신 노력 지속 =스마트폰 분야는 올해 전반적으로 침체된 분위기가 이어졌다. 아무래도 ‘갤럭시노트 7’의 리콜 사태에 따른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올해 스마트폰 분야에선 ‘갤럭시S7엣지’(삼성전자)와 ‘V20’(LG전자), ‘P9’(화웨이) 3개 제품이 혁신제품으로 추천됐다.
삼성전자 ‘갤럭시S7엣지’는 올해 3월 출시한 스마트폰으로, 전후면 모두 곡면 유리(curved grass, 커브드 글래스)를 적용했다. 방수방진(IP68) 기능을 갖췄다. 듀얼 픽셀 이미지센서를 내장해 어두운 곳에서도 밝고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LG전자 ‘V20’는 지난 9월 출시된 최신 스마트폰으로, 세계 최초로 ‘쿼드DAC(Quad Digital to Analog Converter, 디지털-아날로그 변환기)’을 탑재해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전후면 광각 카메라를 장착한 것도 세계 최초다. 음향은 B&O플레이가 만졌다. 5.7인치 초고화질(QHD) 화면을 갖췄다.
중국 기업인 화웨이의 스마트폰 ‘P9’은 화웨이가 세계 스마트폰 3위에 이름을 올리게 만들어준 대표 제품이다. 화웨이 P시리즈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 시리즈를 타깃으로 했다. 전 세계 시장에는 지난 4월 국내에는 지난 11월 시판했다. P9 제품군은 지금까지 900만대가 넘는 판매고를 달성했다.
◆통신서비스, 혁신적 아이디어로 시장경쟁 치열 = 올해통신서비스 분야에서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융합된 시장친화적 제품들이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춘 발빠른 시장 대응에서 성과를 거뒀다는 분석이다.
KT가 선보인 ‘Y요금제’는 데이터 소비가 많은 20대 전후를 겨냥해 시장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만 24세 이하 전용 상품인 ‘Y24 요금제’와 만 18세 이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Y틴 요금제’로 구성된다.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는 Btv모바일과 호핀으로 나누어져 있던 모바일 플랫폼의 통합으로 탄생했다. ‘옥수수’는 각기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는 이용자의 성향을 이해하고 공감해 무한한 영상 알갱이를 통해 최적의 콘텐츠 이용경험을 제공한다. 실시간 18개 채널과 VOD 15개 카테고리 등 33개의 스포츠 동영상 라인업과 새롭게 시도하는 모바일 예능, MCN(Multi Channel Network) 콘텐츠를 통해 시장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SK텔레콤의 ‘누구(NUGU)’는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 서비스로, 기술적 혁신이 돋보인다. 고객이 원하는 바를 파악한 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스마트홈 등과 연동 ▲조명, 제습기, 플러그, TV 등 가전기기 제어 ▲음악 추천 및 자동 재생 ▲날씨, 일정 등 정보 안내 ▲스마트폰 위치 찾기 등 다양한 정보와 편의를 제공한다. ‘누구’는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및 인공지능 플랫폼의 업그레이드만으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LG유플러스의 ‘홈 IoT’는 가입가구 50만 가량을 확보하며 시장 1위를 질주하고 있다. LG유플러스의 홈IoT 서비스는 통신사에 관계없이 누구나 ‘IoT@home’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다양한 음성명령이 가능해 실생활에서 쉽고 재미있게 이용하는 편의성도 갖췄다.
◆스마트가전 시장, IoT 기반 기술혁신 돋보여 =스마트가전/스마트기기 분야는 경기침체의 지속으로 예전보다 활력을 띠지 못했지만 IoT 환경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기위한 혁신적인 노력이 돋보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런 가운데 올해 스마트가전/스마트기기 분야에서는 ‘퀀텀닷 SUHD TV’(삼성전자), ‘올레드 TV’(LG전자), ‘미러리스 카메라 A6500’(소니)가 호평을 받았다.
삼성전자 ‘퀀텀닷 SUHD TV’는 초고화질(UHD)TV를 대표한다. 퀀텀닷은 액정표시장치(LCD)TV의 진화형으로, 나노 크기 입자가 색을 표현한다. 1000니트 밝기 HDR(High Dynamic Range) 기술 ‘HDR1000’을 전 모델에 채용했다. 컬러 맵핑 알고리즘 개선으로 색상 정확도는 이전 대비 25% 올라갔다. 전력소모량도 전 세계 제품보다 줄었다.
삼성전자가 선보인‘패밀리허브’는 냉장고의 개념을 바꾼 제품으로 평가받았다. 지난 1월 ‘소비자가전전시회(CES)2016’를 통해 처음 공개한 직후 ‘CES혁신상’ 등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냉장실 문에 달린 터치스크린을 통해 주방을 식사와 요리 공간을 넘어 생활의 중심으로 바꾸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밖에서도 스마트폰을 통해 냉장고 내부를 볼 수 있는 ‘푸드알리미’ 등의 기능을 갖췄다.
◆보안수요 증가, 고도화된 솔루션 출시 러시 = 보안솔루션 분야는 업체의 개체수가 상대적으로 타 IT분야보다 많다. 각 분야별로 다양한 혁신적인 보안솔루션 제품이 쏟아졌다. 다만 국내 보안솔루션시장 상황이 예년만큼의 활력을 보여주지 못해 관련 업체들이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올해 보안솔루션 분야에선 ‘시큐MF2 AE’(시큐아이), ‘메일세이퍼’(지란지교시큐리티), '허스키서비스'(이글루시큐리티), ‘트러스가드 DPX’(안랩), ‘IoT 디바이스용 보안 OS’(SK인포섹), ‘아이루키’(코리아엑스퍼트), ‘포티게이트 7040E’(포티넷)이 추천을 받았다.
안랩의 ‘트러스가드 DPX’는 디도스 대응솔루션이다. 올해 3분기 대비 103% 매출 성장을 기록하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이 솔루션은 금융, 포털, 통신사, 공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수 고객사를 확보하며 큰 성장세를 보였다.
시큐아이의 ‘시큐MF2 AE’는 통합 네트워크보안 솔루션으로, 애플리케이션 기반 및 사용자 인증에 특화된 차세대 방화벽이다. 가상사설망(VPN), 침입방지시스템(IPS), 디도스(DDoS), 안티바이러스, 안티스팸뿐 아니라 암호화 트래픽 처리 기능(SSL Inspection)까지 제공한다.
지란지교시큐리티의 ‘메일세이퍼’는 기업의 중요 정보유출을 방지해 보안을 강화하는 한편 PC 아웃룩과 동일한 기능을 구현해 사용자의 편의성까지 제공함으로써 시장의 호평을 받았다.
◆엔터프라이즈솔루션, 혁신 제품들 두각 = 이와함께 엔터프라이즈솔루션 분야에서는 올해 전반적으로 침체 국면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클라우드 이슈가 지속적으로 시장을 강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업들의 IT수요가 침체돼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혁신적인 기술력을 앞세운 제품들은 국내외에서 나름대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오히려 지난해보다 매출이 성장한 기업도 눈에띤다.
엔터프라이즈솔루션 분야에서는 '한컴오피스 네오'(한컴), 'V맥스 올플래시'(델 EMC), ‘인포메이션 맵’(베리타스), ‘플래시어레이/M’(퓨어스토리지), ‘VSP G100’(HDS), ‘K-시스템 지니어스’(영림원) 등이 혁신제품으로 추천을 받았다.
퓨어스토리지의 ‘플래시어레이/M’은 플래시어레이 5세대 모델로, 7U 이하의 랙 공간만으로 512테라바이트(TB)의 로우(raw) 용량 및 1.5페타바이트(PB)의 유효 용량까지 확장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기존 레거시 하드디스크(HDD) 기반의 스토리지를 효율적으로 통합할 수 있다.
베리타스의 ‘인포메이션 맵’은 정보 패브릭 기술을 기반으로 한 첫 번째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으로 비정형 데이터에 대한 향상된 가시성을 제공한다.
이와함께 IT서비스 분야에서는 '클라우드'서비스가 상대적으로 높은 주목을 받았다. '혼클라우드'(한화S&C), '클라우드제트’(SK(주) C&C), ‘Nexplant)’(삼성SDS)가 추천을 받았다.
SK(주), C&C의 ‘클라우드 제트(Cloud Z)’는 글로벌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요소 기술에 더해 포털 사이트에 기반한 자유로운 클라우드 서비스 신청・구매・변경의 셀프 서비스를 실현시키며 고객 맞춤형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게임/콘텐츠, 불황에도 히트작은 꾸준히 나와 = 이밖에 e커머스/콘텐츠 부문에서 식신, ‘11번가’(SK플래닛), ‘스노우’(네이버), '카카오 페이지’(카카오)가 선정됐다.
네이버의 스노우(snow.me)는 ‘일상을 보다 생생하고 재미있게 공유하자’는 서비스 콘셉트 아래 동영상을 기반으로 이용자들에게 보다 재미있는 커뮤니케이션(대화) 경험을 제공하는 모바일 동영상 메신저다. 지난 10월초 기준 글로벌 누적 8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해외 이용자 비중이 약 70%에 이르는 글로벌 서비스로 성장하고 있다. 일본 애플 앱스토어 무료앱 전체 순위에서 75일간 1위를 지키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우며 최근 ‘스노루(スノる, 스노우를 하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시장에선 제2의 라인이 될 가능성이 지닌 서비스로 꼽힌다. 페이스북이 '스노우'를 인수하려도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주가가 오르고 있다.
SK플래닛의 11번가(www.11st.co.kr)는 지난 3월, 국내 최초로 생활형 O2O 서비스 포털 ‘생활 플러스(+)’를 선보였다. 집안일, 맞춤서비스, 차량관리 등의 불편함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생활형 O2O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엔 각 서비스 영역별 1개 업체와 제휴해 제공해 오던 것에서 나아가, 모든 사업자가 입점할 수 있는 오픈마켓 형태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식신'은 위치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씨온으로 알려진 기업으로, 여러 서비스 중에서 국내외 맛집 추천 서비스 ‘식신’이 주목받으면서 지난 9월, 설립 6년 만에 회사명을 식신으로 바꿨다.
식신은 앱과 PC웹, 모바일웹으로 서비스 중이다. 300만 앱 다운로드, 월 2000만 이상의 페이지뷰를 기록하고 있다. 식신은 실제 방문자가 남기는 맛집 리뷰로 유명해졌다.
게임분야에서는 '데스티니차일드'(넥스트플레이), '애니팡3'(선데이트스), ‘히트’(넥슨), ‘검과 마법’(룽투코리아)가 추천을 받았다.
선데이토즈의 ‘애니팡3’는 국민 퍼즐게임으로 자리 잡은 애니팡 시리즈의 세 번째 게임이다. 지난 9월 출시돼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애니팡 시리즈 세 편 모두 성공작 반열에 올랐다.
넥스트플로어의 데스티니 차일드’는 대형 게임사 위주의 고착화된 시장 구조를 깨뜨렸다는데 적지 않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지난 10월 출시 나흘 만에 국내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에 올랐다. 데스티니 차일드엔 2D그래픽 기반의 게임 캐릭터 일러스트를 살아 움직이듯 표현하는 ‘라이브2D(Live2D)’ 기술이 업계 최초로 도입돼 캐릭터 일러스트에 생동감을 더하고 입체감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