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상파 방송과 유료방송사간 지상파 콘텐츠 재송신대가 협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번 가이드라인은 앙금 없는 찐빵이라고나 할까. 핵심인 대가산정과 관련한 부분은 쏙 빠졌다.
매년 재송신대가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고, 시청자들은 늘 블랙아웃(방송중단) 위기에 노출돼 있다. 숙고 끝에 가이드라인이 나왔지만 분쟁을 해소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해 보인다. 지상파와 유료방송간 갈등의 핵심은 돈이다. 재송신 대가를 얼마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 지상파 방송과 유료방송간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재송신 대가 분쟁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면서 시작됐다. 지상파 방송은 케이블TV 덕분에 수신율을 높일 수 있었고, 케이블은 지상파 콘텐츠로 가입자를 모아 돈을 벌었다. 하지만 둘의 행복한 동거는 디지털 방송, 다채널 시대로 접어들면서 종료됐다. 종합편성채널과 CJ E&M 등이 자리를 잡아가며 지상파 방송사들의 광고매출은 계속해서 감소했다. 지상파에게 콘텐츠 재송신 대가는 새로운 수익원이었다. 없던 것이 생기게 되면 잡음이 일 수 밖에 없는 법. 콘텐츠 대가는 인정하겠지만 전송에 대한 역할도 인정해 달라는 유료방송과 지상파간의 갈등은 필연적이었다.
결국 재송신 분쟁의 핵심은 합리적인 콘텐츠 대가 수준과 10%도 되지 않는 지상파 방송의 직접수신율을 감안할 때 유료방송의 기여도와 지상파 콘텐츠의 가치를 어느정도 비유로 볼 것인가이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의 내용은 모호함 그 자체이고 실질적으로 분쟁을 조정할 수 있는 대가산정과 관련된 부분은 아예 배제됐다. 대가협상시 대가 협상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이 가능한 자료를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양측이 모두 인정할 만한 자료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정부는 민간 사업자간 협상에 깊게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콘텐츠 대가와 관련된 이슈는 전체 방송산업의 생태계 구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유료방송이 PP들에게 지급하는 수신료처럼 지상파는 플랫폼이지만 방송 프로그램을 유료방송에 공급하는 프로바이더이기도 하다.
콘텐츠에 대한 적정한 대가는 지상파 뿐 아니라 모든 PP들을 대상으로 산정돼야 한다. 지상파는 물론, PP들도 방송 생태계를 구성하는 한 축이기 때문이다. 양자간 의견이 팽팽하다면 중재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절대적 기준은 아니더라도 말이다. 부담된다고 피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여러 지적에 대해 정부는 "이제 첫 발을 뗀 것에 의미를 둔다"고 밝혔다. 첫 걸음을 떼는데 무려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제 또 한걸음을 떼려면 얼마나 걸릴 지 모르겠다.